"완벽해야만 책을 쓸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은 예를 들어서 조금 쉽게 바꾸어 말하자면, "행복한 사람 만이 행복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자격이 있을까요?"라는 질문과 같습니다.
대학원 수업을 듣던 중, 교수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행복 연구자 중에 불행한 사람이 많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사실상 행복하면 행복을 연구할 필요가 없다고 말이에요. 정말로 저 역시도 제 삶이 늘 만족스럽고 행복했다면 '행복이란 대체 뭘까?' 하는 고민은 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모든 행복 연구자가 불행한 것은 아닐 테지만, 연구자 중 많은 사람이 불행을 경험했기에 '행복'이라는 걸 진정성을 가지고 연구할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 결과, 비슷한 처지나 입장, 생각을 가진 이들에게 더욱 진실되게 와닿았을 것이라 느껴집니다.
책 역시도 마찬가지입니다. 옛날에는 '책을 쓴다'라고 하면, 굉장히 똑똑한 사람이거나 훌륭한 사람 만이 책을 쓴다는 인식이 있었지요. 요즘은 그런 인식이 조금씩 옅어져 가고는 있지만, 그러한 인식이 완전히 사라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책'이라는 것 자체가 불특정 다수에게 보이기에 그런 것 같습니다. 물론 전문 서적이나 노하우를 전하는 책을 쓸 때에는 그에 필요한 지식을 습득하고 책을 쓰는 것이 맞겠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런 책을 쓰는 사람들이 성격적으로 결함이 없거나 모두 완벽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그건 아닐 겁니다.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으니까요. 누구든 결함이 어느 정도 있기 마련이죠. 정말 비윤리적이고 남에게 해를 가하는 결함은 제외하고 말이죠.(이건 문제가 되지요..!) 이렇게 말하는 저 역시 늘 부족함이 존재합니다. 만약, 누군가가 "저는 절대 결함 같은 거 없어요! 제가 생각하기에 저는 완벽해요!"라고 말한다면, 그것 자체가 결함일 수도요.(웃자고 하는 이야기였습니다.) 또한 책에는 전문 서적만 있는 것이 아닌, 에세이, 시, 소설, 동화 등 다양한 장르가 존재하지요. 그러니 완벽하지 않아도, 조금은 서툴러도 그건 그냥 모든 인간이 그렇게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제 책이 출간된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전했을 때에도, 다양한 반응들이 오갔습니다. "내가 더 기쁘다!"며 진심으로 자기 일처럼 기뻐해주는 친구들도 많이 있었던 반면, 그다지 친하지 않은 사람들 중에서 축하는 해주지만 어느 순간 자꾸만 평가하는 말들을 늘어놓는 소수의 사람도 있었습니다. 정말 가벼운 걱정을 우스갯소리로 가볍게 흘러가듯이 이야기하면, 이전에는 안 그랬던 사람이 "심리 책까지 쓰는데 그런 걱정을 하는 거야?"라고 하거나, 대뜸 필요하지 않은 조언을 무수히 늘어놓습니다. 아마 그런 사람에게는 시기심도 있었기 때문이지만, 완벽하고 훌륭한 사람 만이 책을 낼 수 있다는 신념이 깊이 자리하고 있지 않았을까 합니다. 그럴 땐 그냥 ’멀어질 필요가 있겠다.‘ 하고 일부러 흘려듣는 편이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도 듭니다. '혹시나 책을 쓰고 싶은데, 스스로가 부족하다고 느껴져서 주저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내 경험을 빌려 주면 도움이 되려나' 하는 생각입니다.
사실 저는 완벽해서, 고민 없이 행복해서 책을 쓸 수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저의 책을 펼쳐 보면, 그동안 제가 겪었던 심리적인 어려움, 걱정 등이 많이 적혀있습니다. 책에 있는 작가 소개에 적었듯,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라는 말을 참 좋아합니다. 저 역시 완벽하지 않으며 때때로 걱정이 들고, 고민도 하곤 합니다. '어떻게 책을 쓸 수 있었어요?'라고 누군가 물어본다면, 저는 '완벽하지 않고, 매끄럽지 않으며 늘 고민을 하기에' 쓸 수 있었다고 할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완벽하고 늘 삶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으면 책을 쓸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종종 합니다. 고민을 했기에 더 깊은 통찰을 할 수 있었고, 그러한 통찰이 치유로 이끌었던 것뿐이죠. 저 역시 새로운 걱정과 고민, 심리적인 어려움은 앞으로도 찾아오겠죠. 그러나 나를 탓하기만 했던 기존의 방식보다는 이제는 불완전한 스스로를 상담심리학 관점에서 너그럽게 보살펴가며 온전히 나의 삶을 살아가려 하는 중입니다. 그 과정에서 제가 배웠던 지식들, 겪었던 경험들, 도움이 되었던 것들을 책을 통해 공유할 뿐이지요. 그뿐입니다. 글을 쓰는 분들, 또는 글쓰기를 시작하시려는 분들이라면 공감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글쓰기란 '내 삶과 철학을 녹여내는 것이라는 것'을요.
그러니 누군가에게 보이는 글쓰기, 혹은 책을 출간하는 데에 지레 겁을 먹고 있었다면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완벽한 것 보다도 어떤 고민을 했으며, 어떻게 나아가고 있는지, 스스로를 어떻게 보살펴 가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이죠! 모든 분들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