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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현 May 27. 2024

보스 or 리더 : 구성원의 태도가 정한다.

FPS는 대규모 전쟁이 아닌 이상, 미션 위주의 게임이 많았다. 그런 게임들은 '특수부대'의 느낌을 띄면서 소규모 집단 '클랜'을 만들 수 있었다.


소수의 인원으로 미션을 수행하는 종류의 FPS는 반드시 "테스트"가 필요하다. 어떤 경우는 테스트보다 추천제로 운영되기도 했다. 1인분 이상을 해야 하며, 장르에 따라서 가장 중요한 것 한 가지는 반드시 훌륭해야 한다. FPS의 경우 사격에 대한 정확도가 그것이었다.


[클랜=길드=혈맹=조직=집단] 말이 다를 뿐 전부 같다. 각 게임의 장르와 목적에 따른 목표가 설정되는 구조도 똑같다.


그런데 "집단이 수용할 수 있는 인원수"의 차이가 조직 운영의 차이를 만들어낸다.


결국 어떤 게임이든 각 게임마다 가장 중요하게 요구하는 기본적인 능력이 있다. 이것은 지휘하는 사람을 비롯해서 지휘를 따르는 사람들도 알 수밖에 없다. 게임의 시스템이 유저를 평가할 때 그런 것들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리그 오브 레전드나 배틀 그라운드 같은 경우에도 MMR이라고 유저의 게임 플레이 능력을 계산하는 알고리즘이 있다.


이제 이 글의 "제목"과 어울리는 이야기를 할 준비는 끝난 것 같다.



보스 or 리더

특수부대 느낌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FPS 게임은 테스트를 통해서 소수의 구성원을 선발하기 때문에, 보스나 리더보다는 유능한 인원으로 구성된 하나의 팀으로 보는 게 더 적절하겠다. 역할 분담이 크게 나눠지지 않는다. 팀원이 죽으면 다른 팀원들이 백업을 통해서 상황을 만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보스나 리더가 나뉘는 게임은 MMORPG라고 봐야겠다.


내가 보스와 리더의 차이를 느낄 수 있던 MMORPG는 유저들 간의 "전쟁"이 있는 대규모 MMORPG에서 였다.


어떤 조직이든 과거, 현재, 미래를 한꺼번에 조망하는 그림을 그리는 조직이라면, 거기에는 반드시 리더가 있다. 그리고 조직이 수용하는 인원이 늘어나면서 리더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보스가 된다.



집단의 규모 : 구성원의 태도

어떤 비전을 갖고 있는 인간이 조직을 구성할 때, 초창기에는 창립 멤버를 모집하게 된다. 이때 모집되는 인원은 반드시 '리더'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의 '비전'을 이해한 사람들이다. 그 비전을 함께 꿈꾸거나, 이 비전에 자신의 시간, 삶을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어떤 형식으로든 '비전의 가치'를 인정하고 이해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기꺼이 열악한 환경에서 노동하겠다는 사람들이 미래를 배팅하는 단계다.


조직이 커지면서 '비전이 제대로 공유된 창립 멤버'는 거의 전원 임원, 간부급으로 승진하게 된다.


문제는 조직이 커지면서, 안정적이라고 할만한 궤도에 안착했을 때 들어오는 신입들이다. 이들은 비전이 공유되지 않아도 각자의 사정으로 안정적인 조직에 소속되기 위해서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진다.


쉽게 말해서 조직의 구성원들이 리더, 조직의 비전을 이해하고 팔로워가 된다면 그런 사람에게는 리더, 조직의 비전은 상관없이 조직에 속하면서 얻게 되는 이득을 위해 참여했다면 그런 사람에게는 보스가 되어야 한다.


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최종결정권자와 임원, 간부급들은 비전을 이해하는 구성원과 조직에 속한 것으로 이득을 얻으려는 구성원의 차이를 이해하고 모두에게 리더가 되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모두에게 리더가 되려는 욕심은 스스로를 좀먹는다. 또 각자의 사정은 고려하지 않은 개인의 욕망 아닌가?


나는 결국 1400여 명을 이끌게 되면서 이런 것들을 느껴버렸다. 모두에게 리더가 되려고 하면 버틸 수가 없다. 또 말이 안 된다는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였다.


그 당시 나는 그릇이 이것밖에 안 되는 인간인가?라고 좌절했지만, 이것이 인간으로서의 한계다.


그냥 비전이 공유되는 조직원들에게는 리더가 되고, 조직에서 만들어지는 이득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보스로서 각자에게 원하는 것을 제공하고 리더나 임원, 간부들도 그들에게서 원하는 것을 받아내면 될 뿐이다.



반대의 경우 : 리더가 필요한 자리에 무능한 보스가 있다면

내가 1400여 명의 리더가 될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무리 게임이라지만 리더가 필요한 자리에 무능한 보스가 앉아있었다.


전쟁을 통한 보상의 차이가 점점 심해지면 미래에 두 진영 간의 균형이 깨진다. 비슷한 환경의 전장에서의 경험도 전무하고 무능한 나이만 먹은 중년이 자리를 꿰차고 있었다.


나는 어떤 게임에서 길드 마스터로 다른 게임 랭커 출신 2명과 3인의 길드를 소규모에 강력한? 길드를 운영 중이었다. 위에서 말하는 그들이 이끄는 진영에 속해 있었고, 몇 번의 지속된 전쟁에서 패배를 겪은 나는 위기감을 느꼈다. 그래서 지휘를 하고 있는 중년의 남자를 공격했다.


비판과 비난에 견디지 못한 중년의 남자는 나에게 지휘권, 칼자루를 넘겨줬다. 나는 그날부터 3인의 소규모 길드 체제로 1400여 명의 전장을 지휘했다.


리더는 비판과 비난에 감정적으로 휘둘리면 안 된다. 이런 점에서도 그 중년은 리더 실격이었다.


공무원과 같은 특수한 조직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조직의 성격도 무시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결정권자의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가 모두에게 리더가 되려고 할 필요가 없다. 그것은 인간으로서의 한계를 망각한 것이고, 스스로를 좀먹는다.


비전을 이해하고 공유하는 구성원에게만 리더, 그렇지 않고 조직에서 얻을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구성원에게는 보스로서 각자 원하는 것을 주고받는 기브 앤 테이크 관계를 유지하는 법도 알아야 한다고 나는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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