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국에 정보력이 전부인 정보를 다루는 기관이 있는 것처럼, 그리고 그 정보를 휘두르고 행사하는 기관이 있는 것처럼, 우리도 하나의 정보기관의 장이 되어야 한다. 정보도 결국 이기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다.
전쟁과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서 정보는 반드시 필요하다. 계획을 정보에 따라 맞춤으로 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닭 잡는데 소 잡는 칼 쓸 필요 없게, 전장으로 투입하는 자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하기 위해서다.
기본적인 격투기에서도 상대방의 반응과 습관적인 빈틈을 분석하고 찾아, 그것에 효과적으로 대응해서 대미지를 줄 수 있는 전략을 세운다. 그리고 그 경기 라운드마다의 계획을 세운다. 보통 1~2라운드는 탐색전이다. 상대도 나에게 맞게 분석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목록을 보면 자본주의에 대해서도 작성하는데, 투자는 반드시 전쟁의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 자세한 내용은 그때 가서 적겠지만, 이유는 금융 시장의 개방에 있다. 또한 정보는 투자사와 금융 기관에 반드시 필요한 것들이다. 그리고 투자자들에게 거짓 정보, 예를 들어 분식회계나 거짓 성과로 만든 가짜 호재라던가, 주가 조작 등이 엄벌에 처해지는 이유 또한 이것은 전쟁이기 때문이고, 이러한 기만, 사기 행위는 아군을 향한 총격이기 때문이다.
결국 정보를 다루는 기관, 그 이유를 본다면 분명 이기기 위해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정보란 무엇인가? : 구성과 비율
나는 효율적이고 강력한 정보는 인간의 속성에 질려버린 이야기꾼만이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정보는 수많은 자료들을 해석으로 엮어내 이야기로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보=자료+해석
정보의 정확도에 대해서 말해보겠다. 정보의 정확도가 100%라면 그것은 가치 있는 정보가 될 수 없다. 물론 내부자 정보는 그 정도 될 수 있겠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실제 세상의 불확실성에 의해서도 100%는 없고, 1+1=2라는 수학적 시스템에 의해서도 정확도 100%의 미래는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리하자면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실제 세상에서 인류가 수학에 의존하는 이유는 미래를 예측하기 위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수학적 계산에서 확률을 보고 판단한다. 즉, 정확도 100%라는 것은 그 내용은 사실일 수 있겠으나, “정보의 가치” 가 없어졌다는 의미다.
정보의 가치가 없는 것은 경쟁에서도 똑같다. 모두가 아는 정보는 그냥 사실이 되며, 그것의 차이로 우위를 가릴 수 없기 때문이다. 정보가 힘을 갖고 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사람, 집단, 기관, 국가 간의 정보 격차, 정보의 비대칭이 필요하다. 그래서 정보기관은 언제나 침묵한다.
관찰: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만드는 힘
자료란 정확한 수치를 말한다. 객관적인 것이다. 자료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보를 만들 때보다 더 관찰을 잘해야 한다. 그리고 여러 가지 관점으로 생각할 수 있어야 하며,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않아야 한다.(물론 타인, 타기관의 자료를 검토할 때는 판단해야 한다.) 일단 자료의 수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뭐든지 능숙해지면 빨라진다. 그러므로 정보 생산자가 되기 위해서는 관찰해야 하는 루트를 만들어야 한다. 주짓수에서는 스탠딩에서부터 서브미션까지의 길을 만들어야 하고, 복싱에서도 상대를 다운시키기까지의 콤비네이션을 만들어야 한다. FPS게임에서도 탐색해야 하는 곳, 눈으로 봐줘야 하는 곳을 미리 만들어둬야 머리에 혼란이 없고, 실제 인생에서도 검토하고 나아가야 할 길을 하고 있는 것마다 정해놔야 혼란이 없다. 소방관은 화재를 진압하는 순서가 머릿속에 몸에 녹아들어야 하듯이.
정보를 생산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그에 따른 매뉴얼을 만들어서 머릿속에 몸에 녹여야 한다. 채화시켜야 한다.
어떤 관점으로, 무엇을 관찰할지, 어떤 순서나 매뉴얼을 만들 것인지. 관찰, 자료 수집을 위해서 당신이 걷는 분야에 당신만의 길을 만들어라.
자료를 엮는 해석: 인간에 대한 이해, 물리적으로 합리적인 스토리
여기서부터가 재능 차이랄까? 여기서부터는 가르침의 영역을 벗어난다. 일단 정보는 결국 인간의 움직임 그리고 그들의 미래 움직임을 예측해서 저지하거나 거기서 이득을 취하는 데 목적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보란 지극히 인간끼리의 시스템 속의 것이고, 물리적인 것이다. 그래서 내가 정보를 생산하려는 사람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대개 두 가지다.
1. 인간에 대해서 잘 알 것. 이성적이라고 생각하는 인간이 얼마나 감성적이고 비합리적인지. 그리고 우리도 마찬가지라는 것.
2. 그런 인간의 심리와 감성적인 모든 속성을 이해한 후에, 이 세상의 물리적, 화학적 속성에 대해서, 철학적 시스템(행정, 사법, 자본주의, 민주주의, 공산주의, 사회주의, 문화, 종교 등)을 이해할 것.
1번과 2번을 공부하고 이해해야. 상상력의 범주하 합리적인 범주 속에서 확장된다. 그렇지 않으면 금융시장의 미래를 내다보는데 머리에 뿔 달린 말을 상상할지도 모른다.
이제 1번과 2번을 공부하고 이해했다면(자기 자신의 인간이기 때문에 존재하는 한계까지), 그리고 자료를 만드는데 도가 텄다면 이제야 말로 정보를 만드는데 노력해야 한다.
정보를 만드는 가장 핵심은 자료를 엮어서 해석하는 점에 있다.
고2 학창 시절의 실제 사례를 하나 가져오겠다. 몇 번의 단어시험으로 평균을 내는 영어 수행평가 시간이었다. 그때마다 책상의 배열을 가로 세로 한 줄로 6줄을 만들었는데, 시험을 볼 때면 몇 명의 친구들이 맨 앞자리에 앉기 위해서 자리를 바꿔달라고 했다. 그때마다 변명은 다양했다. 시험지를 일찍 받아보고 싶어서, 너무 긴장이 돼서, 영어 선생님이 예뻐서(실제로 예뻤다.) 나는 이런 현상이 괜히 일어나지는 않겠다고 생각했고, 그들을 관찰했다.
6명은 맨 앞에 앉았고, 나는 그들을 관찰하기 좋은 4번째 줄 맨뒤에 앉았다. 시험지는 맨 앞에 친구들이 받아서 뒤로 넘기는 방식으로 나에게 까지 도착했다. 우리는 단어 시험을 치렀다. 나는 빠르게 답을 작성한 후에, 6명의 친구들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시험이 끝나고 맨뒤에서 맨 앞으로 시험지를 넘겼다. 하나하나씩 그리고 맨 앞에 도착했을 때, 나는 기이한 현상을 관찰할 수 있었다. 모두가 왼손에 들고 있는 자기의 시험지를 등 뒤로 넘긴 오른손으로 받아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시험지 뭉치 위에 굳이 올려놓은 것이다. 일반적으로 시험지를 합친다는 것만 생각했을 때, 자연스럽게 움직인다면, 자기 시험지 위에 등 뒤로 받은 시험지 뭉치를 올려놓는 것이 자연스럽다. 6명 모두 부자연스러운 행동을 한 것이다.
그리고 영어 선생님은 맨 앞의 학생들이 들고 있는 시험지 뭉치를 거둬서 줄을 바꿔서 다시 나눠줬다. 채점을 우리가 하는 구조였다. 나는 다시 6명을 관찰했다. 그들은 하나같이 맨 위에 시험지를 챙기고 뒤로 넘겼다. 채점이 끝나고 다시 맨뒤에서 시험지를 앞으로 넘겼다.
그때 가서야. 맨 앞의 친구들은 자연스럽게 시험지를 겹쳤다. 등 뒤로 넘긴 손으로 받은 시험지 뭉치를 자기가 채점한 시험지 위에 올려서 합친 것이다.
나는 판단했다.
1. 6명이 한패다. 맨 앞을 차지한 것은 서로의 시험 점수를 올려주기 위해서다.
2. 그리고 시험지를 분배하고 받는 순서를 서로 정했다. 각자 자기 팀의 시험지를 채점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3. 그들의 친분에 대해서 생각한다. 충분히 가능성 있다.
그 후에 나는 그 6명 중 하나였던, 반장에게 찾아가 귓속말로 관찰한 사실(=자료)과 그것을 엮은 해석을 말했다. 반장은 이미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어서 재시험을 본다고 해도 만점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반장은 나에게 빨개진 얼굴로, 나 다 맞았는데?라고 말했지만, 나는 이어폰을 가져오면 조용히 넘어가겠다고 말했다.
그들은 갑자기 모여서 숙덕 대더니 나를 한번 보고 다음 쉬는 시간에 이어폰이 생겼다. 사실 알고 있었다. 반장이 공부를 잘하던 못하던 그건 문제가 아니다. 이건 이미지, 평판에 대한 문제다. 그리고 내 해석은 모든 사람에게 수긍이 갈만한 것이기 때문이다.
근데 그 이어폰은 아마도 내 거였을 거다. 내가 이어폰을 잃어버린 시점에, 내 것과 똑같은 이어폰이 다른 교실에서 발견되었고, 내 것이라는 걸 증명하지 못해서 반장이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내 거라고 말했지만 발견된 위치가 나랑은 관련이 없는 곳이라, 솔직히 나도 참 의아하고 확신이 없긴 했다.
아무튼 뭐 이런 식이다. 내 인생이 이렇게 자료, 해석, 정보, 그로 인한 이득을 쉽고 가벼운 마음으로 설명할 수 있는 일이 있다니 참. 웃기고 좋다. 추억이다.
가능성의 문제: 대비 x 대응 o
사람끼리의 커뮤니티 그리고 각 사람들이 뭘 할 수 있는지. 집단을 운영해 본 사람이라면, 인간의 능력과 비합리성, 광기를 이해하고 있다면 더 잘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비할 수 없지만, 대응할 수는 있게 된다.
무엇에도 대응할 수 있게 가장 최악의 가능성에 맞춰 계획하고 훈련하는 것. 결국 정보를 통해서 효율적인 자원 분배로 이득을 챙기기 위한 사람, 정보 생산자라면, 결국은 그 정보를 가지고 대응할 수 있는, 행동할 수 있는 용기와 깡과 실력과 실질적인 힘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힘을 길러라, 공부를 해라, 팀을 만들어라, 꿈을 꾸고, 키우고, 집단을 결속시키고, 비밀 유지 서약을 하고, 팀과 집단의 이익을 위해서 최선을 다 해라. 그것이 이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다.
사람을 남겨야 한다. 유능하고 똑똑한 사람, 그렇기 때문에 팀과 집단의 힘을 개인이 절대로 이길 수 없음을 깨닫는 사람, 그러므로 배신하지 않는 사람.
사람. 팀. 집단. 인간의 한계를 인정하고, 서로가 돕고 나아가자. 범죄자들, 전과자들은 상황적으로 환경적으로 내몰려서 서로가 연대하는데, 그냥 평범한 사람들은 연대하질 못한다. 참 안타깝다..
연대하고 유대하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을 갖는데, 자기 잘났다고 능력도 없으면서, 멋져 보이기만 하니까 리더, 보스, 결정권자의 자리에 앉으려는 사람들..
자기의 역할과 자기가 결정권자보다 더 잘할 수 있는 게 있다면 그거 하면 될 건데.. 욕심이 많구나.
나조차도 누군가 따를 수 있는 사람만 있다면 편하게 따라가고 싶을 지경이다. 리더의 자리는 힘들다. 헤이터의 악플보다 더 힘든 건, 광적인 추종자들이다. 나를 신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을 버티려니까 미처버릴 수밖에 없지.. 정말 견제해야 하는 건, 광적인 추종자들이다. 정보를 다루는 카리스마성 때문 같다. 이성, 동성할 것 없이 그들의 눈은 은은하게 돌아있다. 이런 것도 일종의 사랑인 건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