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위 알러지가 있는 키위
나는 키위에게 키위는 키위야. 라고 말했다. 키위는 그러자 자신이 키위 알러지가 있다고 말해왔다. 나는 그 점마저 키위 같다고 말했다. 키위는 키위 자신을 싫어했으니까.
키위에게 키위가 왜 키위인지 이유를 말하다가, 문득 키위새에 대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고등학생 때, 그런 이야기가 돈 적이 있었다. 키위는 키위새가 변해서 생긴 거라는 말. 허무맹랑한 소문은 금세 그럴 싸 하게 포장되어 날아다녔다. 키위새가 어떻게 키위가 되는지 그 과정을 상세히 설명한 글과 그림이 학교를 떠돌았고, 어느 사이 그 말을 믿는 사람이 생겼다. 키위에게 이 말을 하자, 키위는 웃었다. 키위는 분명 키위새가 키위가 된다는 말을 믿지 않을 사람이었다. 키위는 키위 자신도 믿지 못하는 사람이니까.
키위는 이왕이면 자신이 골드 키위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키위는 시디신 초록 키위라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키위는 참 까탈스럽다. 키위는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날카로운 털을 세우고 엄청나게 신 맛을 뿜어댔다. 그러나, 키위의 매력을 아는 사람에겐 키위는 맛있다. 키위는 새콤달콤 씨가 톡톡 터지는 재미를 가진 과일이니까. 키위의 매력을 잘 모르는 사람은 키위에게 골드 키위가 될 것을 강요한다. 그런 사회 속에서 키위는 키위 알러지가 생긴 게 아닐까. 물론 그 '키위 알러지'와 키위가 앓고 있는 '키위 알러지'는 다른 의미지만. 그래도. 그런 것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키위는 자신의 허락받지 않고 글을 올려도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꾸역꾸역 허락을 받고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키위는 맘대로 하라고 했다. 키위는 낑깡 한정 울보(낑깡이 써준 글을 보면 잘 우는 사람이라는 의미다.)니까 또 이 글을 읽고 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키위가 울지 않았으면 좋겠다. 키위는 울음을 잘 간직해야 과즙이 팡팡 터지는 시큼새큼한 과일이 될 테니까. 과즙을 낭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물론 참을 필욘 없지만, 그래도. 키위가 조금은 더 단단해졌으면 한다. 과즙이 너무 고여 말랑말랑해지면 상해버리고 말 테지만, 그렇다고 너무 딱딱하면 시큼해지니까. 적당히 말랑해졌으면. 나도 못하는 것을 늘 키위에겐 강요하고 말지만, 그만큼 내가 키위의 능력을 믿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키위는 중도를 아는 사람이니까. 새콤과 달콤 그 사이에서 적당할 줄 아는 매력을 가진 사람이다. 그러니 키위에게 말하고 싶다. 골드 키위? 다 비켜! 새콤과 달콤 모두 겸비한 초록 키위 나가신다. 이렇게 생각하고 살라고. 키위는 초록 키위라 가치 있는 거라고.
* 이 글은 키위의 허락하에 게시되었습니다.
* (1)이 붙었지만 시리즈가 이어질 지는 확실치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