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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하지 않은 스마트폰 세상

대화가 실종된 사회

by 포레스임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안 좋은 습관이 스마트폰을 보는 것이라고들 한다. 시간만 확인한다고 잠깐 보는 사이, 이런저런 메시지와 알람기능에 따른 쌓여있는 읽을거리들을 훑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리기 일쑤다. 도무지 내 루틴대로 움직일 수 없게끔, 이 기기는 편리하면서 족쇄로 작동한다. 한편으로는 이런 정보들을 내가 꼭 알아야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기곤 한다. 사람들이 하루평균 다섯 시간을 스마트 폰을 들여다본다는 통계도 있다.


하긴 나부터도 이 글을 노트앱을 이용한 스마트폰으로 쓰고 있으니 말이다. 노트북을 쓰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휴대성과 이동성 면에서는 이놈을 따라갈 수 없다. 특히, 생각의 갈래를 잡고 싶을 때 장소나 활동에 상관없이 무한 기록이 가능해, 도무지 이놈과는 잠시도 떨어질 자신이 나조차도 없다. 휴대성과 편리함의 조합은 내 생각의 기록과 주머니 관리, 각종 세금문제까지 이놈에게 몽땅 맡겨버렸다. 차라리 지갑을 잃어버리면 모르겠지만, 폰을 잃어버린다는 것은 상상이 안 간다.



스티브 잡스, 프레젠테이션을 회상하며

2007년 새해 벽두에 청바지에 검은 스웨터를 입은 중년의 남자하나가 신제품 홍보를 한 적이 있다. 뭔가 대단한 발명이라도 한 듯이, 그의 파워풀한 폼은 그럴싸했다. 나는 그 당시에 각 매체에서 대대적으로 보도한 덕분에 그의 존재를 인식하게 되었다. 언 듯 이해가 가지 않았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알게 되었다.

스티브잡스의 폰은 우리의 관습 즉, '한 사회에서 역사적으로 굳어진 전통적 행동 양식이나 습관'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그것도 글로벌하게 말이다. 이놈이 없는 하루의 생활은 속 빈 강정 같을 것이다. 그런데 의문은 꼬리를 문다.


정말 이래도 되는 것일까?
스마트폰이 작동 안 되면 어떡하지?


다시 이전으로 돌아가지는 못할 것이다. 인간은 판도라의 상자를 연 이후, 한 번도 스스로 닫아버린 예가 없으니 말이다.


출근길, 전철 안의 풍경은 흡사 스마트폰 열람실 분위기를 자아낸다. 앉은 사람이나, 서서 가는 사람들 모두 조용히 자기의 폰 만을 응시한다. 어찌 보면 대중교통 이용문화가 성숙해졌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예전의 전철 안 모습과는 많이 다르니 말이다. 전철 안에서 사람들을 흘깃 보면, 동영상을 보는 청년들, 고스톱 삼매경에 빠진 아주머니, 톡으로 누군가와 대화를 양손가락을 이용해 끝없이 주고받는 여자애들, 각자의 세계에 빠져 같은 목적지를 가고 있었다. 스티브 잡스는 우리를 이런 세계로 몰아넣었다.



연결과 소통의 도구, 하지만 단절된 군상


요즘은 길을 물어보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진 듯하다. 왜냐하면 폰이 다 알려주니까, 하지만 능숙하지 못한 고령자 분들이 간혹 길을 물으면, 다들 이상한 사람 보듯이 한다.


대화가 사라진 세상

물어볼 것도, 물을 것도 없는 군상들


대화는 목적지에 도착해 회사나 만나는 사람, 가족들만이 가능하다. 그 이외의 인연과 목적이 없는 타인들과의 대화는 의식적으로 피하게 된다. 대화의 기능도 예전과는 많이 퇴색되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묻고, 듣는 말의 의미가, 전과는 다르다는 생각은 나만의 착각일까?


직장에서 직원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꼭, 중간중간 스마트폰으로 확인을 해보는 친구가 있다. 그럴 때면 괜히 위축이 되고, 내가 잘 알고 하는 말인지 스스로 의심하게 된다. 그렇다고 기분 나쁜 내색을 할 수도 없고, 자연스레 말을 아끼게 되곤 한다. 폰을 꺼내드는 것도 예절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스마트 폰이 한편으로는 다수의 개인들을 묶는 연대의 도구가 되기도 한다. 우리 사회를 뒤흔들던 사건의 현장에서, 우리는 폰의 위력을 절감하고는 했다. 외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재스민 혁명으로 독재정권에 항명하는 사람들의 연대가 스마트 폰이 없었으면 가능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스마트 폰은 우리의 실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검색의 시대에서 이제는 질문을 입력하고 답을 받는 시대로 이행되고 있다고 한다. 쳇 GPT, 제기랄! 무슨 기술의 진보가 이리도 빠른지 눈이 돌아갈 지경이다. 검색만 하지 말고 사색을 해야 한다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제는 검색도 귀찮으니 바로 답을 찾는 시간대가 도래했다고 한다. 엣지를 깔고 '빙'을 다운로드하여 보니 우습지도 않다. 내가 질문을 하니 얘는 아주 척척박사다. 아직 창의적인 부분은 미흡하지만 거의 다 찾아준다. '코파일럿'인지 뭔지는 질문만 하면 엑셀, 프레젠테이션 등의 자료도 다 만들어 주는 영상을 보고 기가 질려버렸다.


인간이 편한 것을 찾는 존재라는 것은 어쩔 수 없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언어도 경제성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똑같은 현상이라는 생각이다. 점점 대화가 사라져 가는 세상이 되고 있다. 어디까지 진보할지 모르겠지만, 자신의 정체감을 잃지는 말아야 한다는 자각이 생긴다. 나는 단 하나뿐이고, 이 세계는 나로 인해 존재한다는 자존감은 꼭 챙겨서 살아가야겠다.



그림 - http://wallpaperswid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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