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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생각의 갈래
09화
키오스크 유감 [遺憾]
어디까지 편해질 수 있을까? 누가 좋은 걸까?
by
포레스임
Jul 4. 2023
점심시간이 되니 식당으로 몰려간다.
오늘은 뭘 먹을까?
건너편 먹자건물로 습관처럼 발걸음을 옮긴다. 새 가게가 문을 열었다.
콩을 주재료로 순두부 종류의
찌개와 탕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다.
이전의 고깃집과는 분위기도 다르고 점심메뉴로는 딱이다. 군데군데 빈자리가 보이는
그 집으로 갔다.
세 명
이 테이블을 잡고 앉으니, 종업원이 두 명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식사를 마친 테이블 정리에 정신이 없어 보인다.
우선 물이라도 갖다 줘야 주문을
할 텐데........, 아!!......... 테이블 한편에 키오스크가 자리 잡고 있었다.
작동법은 어렵지 않았다. 물도 원터치 한 번으로 끝이다. 터치를 하니 바로
하던 일을 멈추고 물을 갖다 준다. 아마도 서빙직원의 몸 어딘가에 알람장치가 있나 보다.
물과 종이컵을
우리 인원을 쓱 살피더니 세 개를 놓고 간다. 대화는 불필요하다. 서로 바쁜 터에 뻔한 대화는 생략이 맞다.
다시 키오스크에 주문을 입력한다.
들깨 순두부탕 하나 주문터치....
김치찌개
순두부도 터치.......
청국장
두부찌개 터치.......
그리고
결제까지 터치로
다
끝냈다.
우리 셋은 갑자기
대화할 필요성을 잃었다. 그냥 씩..... 웃음이 나왔다.
이게 편한 걸까?
주문을 위해 누군가 기다려주고, 손님은 고르고, 뭐가 맛있는지 묻기도 했다. 이제는 그런 것도 사치인가 보다.
어디선가 키오스크
두 대면 서빙인력 4명을 줄일 수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런데 이곳은 테이블마다 탭북크기의 키오스크가 있다.
테이블이 20개 정도는 돼 보이는데 종업원은 달랑
두 명이다. 모든 통제는 키오스크가 하고 있었다. 음식 서빙도 콩순이라고 쓴 로봇이 한다.
종업원
두 명은 먹고 남은 자리를 치우는데만 열중한다. 날도 더운데 젊은 여자애 둘은 치우는데만 정신이 없어 보인다. 회전율을 높이려면 빨리 치워야 할 것이다. 내가 보기에도 힘들어 보인다.
초기 시설비는 좀 들겠지만, 업주입장에서는 인건비도
덜 들고, 손님과 불필요한 오해와 분쟁도 없으니 좋겠다.
"나도
이런 거나 해볼까?"
청국장 두부를 숟가락으로 뜨던 친구는 뜬금없는 소리를 해댄다.
하기사 나도 속으론 그런 생각을 했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 까먹을 수 있다. 그러나 로봇은
입력된 대로 움직이니 실수나 착오가 없을 것이다. 인건비는 모든 사업의 족쇄다.
인건비(人件費)는 자칫
인권비(人權費)로 잘못 쓰이는 경우가 있다는데, 내 생각은 어느 정도는 맞는 표현이라는 생각도 든다.
인간은
비싼 대우를 받아야 한다.
사람을
안 쓰니 잉여이익이 날 것이다. 그렇다고 그만큼의 이익을 세금이 더 가져가진 않는다. 이 나라는 그런 것에 예민하다. 복지예산을 법인세에 부담시키면 바로, 색깔논쟁이 일어나는 형국이니 말이다.
사람이 사람을 부리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누구나 익히 알고 있다. 거기에 시급, 일당, 주급, 월급 생각만 해도 업주 입장에선
골 아플 것이다.
그 일을 로봇이 하는 세상이니.........,
손님입장에서 키오스크로 주문하는 것이 편리할 수도 있다. 언젠가 시간이 없어
맥도널드에서 햄버거로 점심을 때우려 하는데, 키오스크가 참 정교한 주문을 받는단 생각이 들었다.
햄버거에서
야채 빼기, 탄산음료에 얼음 빼기, 후렌치 프라이에 소금 빼기 등이 가능했다. 사람이 이런 주문을 받으면, 서빙이 일일이 적어야 하고, 주방에 또 인지를 시켜야 하는 번거로운 절차가 있다.
이젠 키오스크에 입력만 하면, 주방에서 바로 인식을 하고 만든다.
얼마나 효율적인가........?..,
말하기 불편한 사람들은 키오스크가 편리할 수도 있겠다. 대화가 어려운 내성적인 성격의 사람,
말 더듬, 청각장애 등의 발화 관련 장애가 있다면, 키오스크는 괜찮은 놈이다.
그런데 점점 사람이 사라져 간다는 생각은
나만하는 것일까?
주문을 키오스크에 입력하면서 드는 생각이 있었다.
'내가 왜 이걸 하지?'
'밥 먹으려
면 해야지?'
몇 마
디 말이나, 메뉴판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 끝인데, 기기작동을 하고 있다. 이것도 인건비 없이 손님에게 노동을 시키는 '그림자 노동'인가 보다.
젊은 친구들은 신박하게 생각하는 모양새다. 하긴 그들은 아직 머릿속 파일이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오십
대 후반의 나만 해도 좀 피곤하다.
가끔씩 흔한 단어도 생각이 좀
더디다. 건망증이라기보다 나이가 든 사람은, 이런저런 경험의 파일이 가득 차 출력이 조금 더딘 것이다.
핑계가 아닌 뇌과학자들이 하는 말이니 위안이 된다. 하물며 연치가 높은 노인분들은 어떻겠는가? 아예 시도조차 번거롭다. 날씨 습도가 높으니 불쾌지수도 높아간다. 식당 안의 어떤 노인분은 소릴 치신다.
"아니 주문
안 받아!!!"
황급히 서빙직원이 주문을 받아 탭북을 조작해 준다. 아직
이런 일은 비일비재할 것이다. 하지만 점점 익숙해질 것이다. 먹고살려면........,
주문한
음식은 먹어보니 그럴듯하다. 아니 또 그럴듯하지 않으면 어쩔 것인가?
키오스크에 따질까?.....
정신없는 서빙직원에게 따질까......,
7월에 접어드니 태양은 더 뜨겁다. 습관처럼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찾는다. 또 키오스크 앞에 선다.
키오스크로 끝나진 않을 것이다. 끊임없이 사람은 노동에서 소외되는 날이
계속될 것이다.
비가 온다더니 아직 소식이 없다.
아무도 모른다. 단 1분 뒤의 일도.......,
keyword
키오스크
로봇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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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성장을 위해 꾸준히 각성하며 노력합니다 , 기록과 성장은 비례한다고 믿습니다. 늘 성장하는 삶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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