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그림은 산수화나 사군자처럼 선비로써의 덕목이나 마음의 소양을 기를 수 있는 소재로 주로 문인들이 그린 것도 있으나, 초충도, 어해도, 모란도 등 인간사의 길한 것과 복을 기원하는 그림도 많이 그려졌다. 이렇게 옛 그림에서 일상이나 인간사에 길한 염원과 소망을 담은 동식물그림을 화조화 또는 화조영모화라고 부른다. 모란은 부귀, 잉어, 게는 시험에서 합격을 상징하고, 포도와 오이는 자손번창을 상징하는 등 옛 그림에서는 일상에서 마주하는 소소한 사물인 동식물들을 통해 상징성을 내포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상징성은 복을 기원하는 마음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어서 주술적인 측면이 많다. 특히 옛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었을까? 자손의 번창이나 부부간의 신뢰와 애정을 강조하는 등 오늘날의 소망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중에 선비들이 가장 열망하는 것은 아마 입신출세 였을거 같다. 입신출세를 상징하는 그림은 옛 그림에 빈번히 나타난다. 해를 향해 튀어 오르는 잉어의 힘찬 움직임은 약동하는 생명력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지금보다 나은 미래를 향한 암시이기도 하다. 물론 이러한 잉어그림은 등용문을 상징한다. 이러한 그림을 약리도(躍鯉圖)라 부르는데 과거 시험이라는 주제는 서민 계층보다는 양반이나 선비들이 더 관심을 가졌던 주제이기 때문에 이러한 약리도는 주로 양반 자제들의 공부방이나 선비의 사랑방에 장식용으로 많이 걸렸다.1) 얼마 전 TV드라마로 크게 히트 친 스카이캐슬이라는 드라마가 생각난다. 다소 과장된 면이 없지 않지만, 명문대를 향한 현대인의 집착과 고등학교 이후에 서열화되는 아이들의 현실이 건조하게 다가왔던 드라마이다. 안타까운 것은 시대는 변했어도 세상으로 나아가는 문이 좁은것은 같다는 현실이다. 조선시대나 대한민국을 사는 젊은이들이나 출세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옛 사람들은 출세를 욕망하면서도, 그러한 세상에서 잠시 떨어져 나온 한가한 자연의 생활을 동경하였다. 이러한 사람들을 조금 고상한 말로 은일자(隱逸者)라고 한다. 그런데, 묘하게도 현대에도 세파에 시달려 고단한 몸과 정신을 이끌고 자연으로 회귀하는 현상이 빈번하다. 결국 옛날이나 지금이나 세상이 만만하지 않은 것은 만고의 진리로 통하는 것 같다.
동시대 작가들 역시 옛 그림을 차용하고 변용하여 자신만의 영역으로 확장시킨 경우가 많다. 임영길은 <한국의 12길상동물>시리즈를 판화와 혼합재료로 작업하였다. 종이에 목판화한 것을 다시 컴퓨터로 수정 작업한 것으로, 이 작업은 전통회화에서 게그림이 과거급제를 기원하는데 많이 그려졌다는 것에 기인한다. 그림 곳곳에 합격이라는 인주자국이 선명하고, ‘PASSING AN EXAM'은 시험에 통과하라는 염원이 담겨있다. 곳곳에 명문대학교 마크가 찍혀있다. 과거에는 선비들이 출사를 위해 과거시험을 봤다면, 오늘날에는 고등학교 3학년에 수학능력 시험을 봐서 대학에 입학하는 제도로 바뀌었다는 간극이 있을 뿐이다. 수능을 우수한 성적으로 치르고 명문대에 입학하면 등용문이 되는 시대도 지나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요즘이다. 코로나 시대로 디지털문명이 급속도로 다가왔다. 그동안에 사람들 사이에 형성되었던 질서는 점점 달라지고 있다. 명문대에 안가도 유투브를 통한 다양한 채널을 개설하는 등 성공가도를 달리는 사람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이제 공부만 잘한다고 되는 시대가 아니라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이전까지의 시스템과 사회균형이 해체되고 있음을 알리는 징후들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그럼 우린 지금 무얼 해야 하는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