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티분과 엄마냄새

by 박재은

얼마 전에 브런치에 글을 올리면서 몇몇 지인들에게 SNS로 글을 보내주었다. 몇몇은 축하도 해주고, 글에 반응도 보였다. 몇 번 만나진 않았지만, 미술 쪽에 종사하는 사람에게 보내기도 했는데, 그러면서 전소빈작가에게 연락이 닿았다. 선생님을 뵌 것은 두 번 정도 된 것 같다. 두 번 다 민화학회송년회에서 뵈었다. 선생님은 민화작가로 활동 중이시다. 글을 쓴 것을 보여드렸더니 선생님의 작업 이미지도 보내주셨다. 작업이 인상적이어서 몇 마디 카톡으로 주고 받았다. 몇일 후 선생님의 작업에 등장했던 화장품을 찾아보았다. 코티분이라고 알려주셔서 검색이 쉬웠다. 선생님의 작업은 무엇인가 보따리로 싸놓은 사물 옆에 옛날 화장품인 코티분이 살짝 속을 드러내고 있는 그림이다. 필자가 코티분을 어릴적 본적이 있다고 반가워 하자 옛 기억을 소환하고자 하셨고, 엄마의 품 같은 냄새라는 표현을 하셨다. 그러고 보면 엄마에게서 가장 원초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이미지보다는 냄새라고 할 수 있다. 어린아이가 엄마 젖을 먹고 엄마품에서 잠들 때 엄마냄새는 성인이 되어서 느끼는 것과 또 다른 느낌일 것이다. 어렸을 때 코티분은 종종 할머니와 어머니가 쓰시던 화장대에서 발견되었고, 나는 그 향을 맡거나, 종종 얼굴에 발라 보기도 했던 것 같다. 어머니는 레브론린스를 사용하셨는데 그것은 나에게 특유의 엄마냄새로 기억 되기도 하였다. 언뜻언뜻 스치는 엄마의 머리칼에서는 레브론의 향기가 향긋하게 퍼져나갔다. 레브론향은 낭창낭창한 젊은여인보다는 어딘지 아이 한둘은 너끈히 건사하는 생활력 강한 엄마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좀 강한향으로 요즘 자연스럽고 은은한 향과는 다르다. 그래도 그 향기는 기분을 상쾌하게 해주었고 레브론 특유의 촉감도 손가락을 간지럽혔다. 예전에는 국산 화장품보다 외제를 선호하였고 요즘은 외국인들이 한국화장품을 자주 찾는것과 비교되는 현상이었다. 어머니의 화장대엔 코티분, 세추라크림 등이 놓여 있었고, 그것은 어딘가 엄마의 아련하고 포근한 품을 연상하게 하는 사물들이었다. 옛 노래를 들으면 그때의 시절이 소환되듯이 냄새는 좀 더 강렬하게 과거를 불러낸다. 옛 그림과 동시대 미술을 함께 엮어가면서 만난 이미지들을 살펴보면 우리에게 친숙한 사물들이 곧잘 등장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어린 시절 먹어보았던 어떤 제품이나 입어보았던 브랜드의 로고 등으로 표현된다. 그러한 사물의 브랜드는 우리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다.

엄마냄새를 가까이서 맡을 만큼 엄마와 아이가 밀착되어 그려진 옛 그림은 <최연홍崔蓮紅 초상>이다. 서양회화에서 자주 발견되는 건강한 아기와 자애로운 어머니의 초상과 같은 모습의 <최연홍초상>은 확실히 옛 그림으로는 드문 형식이다. 특별히 초상까지 남겼으니 최연홍이라는 분이 어떤 일을 하셨는지 궁금하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1811년 홍경래의 난 때 군수인 정시(鄭蓍)와 그의 아버지가 살해되었는데, 27세이던 최연홍이 정시의 동생 목숨을 구하고 군수 부자의 시체를 거두어 장례를 치러주었다. 조정에서 이를 칭찬하여 기생신분에서 면해 주고 상으로 논밭을 내렸다. 초상화는 채용신이 후대에 최연홍의 모습을 상상하여 그린 것이다.1) 바다와도 같은 옅은 푸른색의 풍성한 치마에 상의는 젖가슴을 살짝 노출하였다. 여기서 여인의 젖가슴은 아이에게 필요한 어머니의 풍부한 모성과 먹을 모유를 상징한다. 아이는 어머니의 살냄새를 맡고 자라서 그런지 건강해 보이는 웃음을 띄고 있다. 우리 모두에게는 고향이 있다. 그것은 어머니이며, 떠날 수 없는 고향이자, 늘 마음 한켠에 자리잡은 그리움이기도 하다. 오늘은 엄마냄새를 맡을 수 있도록 엄마를 안아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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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 전소빈, 한지에 채색/38*34/20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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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홍(崔蓮紅)초상>. 채용신, 1914, 종이에 채색, 120.5*62cm, 국립중앙박물관


1) 조인수, 『군자의 삶, 그림으로 배우다』, 다섯수레, P.49.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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