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 전에 아이들과 어머니와 동네 산책을 나섰다. 아파트 단지 놀이터에서 쪼그려 노는 아이들을 뒤로 하고 어머니와 잠시 걸었다. 어머니가 단지 앞에 웬 나무를 가르키시며, 저거 동백꽃이다 ! 하신다. 삶의 대부분을 콘크리트 건물과 아스팔트 길에서 자라 온 나는 동백꽃은 처음 봤다. 봄이 왔구나. 계절의 절정. 봄... 설레는 바람이 마음 속 한 구석을 비집고 들어왔다. 사람들은 왜 봄을 환영할까? 따듯해서? 나들이가기 좋아서? 등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아마도 화사한 꽃을 볼 수 있어서가 아닐까? 꽃은 그 자체로 생기와 화사함을 지니기도 하지만, 사랑의 메신저가 되기도 한다. 지금은 결혼 10년차... 엎드려 절받기로 결혼기념일에야 꽃을 신랑에게 받지만, 만난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부터 신랑은 종종 꽃다발이나 장미 한송이를 들고 곰돌이 푸우같은 얼굴로 내게 왔다. 꽃은 사랑을 고백하는데도 종종 쓰인다. 주로 사랑고백은 남성들이 많이 하고, 사랑에 빠진 남성은 여성에게 꽃을 선물하는 것을 좋아한다. 왜 그럴까?그것은 아마도 생의 절정을 지나가고 있는 자신의 여인의 모습을 꽃에서 보기 때문일 것이다.
옛 그림에서도 꽃은 사랑을 은유하기도 하였다. 부부간의 사랑, 가족간의 사랑 등 사랑의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연화도를 보면 가로로 긴 폭의 연꽃그림이다. 학이 노닐고, 물고기가 헤엄친다. 연꽃은 일반적으로 군자를 상징하며, 더러운 진흙에서도 고결함을 지켜, 깨끗하고 귀한 존재로 여겼다. 연화도는 통상적으로 알고 있는 고결함 보다는 사랑을 표현하였다. 꽃과 풀이 짝을 짓고 스킨십을 한 것은 작가가 연꽃을 통해서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이라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하고 싶었던 것이다.1) 꽃과 동물이 함께 그려진 화조화에서는 종종 짝을 짖는 동물들이 등장한다. (연화도)에서는 식물끼리도 사랑을 나눈다. 옛 사람들도 꽃은 사랑을 표현하는 가장 탁월한 상징물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삶에서 가장 화려하고 반짝이게 피어나는 때가 사랑하는 순간이다. 사랑하거나, 기쁜일들이 생길때, 인생에 봄이 왔다는 표현을 쓰는 것도 사랑할 때 가장 생기 있게 빛나기 때문이다. 주부들이 많이 배우는 취미미술에서 유독 꽃을 많이 그린다. 꽃이 아름다움에 본질에 가까워 보이기 때문이다. 젊은 여인과 꽃이 곧잘 아름다움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는 이유도, 젊음과, 싱그러움이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것으로 적절해 보이기 때문이다.
동시대미술에서 꽃 그림과 연애장면을 찾다가 문자도에서 그것을 발견하였다. 서은애의 (애정과 신뢰) 라는 작업이다. 전통문자도가 유교적 덕목의 실천을 장려하였듯이 서은애 역시 사랑과 믿음을 중요 문구로 내세웠다. 살펴보니 한자 사랑 애 가 표현하는 것은 남녀간의 사랑이다. 전통시대에서 임금과 신하의 관계, 부모와 자식의 관계, 형제간의 우애를 강조한 느낌이라면, 서은애의 애(사랑)는 남녀간의 사랑이 우선이다. 오른편에 남자가 여성에게 자그마한 들꽃을 선물하며 사랑을 고백한다. 여성은 웃으며, 그 꽃을 기꺼이 받는다. 물론 이 둘은 작가의 자화상이다.서은애의 문자도는 해와 달이 뜨는 산수를 지나 맨 위에 꽃이 있다. 역시 사랑에는 꽃만한 것이 없다. 봄이다! 마음껏 사랑할때다. 청춘은 꽃피고 조금지나 비가오고 열매가 맺힐것이다. 꽃이 시들기 전에 누군가 그리워 할 이가 생긴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