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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나 Oct 26. 2022

"직원을 뽑지 않는 걸 알지만, 입사하고 싶습니다"

바쁜 대학교 4학년의 나는 뭐에 이끌려 스타트업에 제 발로 걸어갔을까?

앞선 글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나는 약 2년 전이었던 2020년 5월부터 스타트업의 첫 직원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https://brunch.co.kr/@gift206/2


당시 나는 대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대혼란의 4학년 막 학기 학생이었다. 어떻게 연고도 없던 이 회사를 알게 되어 지원하게 되었고, 1년 반이나(?) 명예의 '첫 직원'으로서 일을 하게 되었는지 풀어보려고 한다. 회사를 알게 된 건 우연히 공모전 사이트를 뒤져보다가 알게 되었다. 그 해 겨울방학에는 여러 가지 하고 싶었던 공부들을 했다. 원래 경영이 아닌 산업디자인과에 가고 싶었던 꿈을 가졌기에 포토샵과 일러스트, 간단한 프런트엔드 웹코딩도 연습하던 중이었다. 이 '스킬'은 그림 그리는 것과 같아서 1개월만 손을 놓아도 리셋되어버리는 기술에 불과하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아서 써먹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공모전을 선택했고, 공모전 사이트에서 가장 상금이 높은 곳을 필터링했다. 그리고 내 눈에 들어온 공모전이 '라이프로그 시각화 공모전'이었다. 

공모전 제출서류 메일

'라이프로그'에 한 번, '시각화'에 한 번 꽂힌 나는 바로 스터디에 들어갔다. 바로 라이프로그에 대한 모든 걸 찾아보고(국내외 논문까지 다 찾아봤다), 공모전에서 요구하는 게 뭔지 분석했다. 라이프로그를 처음 들어봤던 나 같은 사람이 친근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UI를 귀엽게 구성했고, 수면습관과 관련된 중요한 지표 3개를 추린 뒤, 리포트를 심플하고 직관적으로 구성했다. 사실 공모전 자료에서 주가 되는 것은 UI보다는 내용 구성과 기획 부분에 가장 심혈을 기울여서 작성했다. 기획 의도는 '수면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 3가지의 3개월 추이를 seamless 하게 보여주어 스스로 수면의 질을 통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공모전에 제출한 자료 중 일부

1주일 만에 모든 분석과 기획, 알고리즘 로직, 애플리케이션 UI를 짜야했기에 굉장히 집중해서 작업했던 것 같다. 아마 이 공모전이 '모바일 기획'이란 것을 인생에서 처음 접하게 된 날이었던 것 같다.(서비스기획이라는 직무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이 때가 처음) 여기저기 구글링 해가며 모바일 기획서 구성을 하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재미있게 작업한 것을 인정해주듯 그로부터 몇 주 후, 운이 좋게도 단독으로 최우수상을 받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것도 10개 이상 팀 중 70% 이상의 압도적인 심사위원 지분율을 가지고.

라이프로그 시각화 공모전 최우수상

그런데 '그럼 내 아이디어가 그 이후 어떻게 되는 거지?'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과연 실현이 되기는 하는 건지, 실현된다면 그 과정이 어떨지 너무 궁금해서 회사에 지원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회사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공동 창업가로 보이는 5명의 프로필 사진만 있고 인재 채용 중이 아니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그럼에도 궁금증은 가시지를 않았다. 바로 이력서를 쓰고, 그 회사에 얼마나 관심이 있고 궁금한 지, 여기에서 뭘 하고 싶은 지를 강력하게 어필하면서 콜드 메일을 보냈다.


"직원을 뽑지 않으시는 걸 잘 알지만, 입사하고 싶습니다."

내 시상식이 있는 날 예비 직원으로서 행사를 도왔다

강력한 어필이 통했던 것인지, COO(1년 반 동안 계속 옆에 딱 붙어서 일했던 분)님과 1시간에 걸친 창과 방패의 대결 같았던 인터뷰를 통과하고, 대표님과 최종면접을 하고 인턴으로 6개월 간 일을 하게 되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COO님은 S전자에서 10년을 넘게 일했던 영업왕이었고, 대표님은 대한민국 손에 꼽는 대장암 명의였다. 의료계를 바꾸겠다는 포부를 가진 사람들과 일을 하며 정신적으로도 일적으로도 많이 배우게 되었던 값진 경험이었다. 나중에 경영진들과 친해지고 저녁을 먹으면서 왜 나를 뽑았는지에 대해 듣게 되었는데, 호기심과 포부를 가지고 리스크를 감내하고 뛰어드는 용기를 높이 사서 뽑게 되었다고 한다. 1년 반의 이야기는 정말 길지만 여기 브런치에 하나하나 풀어가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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