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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가화 Jan 28. 2024

특목고? 일반고? 종국엔 대학입시.

"이 맛에 사는 거죠. 아가씨~!"

올케언니의 들뜬 목소리가 나까지 기분 좋게 만든다.

내가 격하게 아끼는 첫 조카가 국제고에 입학했다는 소식에 나도 너무 신났다.

초등학교 저학년이던 우리 아들도 국제고를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불끈 용솟음친다.


조카가 국제고에 입학할 즈음엔 특목고의 인기가 무척 높았다.

최근엔 신중의 신이 '내신'이라는 말처럼 일반고에서 내신을 잘 받는 것이 많이 유리해지긴 했지만

그땐, 국제고나 과학고 자사고에 입학하는 것이 대학 입시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을 했던 때였다.


시간이 지나, 우리 아이들이 중학생이 될 무렵 대학생인 조카에게 물었다.

"국제고는 어땠어? 우리 아들도 국제고 보내고 싶은데..."

"고모. 전 내 인생에 있어서 고등학교 시절이 제일 암흑이었던 것 같아요."


선행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로 국제고를 입학한 조카는, 딴에는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항상 성적이 원하는 만큼 나오지 않는 것이 무척 힘들었다고 했다.


국제고나 과학고 자사고에 입학을 하는 아이들은 영어나 수학 두 과목 중 최소 한 과목은 경지에 오른 상태로 온다. 그런 특수 목적고에 입학해서 전교권의 성적을 유지하는 아이들은 영어 수학 두 과목 모두 당장 수능을 쳐도 1등급을 받을 수 있는 실력을 갖춘 아이들이라 생각한다.

모두 전교 1, 2등을 하던 아이들이 모였으니 내신 경쟁은 얼마나 치열할까.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등수가 적힌 성적표를 받은 아이들의 자존감이  책갈피 속 말린  단풍잎처럼 바스러져 버릴 것 같다.


큰 아들의 고등학교 선택에 있어서 고민이 많았다. 국제고를 보낼까, 일반고를 보낼까.

고민 끝에 선택한 곳은 국제고나 자사고만큼 잘하는 아이들이 모이는 곳은 아니지만, 그래도 중학교 성적이 상위 20%에서 30% 이내에 드는 아이들이 간다는 학교장전형고였다.

전교 1등만 모이는 학교가 아니니 내신을 비벼볼 만하다고 생각했고, 그래도 나름 공부에 뜻이 있는 아이들이 모이는 학교라서 분위기도 좋을 것 같았다. 내 나름 심도 깊은 계산을 한 결정이었다.

(그런데 1학년 1학기가 끝나고 내신으론 대학 못 간다고 정시파가 된 우리 큰아들).


작은 아들은 의대를 꿈꾸고 있어서, 의대를 많이 보낸다는 전국형 자사고 입학설명회를 다녀오기도 했었는데

물론 합격한다는 보장도 없었지만, 애초에 단념을 했다.

이유는... 집밥의 위력을 무시 못한다.라는 선배 엄마들의 충고도 있었지만 나는 집에서 먹이는 밥보다 집에서 자는 잠이 너무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내가 만드는 집밥이 학교 급식보다 맛있다고 절대로 자신할 수 없다)

결국 작은 아들도 형이 다니는 학교에 입학을 하기로 결정했는데, 작은아이가 입학할 땐 성적순으로 학생을 받던 학교장전형고에서 뺑뺑이 돌려서 가는 지방의 사립 일반고로 바뀐 상태였다.


큰 아이가 다닐 땐, 분위기가 지역자사고 느낌이었다면, 작은 아이가 다닐 땐 평범한 지방 일반고가 되었으니

의도치 않게 간접적으로 특목고와 일반고의 장단점이 뭔지 어렴풋이 알게 된 계기가 된 듯하다.

자사고나 국제고 과학고 같은 특수 목적고의 장점은 우수한 또래집단이 모여있고, 일반고와 다른 다양한 수업을 하며 학습 분위기도 너무 좋을 것이다. 대신 극악의 내신 경쟁을 치러야 하는 단점이 있겠지.

일반고라고 해서 내신을 따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특목고보다는 수월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모두가 열심히 하는 특목고와 달라서, 분위기에 휩쓸리는 아이라면 불리할 수도 있다.


두 아이의 입시를 치르며 내가 느낀 점은, 고등학교 선정에 있어서 아이의 성향을 잘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고

행여 내가 원하는 고등학교에 가지 못했다고 해서 슬퍼하거나 좌절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고등학교는 대입을 위한 중간단계라고 생각하고, 내 아이가 다닐 학교의 장점을 보고 장점을 극대화해서 입시 준비를 하는 것이 가장 영리하다.



아이가 예민한 아이라면, 홀로 떨어져서 기숙생활을 하는 특목고는 추천하고 싶지 않다.

우리 아이들이  다녔던 고등학교는 집에서 자차로 20분 정도 걸리는 곳에 위치해 있었는데, 버스를 타면 돌아 돌아가서 등교시간을 40분 정도는 예상해야 하는 곳이었다.

큰아들이 입학하고 한 달 동안 기숙사 생활을 했는데, 일주일 만에 만난  아들은 체중이 3킬로나 빠졌고, 다크서클은 배꼽을 향해 내려가고 있었다.


고등학생이 되면, 아이들이 중학생 꼬맹이 때와는 다른 엄청난 공부량과, 입시에 대한 부담감. 달라진 분위기 등에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았다.

큰 아들은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자기의 심장 뛰는 소리가 들린다며 밤에 잠을 한숨도 못 잘 지경이라고 해서 병원에도 다녀왔었다. 온갖 검사를 하며 내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중병에라도 걸린 것은 아닌가, 떨리는 마음으로 아들과 나는 의사 선생님의 입만 바라보았는데

의사 선생님이 따뜻한 목소리로 말씀하신다.

"고 1이라고?

'네"

"심장이 빨리 뛰어서 잠이 안 온다고?'

"네"

"그럼. 자지 말고 책을 펴서 공부를 해봐. 마음이 편해지면서 잠이 올 거야"

(우와. 명의!!!!  엄지 척!)

아들은 스트레스로 인한 불면증이었다.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던 듯하다.

이럴 때, 기숙사에 홀로 있었다면 아이가 감당해야 할 마음의 짐을 나누지 못했을 것이다.


그 이후로 아들을 졸업할 때까지 아침저녁으로 실어 날랐다. 아침에는 출근하는 아빠 편으로, 야간 자율학습이 끝나는 밤 10시엔 내가 가서 아이를 집으로 데려왔다.

큰아이가 고등학교 3학년이 되던 해에 작은 아들이 1학년이었으니 장장 5년이라는 시간을 학교에 아이들을 싣고 왔다 갔다를 했다. 나 정말 대단하다.


고등학교 입시에 너무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나의 결론이다.

일반고를 가든 특목고를 가든, 그곳에서 아이들이 감당해야 할 몫이 있다.  그걸 성실히 마지막까지 하는 아이들이 원하는 대학을 간다. 그러니 원하는 고등학교를 가지 못했다고 해서 너무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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