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우의 13번째 생일을 함께 축하해 주고 돌아오는 길, 돌쇠는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언제나 혼자서 생일을 보내야 했던 형우를 오늘 곁에서 함께 축해해줄 수 있어서 기뻤고 그것이 마지막이라 슬펐다. 사람들이 보건 말건 엉엉 울면서 길을 걸었다.
“아이고, 아가, 길을 잃었니?”
어린아이라고 생각한 머리가 희끗희끗한 멋쟁이 할머니가 다가와 물었다.
“아니요, 할머니. 아니요. 엉엉.”
“아이고, 그런데 왜 그렇게 울어? 엄마를 잃어버렸어? 이 할머니가 찾아줄까?”
돌쇠는 엉엉 울며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아, 꺽, 니, 꺽, 요, 꺽”
“아이고, 그런 것도 아니면 왜 그렇게 울어? 뚝 그쳐, 뚝. ”
할머니는 오색찬란한 핸드백에서 호박 사탕 하나를 꺼내 돌쇠에게 건네주었다. 돌쇠는 사탕을 받아 들고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러나 울음은 그쳐지지 않았다.
“할머니, 꺽, 저는, 꺽, 멀리 떠나요.“
“어이구, 어디를 가는데 그래? 어디 저 미국이라도 가는 거야?”
돌쇠는 흐르는 콧물을 들이키며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하늘나라요.”
할머니는 불쌍하다는 눈빛을 싹 거두고 눈에 노기가 가득해서 돌쇠 등을 짝 내리쳤다.
“어른 놀리면 못 써! 어이구, 요즘 애들은 진짜 못 하는 말이 없어. 어이구!”
할머니는 돌쇠를 한번 쏘아보고는 잰걸음으로 떠나갔다. 돌쇠는 하늘을 바라보며 눈물을 훔쳤다.
눈이 팅팅 부어 돌아온 돌쇠를 한조와 관우가 말없이 맞아 주었다.
“이제 돌아가자.”
한조가 말했다. 돌쇠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힘이 없는 돌쇠의 얼굴을 보며 관우는 한조와 눈을 마주쳤다. 관우가 애원하듯 한조를 향해 손을 모았다. 한조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관우가 신이 난 얼굴로 돌쇠에게 말했다.
“돌쇠, 네가 이렇게 슬퍼하고 힘이 없는 모습으로 있으면 형우가 얼마나 슬퍼하겠냐. 형우 보기에 부끄럽지도 않냐?”
“형우를 어떻게 봐. 이제 다 끝났는데….”
“우리 마지막으로 형우를 보고 가면 어때?”
돌쇠의 눈이 빛났다.
“그래도 되는 거야? 지금 바로 귀환해야 하는 거 아니야?”
한조가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
“규정상은 지금 바로 귀환해야지.”
“그런데 방법이 있는 거야?”
돌쇠가 기대에 찬 눈빛을 빛내며 한조를 향해 손을 모았다. 관우도 애원하듯 손을 모았다.
“방법은 없지. 그냥 무단으로 늦게 가는 수밖에. 다 같이 벌 받아야지….“
돌쇠는 순간 뭉클해져 한조를 얼싸안았고 관우도 겸연쩍어하는 한조의 어깨를 토닥여 주며 말했다.
“괜찮아. 다 돌쇠가 주동했다고 하면 되니까.”
돌쇠는 웃었다.
“그래, 내 핑계 대.”
다음 날, 아침이 되어 한조와 관우는 사람의 옷을 벗고 천사의 형태로 돌아와 있었다. 잠에서 깬 돌쇠가 방문을 열고 나고자 한조와 관우는 놀라며 말했다.
“그 꼬마 돌쇠는 어디 갔어?”
정해진 3개월이 끝나자, 돌쇠도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이었다. 셋은 하늘나라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으로 형우를 보기 위해 학교로 향했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과 아침부터 뜨겁게 내리쬐는 초여름의 햇살이 세상을 밝고 뜨겁게 비추고 있었다. 하늘을 날아가며 돌쇠는 학교를 향해 걷고 있는 형우를 발견했다. 한조와 관우는 형우에게 다가가는 돌쇠를 넉넉한 마음으로 기다리기로 했다. 어차피 늦은 거, 하늘에서 전령이 내려오기까지는 아직 한나절은 여유가 있을 터였다. 형우 곁으로 내려간 돌쇠는 지난 십여 년간 해왔던 대로 형우 곁을 지키며 함께 걸었다.
“우리 형우, 많이 컸구나.”
꼬마로 있을 때는 자신이 작은 줄로만 여겼다. 그러나 다시 수호천사로 돌아오니 옆에서 걷고 있는 형우의 키가 부쩍 큰 것을 알게 되었다. 형우는 늠름하게 길을 걷고 있었다. 전처럼 땅을 보며 걷지 않았다. 지나가던 아이들과 인사도 했다. 형우는 성장하고 있었다.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부쩍 커버린 형우를 흐뭇하게 바라보는 돌쇠의 눈에 따뜻한 빛이 감돌았다. 언제나 물가에 내어놓은 아기를 바라보는 것처럼 안타까운 눈으로 안절부절못해 가며 바라보기만 했던 돌쇠였는데 이제는 불안함이 아닌 기대하는 마음이 더 커졌다. 앞으로 얼마나 더 성장할까, 어떻게 커갈까, 어떻게 극복해 나갈까, 이제 형우는 스스로 잘 이겨나갈 것이다. 돌쇠는 형우와 함께 걸으며 형우가 앞으로 부딪히게 될 많은 역경을 좌절하지 않고 이겨나갈 수 있기를 기도했다. 따뜻한 빛이 등 뒤에서 둘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