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의 속보는 재난을 일상으로 만들었고, 심각한 얼굴의 시사 프로그램들은 공공의 '타개'를 외치는 한편 그들만의 지극히 사적인 '타도'를 맴돌았지만, 결국 나는 렌즈로 세상을 마주했다. 세상을 담아내기엔 너무 작고 치졸한 프레임이라고 생각했던 그 렌즈에서.
<유퀴즈온더블럭>이 꾹꾹 담아낸 그 세상은 작지만 소중했다. 좁지만 짙었다. 진실 너머의 진심들을 마주하게 해주었고, 그 순간 무너지고 말았다. 질병에 잠식된 일상을 홀로 잘 견디다보면 충분히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거라 믿었던 나를 무너뜨렸다. 정말 돌아가면 그만인 걸까.
<유퀴즈>가 담아낸 진심들은 나의 민망한 졸렬함을 적발했다. 재난의 일상화, 정치화에 모든 탓을 돌리고 싶었지만... 낙심을 핑계로 타인들을 타자화한 내 모습은 어느 햇빛으로도 지울 수 없는 수치스러운 그림자. 결국 나는 시인한다. 고통의 무게와 불편의 무게를 동일시하려 했던 나의 고장난 저울을.
단절된 일상을 공유하는 중에, 우리의 삶은 연결된다. 나의 섬과 타인의 섬은 온전한 별개의 뭍이지만, 같은 물을 공유하고 있음을 인지한다면 그저 나누어진 뭍이 아니다. 우린 하나의 물결을 나누고 있는 뭍'들'이다.
진정으로 응원한다. 치열하게 분투 중인 환자들을, 그들을 보살피는 지성스러운 의료진들의 손길을. 정성으로 기도한다. 일상으로 돌아가길 바라는 우리의 진심이, 결코 이 비일상의 영역을 홀대하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