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매일 아침 같은 길을 걷는다. 같은 자리에 같은 나무와 꽃을 만난다. 나뭇잎 색깔이 매일 다르다.
달랑 하나 달려있던 감이 매일 하나씩 둘씩 달려 일주일이 지나니 제법 주렁주렁 풍성하다. 은행나무도 노르스름한 색깔로 변하기 시작한다. 어느새 잎이 꽤 떨어져 버린 나무도 있다. 국화꽃이 노랗게 가득 피어있다.
자연은 1초도 멈추지 않는다. 세월처럼... 인간은 어떠한가... 코로나 19로 많은 사람들이 지쳐간다. 문을 열었던 장소들은 문을 닫았고 모이는 사람들이 만남을 자제한다. 세상이 변하고 환경이 변하니 따라서 변할 수 있는, 변할 수밖에 없는 것들이 변한다. 변한다는 말은 '무엇이 다른 것이 되거나 혹은 다른 성질로 달라지는 것'을 말한다. '달라진다'는 것은 전과는 다르게 변함을 의미한다. '전', '후'가 다른 것이다.
(노랗게 변하는 잎)
무언가를 가장 달라지게 할 수 있는 것 중의 하나가 '돈'이다. 가난했던 사람이 부자가 되면 많은 것이 달라진다. 물질적으로는 물론 정신적으로도 달라질 수 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돈은 힘을 가지고 있다. 변화시키는 힘! 요즘 TV를 틀면 그야말로 '트로트 열풍'대세임을 실감한다. 눈에 띄는 장면이 기억난다. 가장 인기몰이중인 트로트 신인가수들이 대선배 가수, 장윤정에게 출세에 관해 조언을 구한다. 이에 장윤정은 '엄청난 부가 이루어지면서 많은 것이 달라질 텐데, 그로 인해 중심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 고 조언한다. 필자도 백퍼 공감이다. 물론 오랜 무명시절이 있었다지만 갑작스러운 인기와 돈은 폭탄처럼 위험하며 중심을 잃기에 충분한 요인이기 때문이다.
재산이란 것은, 인간의 도덕적 가치나 지능적 가치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확고한 인간의 수중에 있다면, 그것은 유력한 연장이 될 수 있다. ㅡG. 모파상ㅡ
지난 1일 채널 다이아 '재부팅 양준일 EP-21번째, 부제는 '양준일에게 궁금한 10가지'이다. 그중 흥미로운 질문에 주목한다.
제작진: '슈가멘이후 양준일은 변했나요?'
양준일: ''슈가맨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너무 가난한 삶을 살다가 지금은 여유로운 삶을 살고 있는데, 나는 내 자신을 지켜보고 있어요. 내가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
(자신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지켜본다는 양준일)
양준일의 돈에 대한 생각은 이렇다.
''돈은 자신을 노출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어요.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더 사랑할 수 있고 누군가에게 악을 행하려 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이 돈의 힘이라고 생각해요.''
필자는 드라마 매니아다. '돈'이 결부되지 않는 이야기는 거의 없다. 돈의 힘으로 무고한 자가 살인자가 되고, 반대로 살인자가 무죄로 돌변하는 반전들이 식상하기까지 하다. 얼마나 허무한 일인가.
양준일은 과거에 가난했던 그의 삶이 여유로움으로 바뀌었지만 그에 따라 자신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매일 지켜본단다. 두서에 언급했듯이 변해감은 '전', '후'의 다름이 있어야 하고 '전'을 알아야 다름을 알 수 있다. 자신을 알아야 한다는 전제가 성립한다.
자신을 안다, 영어의 'awareness' 인식이다. 인식하려면 자신을 쳐다봐야 한다. 거울에 비추인 외형이 아닌 내면의 마음을 올바르게 보는 것이다. 코로나 19로 실외에서 운동이 자제되고 집안에서 운동할 것이 권장된다. 몸을 사용하는 운동 전에 잠시 눈을 감고 호흡을 정리하면 마음이 평안해진다. 불교에서 말하는 '수행'까지는 아니지만 '명상'을 행해본다.
(국화차 한잔과 마음챙김)
1979년 미국의 매사추세츠 대학교 의과대학의 존 카밧 진 교수(Jon Kabat-Zinn)는 자신을 올바르게 인식할 수 있는 훈련법, MBSR(Mindfulness-Based Stress Reduction)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로 인해 국제적으로 'Mindfulness' 개념이 전파된 것인데, 우리말로 '마음 챙김'이라 표현한다. 필자는 '매 순간순간 제대로 집중해야 함'에 주목한다.
... 우리의 삶이 순간 속에서만 펼쳐진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매 순간순간 제대로 집중하지 못할 경우 우리는 우리의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들을 놓치게 될 뿐 아니라, 우리의 성장 가능성과 변화 가능성이 얼마나 무궁무진 한지도 깨닫지 못하게 된다. 《왜 마음 챙김 명상인가? 존 카밧진》
나이가 들어가면서 '순간'에 집중하려고 노력한다. 아니 어쩌면 젊었을 땐 몰랐던 '순간'의 소중함이 떨어지는 낙엽처럼 사라져 버릴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서일지도 모른다.
재부팅 제작진의 '나이'에 관한 질문에 양준일이 답한다.
제작진: ''나이가 들어가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양준일: ''내가 20대에는 뭘 다 아는 줄 알았어요. 내가 나이가 들면 들수록 아무것도 모르는구나라는 것을 깨닫게 돼요. 그래서 더 배우고 싶고 더 깨닫고 싶고 뭐가 중요한지가... 어느 회사에 가서 무슨 일을 하냐가 중요한 게 아니고... 내가 어떻게 변해가냐가 중요한거에요. 내 아이가 살면서 무슨 일을 하느냐 무슨 고생을 하냐가 중요한 게 아니고 인생에서 무엇이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인지를 알아가는 게... 인생에서 아픔 없이 고생 없이 가는 인생은 아무도 없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재벌집 아들이어도... 인생의 과정에서 내가 얻는 게 무엇인지를 잘 봐야 할 것 같아요.''
아들이 이제 6살이라는 양준일. 아이가 세상에 온 지 6년밖에 안됐는데... 천재 아이로 앞서가는 것보다 오히려 기저귀를 늦게 떼던 말을 더디게 하던 아이가 스스로의 속도에 맞게 자라길 바란다고 한다.
그의 말에 공감한다. 얼마나 많은 부모들이,
아이의 다소 빠름을 '천재'라 좋아하는가. 혹은 다소 느림에 과한 염려를 하는 가.
캐나다에 있는 딸 같은 아들이 거의 매일 안부를 전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다가 자기 일을 해본다고 준비 중이다. 아들이 자신의 속도대로 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간혹, 노파심과 조바심으로 다그침을 하기도 하는데, 아들의 속도를 지켜봐야겠다. 믿음으로 묵묵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