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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보영 Jan 27. 2022

엄마와 돌팔이 의사와, 나의 치통


치통이 시작되었다. 처음 앓는 고통이다. 이가 아파봤자, 몸의 백분의 일의 영역인데 치통쯤 뭐 그리 고통스럽겠냐?고 했던 모든 생각이 뒤엎어졌다.

아픈 어금니를 주변으로 얼굴 반쪽에 심장이 한 개 더 생긴 느낌이다. 쿡쿡 찔러대는 망치질이 심장의 박동과 함께 리듬질 치고 있다.     


지금 당장 모든 일을 제쳐두고 치과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을, 진통제 두 알로 달랬다. 당장 숨을 못 쉬고, 열이 나는 것이 아니면 일정을 미루고 병원 가는 일을 마치, 스스로에 대한 나약함의 검열인 것처럼 생각되는 것은 쉬지 않고 달려왔던 40 평생 생각의 습관일 테다.


 “며칠 더 견뎌보다 안되면 가야지” 하고 혼잣말을 내뱉었다.     



아마도 초등학교 1~2학년 때 즈음으로 기억한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왔는데, 괴상하고 희귀한 광경을 목격했다.

'학교 다녀왔다'는 말을 꺼내기가 무섭게 어디선가 들어봤지만, 여기서는 듣지 말아야 하는 소리가 귀에 와 닿았다. 


“징징징~~ 치치치~~”


현관과 마주 보며 맞닿아 있는 안방에서 들리는 소리와 함께 내가 본 것은, 방 한가운데에 '마치 머리자를 때 둘렀었던 하얀색 가운'을 바닥까지 걸친 엄마가 의자에 앉아있는 것이였다.

그리고 엄마 옆으로 허리를 엉거주춤하며, 낑낑대며 한 남자가 내 엄마의 입안에 알 수 없는 기계를 집어넣고 괴롭히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나는 순간 “엄마~~~!!”하고 울었고 그 뒤에 상황이 지금은 생각나지 않는다.      


어린 나의 생각에 저것은 분명 치과에서 의사 선생님이 해야 되는 것인데.. 그럼 저 남자는 의사인가????부터 시작해서, 왜 집에서 이 치료를 해야 해????? 하는 여러 가지 궁금증이었다.     

그러나 몇 달 전부터 이가 아프다고 했던 엄마의 말이 떠올랐고, 치과치료를 받기에는 집안상황이 매우 안 좋았었던 그 당시의 형편까지.. 어리다 해도 전혀 모를 수  없던 일이었지만, 그때는 그냥 모르고 싶었나 보다.     


그날 밤, 선잠을 자다 깨서 들은 엄마의 통화는.... ’ 지금이라도 치과를 가고 싶지만, 그래도 그 남자(돌팔이!! 치 기공사라고 훗날 들었다.)에게 준 돈이 아까워서 그냥 계속할까?‘ 하며 푸념하는 대화였다. 엄마의 통화소리는 나와 언니에게 잔소리하던 그때 그 말투 그대로였지만, 왠지 울고 있는 것 같이 듣겼다.  


다음날 아침 나는 엄마에게 “치과 가”라는 말을 던지고는 등교를 했다. 그러나 그날도 다음날도 그 남자는 엄마의 이를 치료하기 위해 이마에 땀인지 기름인지 모를 것을 반들반들 흘려가며, 엉거주춤 허리를 굽히고 내 엄마의 이를 치료하고 갔다. 어린 나는 그 남자가 너무 싫고 미웠다.     



아마도 그때 아낀 돈은 내 준비물이 되었을 거고, 식탁 위에 반찬이 되었을 거고, 쓴소리를 웃으며 들어야 했던 밀린 방세가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6~7 년 전 엄마는 임플란트를 했다. 그간 치주염에, 위아래 교합이 맞지 않아 고생한 몇십 년의 보상처럼 엄마는 무척이나 좋아하셨다.      


그런데 엄마는 임플란트를 시술하고 그때의 설움이 지워졌을까?     


나는 아직도 그때의 기억과 감정, 설움과 남루함, 그리고 이유를 알 수 없는 창피함이 아직도 생생한데....


그때의 내 기억은, 엄마의 희생 어린 사랑으로 바뀌어져 기억되어 있어야 할 텐데 나는 “엄마는 왜?”라는 생각이 아직도 남아서, 내 아픈 치통과 함께 대상을 알 수 없는 누군가 에게 마구 화가 났다.     


그래서 머리를 감고, 옷을 입고, 지갑에 카드를 확인한 후 가방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말했다. 

“엄마 치과 다녀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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