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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게 이런고야 (3)

급식

by 최병석

맘카페 회원인 아내가 요즘 아이들 급식문제로 한 마디 한다. 어린이 집 다니는 아이가 편식이 심한데 도시락을

싸 줘도 되느냐는 글을 올렸다는 것이다. 어린이 집의 급식 중 절반이상의 메뉴가 아이의 입맛에 맞지 않기 때문에 거의

날마다 울면서 급식을 해결해야 해서 어린이 집에 가기를 꺼려 한다는 것이다. 의견은 어땠을까?

반대의견이 다수였다.

그 아이의 나쁜 습관은 다른 대다수의 아이들의 예외로 작용할 개연성이 있기 때문에 허락하면 안된다는 의견이다.

이런 단체생활을 통해 아이가 때로는 불편도 감수해야 하고

입맛에 맞지 않아도 참고 먹을 수 있도록 지도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대다수의 아이들도 먹기 싫은 것을 억지로 꾸역꾸역 먹고 있는데 한 아이가 날마다 입맛에 맞는 반찬과 밥을 싸가지고 온다면 너도나도 도시락에 매달릴것이라는 논리였다. 딴은 맞는 말이긴 하다...


언제부터인가 <급식>이라는 말이 우리 아이들한테 없어서는 안될 말이 되어버렸다. 나이를 먹은 내 입장에서

바라보는 <급식>은 <부실한 배고픔의 땜빵>혹은 <먹고 난 이후의 한 따까리가 두려운 일상>더 나아가서 <부잣집 아이들의 허세>이거나 <한번쯤 여유롭게 먹고 싶은 기다림>

정도였다. <급식>이라는 말은 없었다고 해도 무방했다.

<급식>이라 함은 형편이 어려워 도시락을 준비하기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나눠준 < 빵과 우유>를 통칭하는 단어정도.

세 살 위 누이가 아직 미취학 동생을 위해 점심시간에 나눠준

<급식>을 아끼다가 집까지 싸가지고 왔다. 먹을 게 귀했던

그 시절의 빵과 우유는 동생한테는 커다란 횡재(?)였겠지만

사실 누이는 배고픔을 동생의 기뻐할 모습과 맞바꾼 셈.

먹을 것이 부족하기는 누이나 동생이나 진배없었을 터인데

단지 누이 라는 이유로 그 배고픔을 참으며 가방속에 소중히

싸 가지고 동생에게 헌납(?)하기를 수십번 반복했었다.

그러다가 너무도 배가 고팠던 누이가 그 <급식>을 다 먹은 채

빈 가방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가방을 열어 본 동생은 크게 실망하고 동네가 떠나갈듯 울어댔다. 난감해 하며 눈물을

글썽이던 누이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지금까지도.


그때의 그 <급식>과 지금의 <급식>은 너무나 다르겠지만

먹을 것이 부족해 발을 동동 구르며 배고픔을 해결하기위해

닥치는대로 입으로 가져가던 그 모습이 불현듯 떠 올라

끄적여 보았다. 풍족한 지금이 참으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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