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최근에 대통령이 라면값 2000원을 언급하며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였다는 기사를 접하고 나니 새삼 라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라면이 이렇게 비쌀 일이야? 한 마디씩 내뱉는데... 정말 많이 비싸지긴 했다. 라면은 있는 사람들은 몰라도 서민들에겐 배고픔을 잊게 해주는 <고마운 지우개>다. 단돈 100원도 없어서 돼지 저금통을 털고 난 후
비빌만한 언덕이며 올라설 수 있는 고지로 함께 해왔다.
요즘엔 어떨까? 마트마다 별도의 라면코너가 생길 만큼 종류도 많고 맛도 다양하다. 물론 가격도 천차만별이고 고급진 라면도 등장했다. 또 컵라면은 어떤가? 간단히 뜨거운 물만 부으면 한 끼 식사가 가능한 것들이 즐비하다.
예전 같으면 꿈에서나 일어날 일들이다. 예전엔 겨울을 나기 위해 이런저런 준비를 해야 하는 필수품목이 몇 있었다.
쌀 한 가마니, 연탄 백 장, 라면 한 박스... 그 외에 김장김치나 짠지, 동치미, 오이지등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
이었는데 이 품목 중에 유독 눈에 띄는 게 바로 <라면 한 박스>였다. 먹을 게 궁하던 때인지라 이 라면은 아이들의 표적이었다. 끓여 먹을 때의 맛도 좋았지만 생라면에 스프를 솔솔 뿌려 부숴먹는 재미가 좋았다. 더군다나 엄마 몰래 먹는 생라면은 긴장감이 더해져 더욱 맛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한 끼 식사를 위해 계산된 식량을 간식으로 순삭해 버리는 <새끼들의 짓거리>는 요즘으로 치면 <등짝스매싱감>쯤 되겠다. 그리고 당시의 라면은 좀 더 저렴하게 <덕용포장>이었었다. 한 포장지에 대여섯 개씩 생라면이 옷을 벗은 채 까발려져 있었기 때문에 누군가 그 비닐을 찢어버리기라도 한다면 그야말로 온 가족의 한 끼가
달지 않지만 짭조름해 맛있는 과자로 사라지기 일쑤였다.
그런데 그 시절의 사람들 모두의 생각과 행동이 나와 닮았는지 아예 생라면을 끓여 먹는 게 아닌 과자로 만들어 출시하더니 여전히 인기리에 판매 중인 듯하다.
먹을 게 궁 하고 배고픔에 시달릴 때 이를 해결하고 난 뒤의
감동은 세월이 지나도 잘 잊히지 않는다. 특히 내 경우에는
돌을 씹어도 소화가 될 것 같은 나이, 금방 먹었는데 뒤돌아서면 배가 고팠던 20대 군시절 이야기다. 군에서는 훈련도 많고 또 다른 영내 작업이 끊임없이 이어지기 때문에 사실 세끼 식사는 늘 부족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이를 보충하기 위해서 무언가를 먹어줘야 하는데 그 무언가의 끝판왕은 단연코 <라면 끓여 먹기>였다. 식당 외엔 취사가 금지된 마당에 적당한 그릇도 없고 불도 없고 발각되면 영창.
월동용 화목작업을 위해 산속을 헤매던 동기놈 4명이 모여
작당을 했다. 코딱지만 한 구멍가게에 들러 라면 20개, 네모난 식용유 깡통 하나로 취사개시. 깡통을 냄비 삼아 라면 20개를 한꺼번에 투하, 게걸스럽게 5분도 안돼 해 치웠다. 배도 부를 만도 했지만 다 먹고 나서도 서로를 바라보며 입맛을 다셨던 기억이... 요즘 군인들은 월급도 많고 PX에도 먹을 것이 쌓여 있으니 그럴 일은 없을 터. 라면에 얽힌 이야기를 굳이 끄집어 내고야 말았다.
라면은 몸에 해롭다는 의견도 많다. 그리고 아예 입에도 안 대는 분들도 많다. 그런데 나는 지금도 하는 이야기가
<라면은 항상 옳다>이니 어쩜 좋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