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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이런고야 (4)

건빵

by 최병석

요즘 주변에 <1000원 빵집>이 많이 보인다. 한때 동네 빵집들을 밀어내고 우후죽순처럼 늘어났던 프랜차이즈 빵집도 쇠퇴기에 접어들었는지 문을 닫거나 영업장 축소가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다. 경기가 어려워 그러려니 했지만 알고 보니 고급빵들이 비싼 값에도 날개를 달고 천지사방에

이름값을 날리고 있는 중이다. 이 와중에 대형마트에 대용량건빵이 진열되어 있다. 흡사 대형견의 사료로 연상되리만큼 묵직한 시멘트포장처럼 종이포대 속에 고이 숨어있는 건빵의 모양은 보리라는 건강함을 뒤집어쓴 채

<먹을 테면 먹어봐라>를 시전하고 있었다. 요즘 아이들도

건빵을 먹어봤을까? 저런 대용량의 건빵이 팔리기나 할까?

궁금하던 차에 건빵을 진열하던 직원에게 질문을 쏟아부었다.

"그걸 누군가 사 가니까 진열을 하겠지요?"

"거 조금씩 나눠서 팔든가..."

그런데 반전이었다. 의외로 잘 나간다는 것이다. 특히 업소용으로 이만한 게 없다며 오히려 질문하는 나를 이상하게 쳐다본다. 경기가 어려우니 서비스로 내놓는 기본템으로 아주 그만이라는 것이다.


건빵도 빵의 종류? 소싯적에 금복주그림이 그려져 있는 10원짜리 건빵을 사 먹었던 기억이 올라온다. 내용물의 양이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10원짜리 지폐로 건질 수 있는 간식 중

그나마 수량이 제일 많았었다. 10원짜리 건빵을 사면 우리 세 남매는 꼭 셋으로 나눠 먹어야 했었다. 사실 그 당시에 10원으로 살 수 있는 간식의 종류는 몇 안되었었다. 기껏해야

눈깔사탕, 뽀빠이나 라면땅 그리고 건빵, 10원을 더

얹어줘야 자야 같은 좀 더 고급진(?) 과자를 사 먹을 수 있었다. 10원짜리 건빵의 개수는 기껏해야 서른 개가 안 되었지만 셋이 나누니 대략 9개에서 10개 정도는 되었었다.

그 소중한 빵을 한 개도 아니고 열개씩이나 차지하게 되었으니 나름 행복했었다. 그러자니 그 건빵 하나로 별짓을 다했었다. 반으로 잘라먹기도 하고 건빵 조금 베어 물고 별사탕 하나 깨물어 먹고, 물에 불려 먹어도 보고 연탄불에 구워 먹기도 하고 기름에 둘둘 볶아도 보고...


그런데 그 어릴 적 아껴먹던 건빵을 군에 가서는 전투식량이라고 부르며 위기의 때에 살기 위한 꼭 필요한 먹을 것으로 밥대신 먹어야 했었다. 간식의 개념을 벗어난 주식의 개념이고 맛보다는 안 먹으면 배가 고프니 먹어야 하는 <유효기간의 지우개>가 되어야만 했었다. 전쟁등 위급한 때를 위해 비축해 둔 건빵의 유효기간이 도래하면 그걸 버리기 아까우니 모든 군인들이 먹어서 없애야지 어쩌겠는가? 물론 지금은 많은 종류의 전투식량이 개발되어

영양과 입맛 하다못해 유효기간까지 다 잡아내고 있다는 좋은 소식이 들리기는 하드라만...


암튼 어릴 적 기억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군시절 밥대신 먹었어야 하는 그 건빵을 가지고 이런저런 별짓을 다 했던 기억들도 있으니 <먹을 것에 대한 진심>은 예나 지금이나

말리기 어려운 소소한 행복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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