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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이런고야 (2)

자전거

by 최병석

요즘 자전거가 넘쳐난다. 웬만한 집치고 집에 자전거 한 대 없는 집이 없을 정도니 말이다. 너무나도 흔해서 그런건지 집 근처 대로변에도 타다가 내 버려둔 자전거가 부지기수다. 허긴 먼 데까지 갈 필요도 없다. 아파트내 자전거 거치대를 봐도 임자없이 방치되고 있는 자전거가 비일비재하다. 그렇다면 이젠 다들 자전거를 문제없이 잘 탈 수 있다는 얘기일까? 자전거 뒤를 봐주며 넘어지지 않도록 붙잡아 주던 아빠의 존재는 잊어버려도 된다는 걸까?

"뒤에 아빠가 붙잡고 있으니 너는 앞만 보며 페달만 있는 힘껏 밟으면 된단다.자! 앞으로 고고씽!"

넘어질 듯 비틀거리던 자전거는 아빠를 굳게 믿고 밟아댄 신뢰를 힘입어 앞으로 앞으로 전진하겠지! 물론 어딘가 이상해서 뒤를 돌아보면 자빠지던 자전거의 두려움.

"아빠!이게 웬 사기여?"

"사기가 아니고 너 혼자 거기까지 나간 것만을 보거라"


또다시 <라떼 야그>다. 필자가 어릴 때는 본인 소유의 자전거는 꿈도 꿀 수 없는 어려운 소망중의 하나였다. 정 자전거가 타고 싶다면 학교앞 문방구에서 돈을 내고 빌려 타야했다. 그러나 수중은 물론이고 부모님께 얻을 수 있는 돈은 이미 한계치를 넘었다. 친구들의 빌린 자전거를 어떻게든 한번쯤 빌붙는게 전부였다. 그러다가 어떤 때는

그저 부러움에 가득찬 눈으로 이리저리 쫒아 다니다 허망하게 귀가한 적이 많았었다. 나도 남들처럼 자전거를 원없이 타고 싶었다. 그러나 내가 자전거를 소유하게 될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그러자니 한동안 내관심은

온통 자전거, 자전거에 꽂혔다. 자연히 이런 기도가 나왔다.

'주님! 저도 자전거를 맘껏 타게 해 주세요'

하도 간절하게 매달리는 기도를 해대니 듣고있던 주님께서

응답을 허락하셨다. 자전거를 실컷 타게 해주셨다. 자전거에 꽂혀 눈이 뒤집힌 나에게 이웃집 아저씨의 커다란 짐자전거를 눈에 띄게 해 주신거다. 어린 나는 용감하게 이웃집 아저씨께 부탁했다.

"저 아저씨! 부탁이 있는데요,저 자전거를 좀 타게 해 주시면 안될까요?"

"아이고 이눔아!저 자전거는 어른이 타기에도 힘이 드는 자전거예요 위험해서 안됩니다."

"네,아저씨 저도 그거 잘 아는데요 페달사이로 발을 집어넣고 타면 탈 수 있어요! 제발 타게 해 주세요"

안된다고 하셨던 아저씨가 난감해 하시더니 마지못해 조건부로 허락을 하신다.

"이거 너무 위험하니 큰 길에서는 안되고 뒷길에서만 다니고

만약 타다가 사고라도 나면 그 책임은 내가 안질꺼고 그 다음부터는 못타는거다?"

일단의 허락을 받아낸 나는 신바람이 났고 그 크고 무거운 짐자전거를 페달사이로 한쪽발을 낑겨 넣은 채 철커덕 철커덕 내 마음대로 날마다 싫증이 날 때까지 탈 수있었다.

그러고보니 지금의 자전거타는 실력은 그 때의 경험에 기인한 것이 확실하다. 기도의 소망으로 완성된 꿈의 실현.

내 수중에 내 집안에 자전거가 없이도 <자전거를 실컷 탈 수 있게 되기>는 정말 마법처럼 이루어졌다.

내 집에 자전거가 없어 타고 싶은 욕구를 해소하지 못하는 자들이여! 구하라,얻을 것이요!

빈 자전거가 널려있다.그렇다고 무턱대고 남의 자전거에 손을 대면 <절도범>의 길에 들어선다.우리나라 사람들이 다른 것들(일테면 노트북,핸드폰,카메라등)엔 손을 안 대는데 유독 자전거에만(?) 손을 대는 이유가 뭘까?


혹시 어릴적 나같은 욕구가 해소되지 않아서?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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