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쁨의 평준화

제6장 : 정의

by Skybl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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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로 보이지 않는다는 말로 보기 좋게 바람맞고, 무작정 예뻐지겠다고 시작한 여정. 단순하지 않지만 간단한 이야기였다. 여자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예쁘지 않다는 말과 다를 게 없다고 생각했다. 분명 그때는 그런 의미였을 것이다.


예뻐지겠다는 결심을 한 후 다이어트를 시작했고, 무작정 손에 잡히는 대로 옷을 샀으며, 얼굴에 화장을 하다가 성형에까지 손을 뻗을 뻔했다. 결국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이 두려웠는지 수술은 하지 못했고, 다이어트와 패션 그리고 화장은 기세좋게 시작은 했지만 금세 제자리로 돌아오는 속도가 너무도 빨랐다.


변명이 필요했다. 예뻐지고자 덤볐던 모든 시도가 보기 좋게 실패하고 스스로가 한심하다 못해 비참하다고 느껴진 순간, 그래서 예쁘다는 게 무엇인지. 그게 모호하니 이 지경이 된 게 아니냐며 무고한 하늘을 향해 삿대질이라도 날리고 싶었던 거다.



예쁘다는 게 대체 무엇이냔 말이다.



이런 말을 꺼낼 때마다 어쭙잖은 정답을 가지고 어설프게 내 앞을 막아서는 이들이 있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니 누가 누구를 예쁘다고 생각하는지 그 기준도 저마다 다를 거라고. 내가 예쁘지 않은 게 아니라 나를 예쁘게 봐주는 이를 아직 못 만난 것이라고 말이다.


위로의 말 감사합니다. 하지만 그 말을 곧이곧대로 듣기에는 제가 너무 오래 살았나 봅니다.


나도 한 때는 예쁘게 봐줄 상대를 못 만난 것이라 생각했다. 아니 그리 믿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느 순간 반복된 경험이 쌓이다보니 운명의 상대를 만나지 못하는 야속함을 탓하기보다는 운명의 상대조차 해 주지 않는 이 상황을 냉정하게 직시해야 함을 깨달았다.



외모는 얼마 안 가. 성격 좋은 여자애들이 인기 많지.


이런 말을 하는 사람 치고 여자 친구 얼굴이 이상한 경우를 본 적이 없다. 정작 본인은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나 본데 외모가 괜찮은 사람이고 나서야 성격이 보이는 건 아니냐고 대뜸 따지고 싶은 걸 꾹 참았다.

성격론이 나오면 허무함이 밀려와 더 힘이 빠지곤 한다. 어디서 성격 이상하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는 내가 이런 험한 일을 당하는 건 자기 성격이 어떤지도 제대로 알지 못한 소시오패스의 한탄이란 말인가?



여자는 좀 튕기는 매력이 있어야지.
여우같이 말이야.
넌 너무 곰 같아.
솔직하게 다 말하고 그러니까
매력이 떨어져서 그런 게 아닐까?



이 말이 제일 난해했다. 튕기라니요.

저는 공이 아니거든요. 느낀 바를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게 사람을 가볍게 보는 구실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이 따위 일들을 겪고 나서 비로소 깨달았다. 도덕 시간에 배웠던 정직과 성실의 미덕은 죄다 개나 줘버렸어야 하는 건가.


조금 여성스럽게 웃어보는 건 어때?
너 웃음소리가 너무 깨잖아.
그리고 말 너무 똑 부러지게 하는 것도
기가 세 보여서 남자 기죽어서 피한다고 하더라.



남자들은 자기한테 져 주는 여자를 좋아한다는 말은 듣기는 했지만 옛날 일인 줄 알았더니 XY성염색체의 본능은 어쩔 수 없는 것인가? 여성스럽게 웃는 것은 어떤 웃음이지? 여성이 웃으면 여성스러운 거 아닌가?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억지야.


예쁨의 정의는 저마다 다를 수 있음에 동의한다. 허나, 대개 예쁘다는 말로 기대하고 바라는 이미지는 크게 다르지 않다.


내가 예쁘다고 생각하는 그녀, 너도 예쁘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예쁨이 모든 것을 휘두르는 만능은 아니다. 허나 사람이 가진 것 중에 가장 힘들이지 않고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힘을 가진 것은 외모뿐이다. 심지어 다년간 쌓아온 우정, 신뢰, 노력 이 모든 것을 무색하게 할 정도의 파괴력을 보여줄 때도 있다.


문득 이런 생각에 다다르자 지금껏 예뻐지려 했던 모든 노력이 허망해졌다. 아무리 노력해도 나는 예뻐질 수 없을 거다. 모두가 예쁘다고 생각하는 그 이미지로부터 한참이나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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