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 화장
의욕 넘치게 시작했던 예쁨을 향한 여정은 역시 만만치 않았다. 살을 빼겠다는 시도부터 제대로 성공한 게 하나도 없지 않나. 이렇게 작심삼일로 끝나 버릴 일이라면, 3일 걸러 한 번씩 다시 하면 되겠지 하고 야심차게 종목을 변경한다. 다이어트, 패션, 그 다음으로 뛰어든 것은 화장이었다.
혼자라면 못했지만, 유 선생님이 함께 했다. (유재석 아님) 사실 무슨 옷을 살까 고민할 때도 유튜브를 자주 찾아봤는데, 그때마다 메이크업 유튜브 영상이 알고리즘을 타고 올라올 때가 있어 종종 시청하곤 했다.
화장의 세계는 패션과는 또 다르게 다채롭고 신비로웠다. 솔직히 옷은 입으면 멋있다, 예쁘다 정도의 느낌이었는데 화장을 잘해놓으면 '같은 사람 맞나'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놀라웠다. 호그와트 학교에 추천장이 안 날아오나 싶을 정도로 화장 변신술을 구사하는 이들이 이렇게 많을 줄이야.
메이크업 유튜버들도 저마다 콘셉트가 있다 보니 무쌍들을 위한 화장이라든가, 아니면 사각턱을 위한 화장이라든가, 여러 가지 화장법을 구사했다. 알려주는 대로 따라하기만 하면 나 또한 변신할 수 있을까 하며 꼼꼼하게 옮겨 적고 실천해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뭐든 쉽게 되지 않았다. 화장을 하기에 손기술이 서툰 것도 있었지만, 그들이 화장을 시연할 때 쓰는 화장품이나 화장도구가 없어서 그런가 싶기도 했다. 전에 패션 유튜버들의 말만 듣고 옷을 샀다가 여러 번 낭패를 본 적이 있어서 쉽사리 그들이 쓰는 화장품을 그대로 따라 사거나 하지는 않았다. 역시 연습 부족인가 싶어서 틈틈이 연습도 이어갔지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다.
초조했다. 계속 뭘 해도 잘 되지 않는 답답함을 억누르며 화장만큼은 어떻게든 빨리 잘하고 싶었다. 유 선생님의 가르침만으로는 아무래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1대1 원데이 메이크업 클래스를 신청했다. 2시간 남짓에 11만 원이나 하는 내 딴에는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하고 화장을 배웠다. 가지고 있는 화장품을 활용해서 편하게 그런대로 있어 보이는 화장을 할 수 있도록 알려주었다. 거울에 비친 낯선 나를 바라보았다. 강사는 무척 예쁘다고 침이 마르도록 떠들어댔지만 어쩐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다음에 신청한 것은 데일리 메이크업 강좌로 일주일에 한 번씩 가는 것인데, 3개월 과정이라 연습해 볼 시간도 충분하고 여러 가지 화장법을 익힐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았다. 매주 다른 콘셉트의 화장을 배우면서 이렇게 다양한 화장술이 있다는 것에 새삼 놀라기도 했지만 사실 더욱 놀라웠던 것은 무슨 화장을 해도 그다지 달라지지 않는 내 얼굴이었다. 화장한 모습을 보고 다들 예쁘다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지만 그저 피부가 뽀얗게 보이는 것, 눈이 조금 더 또렷해 보이는 것일 뿐 전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고작 이 정도의 변화를 바라며 마음고생, 몸 고생을 했나 싶어 허무함이 밀려왔다.
실력이 부족해서일까? 본판이 별로여서일까? 아니면 더 수준 높은 화장술을 배우지 못해서일까?
어느 날 강사가 내 얼굴에 눈 화장을 시연하는데 시험 삼아 쌍꺼풀이 있는 것처럼 눈에 라인을 짙게 그려주었다. 그러자 전과 다르게 굉장히 흡족한 표정을 지어 보이자 강사가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이런 걸 좋아하시나 봐요. 자기 눈이 아닌 모습을."
그랬다. 나는 화장으로 더 나은 모습이 되기를 바란 게 아니었다. 전혀 다른 모습, 변신술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확 달라진 모습을 바라고 있었다. 그러니 어떤 화장술을 배워서 연습한다 한들 성에 찰 리가 없었다. 아무리 해도 가진 얼굴 자체를 바꿀 수는 없기 때문이다. 화장으로 없던 것을 있게 만드는 방법이 있긴 하지만 그건 결국 티가 났다. 화장으로서 할 수 있는 것에 한계가 보이자 의욕이 점점 사라졌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화장 연습도 게을리하고, 화장을 하지 않고 다니던 전과 같은 일상으로 금방 돌아와 버렸다.
그리고 어느 날, 나는 성형외과 상담 대기실에서 가슴을 졸이며 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