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 성형
벼르고 벼르었던 일을 이제서야 저지르기로 결심했다. 고민만 하는 것은 어제의 나로 족하다. 이젠 실천만이 나를 변화시킬 것이다. 미인은 용기 있는 자가 쟁취한다면, 미인이 되는 것은 과감하게 실천하는 자에게 허락된 일이리라.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예약하셨나요?”
“네...”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이게 뭐라고 그렇게 떨리는 거지. 매일 아침 30여 년간 데리고 살았던 얼굴을 바라보며 세상 떠나가라 한숨을 자셨던 내가 아닌가. 그럼에도 성형외과 의사와 마주하는 일은 그리 달갑지만은 않았다.
“네, 들어오세요. 어떤 고민으로 오셨나요?”
“쌍꺼풀을 하면 어떨까 하는데, 하고 나면 원래 얼굴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기도 해서요.”
실천해보리라 결심은 했지만, 뭔가 불안하고 찜찜했다. 지금 얼굴이 마음에 안 드는 것은 확실하지만 고친 얼굴이 지금보다 나으리라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눈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으세요?”
“제가 눈이 좀 사납다는 말을 듣기도 하고 별로 이쁜 눈은 아니라 늘 콤플렉스가 있었어요. 그리고 요새는 쌍꺼풀은 수술도 아니라고 하니까 하면 바로 변화를 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눈, 코, 입 중에 그나마 눈이 제일 나은 거 같은데”
“...”
의사는 말문이 막혀있는 나에게 안경을 벗으라고 한 후 현재 내 눈의 상황이 어떠하고, 어떠한 쌍꺼풀 수술이 가능한지 지금껏 수술한 환자들의 사진을 보여주며 수술 후 변화할 수 있는 모습이 어느 정도일지 짐작할 수 있게 해 주었다. 눈꺼풀이 많이 쳐져있는 바람에 눈의 힘이 아니라 눈썹의 힘으로 눈을 뜨게 되면서 눈썹이 자꾸 들리는 현상이 있다는 것, 그리고 눈에 힘을 주는 데 차이가 있었는지 양쪽 눈썹의 비대칭이 심하다는 것, 미용의 목적도 있지만 쌍꺼풀 수술을 하게 되면 덮여있던 눈 지방을 제거하여 전보다 편하게 눈을 뜨고 감을 수 있다는 것 등을 안내해 주었다.
“쌍꺼풀 수술하면 제 모습이 전 보다 나아질까요?”
“이렇게까지 자세히 설명해 드리는 것은 하면 지금보다 나을 것 같아서예요. 해도 안 될 것 같으면 애초에 수술을 권하지 않아요.”
의사는 쌍꺼풀 수술을 권했다. 나의 마음은 서서히 확신의 영역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의사가 이 정도까지 확신에 차서 이야기하는 거라면 쌍꺼풀 수술은 내 인생에 빛을 선사할 기념비적인 사건이 될 것이다.
“나머지는 상담실에서 더 자세히 안내해 줄 겁니다.”
“네, 감사합니다.”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정중함과 예의를 갖추어 인사를 하고 상담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나를 마주한 상담실장은 눈에 선명하고 자연스러운 쌍꺼풀을 가지고 있었다.
“원장님과 상담 잘하셨죠? 원장님께서는 눈에 처진 살이 많아서 매몰로는 금방 풀리게 될 가능성이 있으니까 절개로 하실 것을 추천하셨네요.”
“아, 네 그런데 실례지만 쌍꺼풀 이 병원 원장님께 수술받으신 건가요? 제가 너무 그리던 이미지의 눈이라서.”
“환자분들이 자주 물어보시긴 하는데, 저는 수술한 눈이 아니라 원래부터 쌍꺼풀이 있는 눈이에요.”
상담실장은 매몰로 했을 경우 비용과 절개로 했을 경우의 비용 그리고 회복기간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듣고는 있는데 내 눈은 설명을 듣기보다 상담실장의 눈을 쳐다보기에만 급급했다.
“수능 끝나고는 고3 친구들 수술 예약이 많아서 그 전이나 후로 예약을 해 주시면 좋아요. 회복기간 고려해서 휴가도 일주일 정도 잡아두시는 게 필요할 거예요.”
“네.."
생각보다 적극적이지 않은 내 모습을 보며 이런 말도 덧붙였다.
“성형은 꼭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니까 많이 고민해보시고 결정하세요. 급하게 서두를 필요는 없으세요.”
상담비 만 원을 지불하고 병원을 걸어 나오며 주머니 속 핸드폰을 무심히 꺼내 들었다.
친구 1)
“야, 그냥 하지 마. 차라리 할 거면 피부과가 낫지.”
친구 2)
"요새는 눈은 수술도 아니야, 티도 안 나고 수술하고 바로 출근할 수 있을걸?
가족 1)
“뭘 그렇게 고민해? 아무리 망쳐도 지금보다 낫지 않겠어?"
가족 2)
"눈이 문제가 아닌데, 코는 어때? 기왕 할 거 둘 다 같이 해라."
수없이 많은 이들의 조언 속에 과감하게 수술 예약을 잡기만 3번, 하지만 모두 그 전 주 혹은 전날에 취소 연락을 했다. 심지어 위약금을 물면서까지.
예쁘고자 했던 마음이 엄살이었던 것도 거짓이었던 것도 아니다. 다만, 성형은 다른 것들과 달라 다시 돌아올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두려웠다.
그리고 마음 한편에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예쁘고자 했는지, 예쁘다는 게 정녕 무엇인지 알다가도 모르겠는 답답함에 분노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