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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kyblue Apr 09. 2022

슬기로운 공주 읽기 1탄 : 백설공주_14

14화 : 사신단 호송

[지난 줄거리]

자작나무 숲으로 들어가는 길목에서 도망칠 준비를 하고 있던 백설은 그만 독충에 물려 쓰러지고 만다. 열을 내리기 위해 윌리엄은 백설이 입고 있던 거추장스러운 옷을 벗겨내고 있었다.

그 주변에서 백설을 구출할 기회를 엿보고 있던 라오스 일행은 윌리엄이 하는 행동을 보고 흥분하는데 갑자기 화살이 날아와 윌리엄이 맞고 쓰러지는 걸 목격한다.

화살에 쓰러진 윌리엄 주변에 아르델 문양의 깃발을 가진 병사 무리가 에워싸고 있었다.


14화 : 사신단 호송 


—-



백마를 탄 기병 부대가 반으로 갈라서면서 그 사이에서 활시위를 어깨에 멘 필립이 걸어 나왔다. 벌레라도 씹은 것처럼 혐오와 불신이 가득한 표정으로 윌리엄을 노려보았다.


“어리석은 윌리엄… 여봐라, 저 계집과 윌리엄 왕자 모두 포박하여 아르델 왕국으로 호송하라.”


윌리엄은 어깨에 박힌 화살을 빼내고 필립을 향해 걸어갔다.


“필립, 헤이온은 지금 독충에게 물려서 얼른 열을 내려야 해. 무슨 일을 도모하려는지 모르겠지만 사람이 살아야 뭐든 할 수 있지 않겠어?”


“헤이온? 저 계집이 한 말을 순진하게 믿다니… 어릴 적 총명하던 윌리엄도 이제 다 한물 간 이야기로구만. 이븐 왕국에는 샤를 남작이라는 자는 없어. 당연히 헤이온도 없지. 어디서 근본도 없는 계집에게 제대로 속아서는...부끄러운 줄 아시오. 윌리엄 왕자.”


“그게 무슨..?”


“저 계집은 샤를 남작의 딸 헤이온이 아니라고. 어디서 굴러먹던 계집이 살아보겠다고 제법 그럴듯한 거짓말을 내뱉었나 본데 거기에 제대로 넘어간 거지. 아르델 왕국에 먹칠을 하는 건 여기까지 해 두지. 여봐라, 길을 서둘러라.”


—-


한편 이 모든 광경을 먼 발치에서 지켜보고 있던 백설의 친구들은 사태가 커져 어떻게 손쓸 방도를 찾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아르델 왕국으로 쫓아가서 백설을 데려오자. 이대로 끌려갔다간 정말 죽어.”


레아가 눈물을 글썽이며 말을 꺼내자, 미뉴에트와 파울도 심각한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그나마 가장 침착한 것은 라오스였다.


“지금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백설을 구하고 싶은 마음은 모두가 똑같아.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신중해야 해. 이 문제에 백설 하나만 걸려 있는 게 아니야. 아르델 왕국과 이븐 왕국 그리고 피오나 왕국 세 나라의 운명이 달려있어.”


“언제 어떻게 백설이 잘못될 줄 모르는데 여기 죽치고 앉아서 뭐 하는 거야.”


성미가 급한 도나우가 라오스의 말을 끊고 신경질을 냈다. 하지만 라오스는 숨을 가다듬고 다시 말을 이어갔다.


“지난 상황과 오늘 일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있어. 지금 아르델 왕국에 내부 분열이 있는 것으로 보여. 잘 비집고 들어가면 유리한 상황으로 판을 뒤집을 수 있을지도 몰라.”


“그러고 보니 화살을 쏜 녀석이 윌리엄이랑 보통 사이가 아닌 듯했어. 둘째 왕자인가?”


솔르가 고개를 끄덕이며 라오스의 이야기에 말을 덧붙였다.


“또 한 가지는 아르델의 정보력이 아직 백설 공주의 실체를 잡는 데까지 닿지 못했다는 거야. 아마 백설은 잡혀갔을 당시에 어떻게든 자신의 신분을 속였을 거야. 그게 들통이 나서 다시 잡혀간 것일 테지만 백설 공주라고는 생각도 못할 거야.

왕비님이 철저하게 백설을 베일에 가려두었던 게 한몫을 했어. 심지어 이븐 왕국 사람들도 백설을 본 사람이 거의 없으니까 하지만 워낙 영향력이 큰 나라이고 언제 어떻게 백설의 실체가 알려질지는 시간문제야.”


이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라오스는 갑자기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면서 약간 민망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리고 실은 그게 말이지…”


라오스는 그동안 자신에게 있었던 일을 친구들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첫 번째 왕자 윌리엄의 쌍둥이 동생으로 태어나 죽을 뻔했다가 외삼촌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 일, 왕자의 신분이지만 단 한 번도 성 안에서 살아본 적이 없었던 일, 외삼촌이 현재 아르델 왕국의 성에서 말단 관리로 일을 하고 있으며 그간 정보를 얻을 수 있었던 것도 백설에게 자작나무 숲에서 회동을 알린 일도 모두 외삼촌을 통해서 이루어졌음을 말했다.


“이젠 놀랍지도 않다. 자 다들 마지막 기회야, 다른 나라 왕자 공주 있으면 얼른 손들어 이제 또 걸리면 그때는 가만 안 둔다!”


솔르가 한 사람씩 얼굴을 들이밀며 친구들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래서 말인데 … 지금부터는 우리가 흩어져서 행동해야 할 것 같아. 물론 떨어져 있는 만큼 서로의 소식을 전하는 게 힘들어지지만 한쪽에 모여 있다가 다른 한쪽에서 벌어지는 일을 대처하지 못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자. 다들 어떻게 생각해?”


“나는 찬성!”


가장 먼저 솔르가 대답했다. 뒤 이어 파울과 도나우가 손을 들었고 미뉴에트와 레아도 서로의 눈치를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우선 나는 외삼촌을 통해 성 내부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으니 아르델 왕국으로 갈게. 이븐 왕국에 갈 사람?”


“내가 갈게!”


파울이 손을 들었고 레아와 미뉴에트가 파울과 동행하겠다고 했다.


“피오나 왕국은 나랑 솔르 확정이네?”


“안 그래도 시리우스 보고 싶었는데 잘 됐네!”


“좋아, 그럼 나는 아르델 왕국, 파울과 레아, 미뉴에트가 이븐 왕국 그리고 솔르와 도나우가 피오나 왕국으로 가는 거야. 우선 도착하는 대로 나라의 상황을 정리해서 서신으로 보내자. 사람을 쓰면 늦어도 하루 이틀이면 닿을 거야. 그렇게 수시로 서로의 상황을 주고받으면서 모두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


여섯 명의 친구들은 그렇게 각자에게 주어진 임무를 가지고 흩어졌다.


—-


한편 피오나 왕국에서는 자작나무 숲을 지키던 경비병에게 급하게 전갈이 들어왔다.


“아르델 사신단이 가던 방향을 돌려 본국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소식을 접한 피오나 공주가 피오나 국왕의 집무실로 발걸음을 서둘렀다.


“아버지, 아르델 왕국의 기류가 심상치 않습니다. 애써 피오나 왕국 코앞까지 와서 사신단을 돌리다니요. 아르델 왕국 내부에서 갈등이 벌어진 건…”


“나도 그리 생각한다. 윌리엄 왕자는 안하무인이긴 했어도 자기가 가진 패를 다 드러내는 자였는데…이와 전혀 다른 성정을 가진 자라면 애초부터 싸움의 판을 다시 짜려고 들 것이다. 우리가 모르는 자국의 약점까지도 들추어낼 수 있으니 긴장을 늦추어선 안 된다.”


“제가 이 나라를 꼭 지켜내겠습니다. 아버지..걱정하지마시옵소서.”


“공주, 네게 많이 미안하구나. 일찍이 왕비를 먼저 보내고 지금껏 왕비의 자리를 지켜 온 너가 아니더냐. 너무 애쓰지 말 거라. 이 왕국보다 너와 시리우스가 더 소중하다. 너희를 버려가면서까지 지킬 만한 게 아니다.”


“아버지.. “


피오나 공주는 왕의 무릎에 머리를 조아리고 하염없이 울었다.



—-


윌리엄 왕자와 백설을 포박한 필립 왕자의 부대는 윌리엄 사신단이 사흘 걸려 온 길을 하루 반나절로 단축시켰다.


독충으로 크게 열이 올랐던 백설은 다행히 열이 내려 의식이 조금씩 돌아왔는데 이번에는 윌리엄에 화살을 맞은 곳에 치료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피를 많이 흘려 상태가 좋지 않았다.


“국왕 폐하, 윌리엄 왕자와 계집을 잡아왔습니다.”


아르델 국왕은 둘 다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잡혀온 꼴을 보고 혀를 끌끌 찼다.


“쓸모없는 놈 같으니라고.. 너를 기어코 써먹은 후에 저 세상으로 보내줄 것이다. 감히 이 나라를 거역하고 허튼짓을 꾸미다니.. 여봐라, 우선 두 사람을 감옥에 가두고 적절한 치료를 해 주거라. 그리고 의식이 돌아온 후에 다시 내 앞에 데려다 놓아라.”


백설과 윌리엄은 아르델 왕국 지하 감옥으로 끌려갔다.


“필립, 네가 이 왕국의 마지막 희망이다 명심하거라.”


필립은 아르델 국왕을 향해 예를 다하고 그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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