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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kyblue Apr 16. 2022

슬기로운 공주 읽기 1탄 : 백설공주_21

21화 : 선포

[지난 줄거리]

피오나 공주로 변장한 시리우스 일행이 아르델 왕국에 도착했다. 시리우스의 모습에서 국왕은 물론 윌리엄과 필립은 12  마리아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필립은 시리우스에게 정략결혼에 응한 일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한껏 비웃어주려 했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 기꺼이 정략결혼을 이용하겠다는 말에 크게 당황한다.

백설은 왕비의 죽음을 듣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만 싶었다. 하지만 공주라는 이름 뒤에서 뒤로 물러서려고만 하는 비굴한 모습을 돌아보고 진짜 자신과 마주하기로 결심한다.


21 : 선포 


—-



“뭐? 감옥에 갇힌 계집이?”


“네, 국왕 폐하와 직접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간 청하였사옵니다.”


지하 감옥에서 끌려 나온 백설이 아르델 국왕 앞에 내팽겨 쳤다. 누더기가 된 옷, 며칠 째 제대로 먹지 못해 볼 안쪽이 움푹 파여 해골을 방불케 했다. 그저 눈빛 하나만 매섭고 날카롭게 빛날 뿐이었다.


그곳에는 아르델 국왕은 물론이고 필립 왕자와 윌리엄 왕자 그리고 시리우스와 솔르 도나우도 있었다.


시선을 다른 곳에 둘 여유가 없었다. 백설은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들어 국왕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제가 이븐 왕국의 백설 공주입니다.”


순간 정적이 흘렀고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른 채 서로를 마주 보며 눈치를 살필 뿐이었다.


시리우스와 솔르, 도나우는 놀란 기색을 감추려 애를 썼지만 쉽지 않았다.


“네 까짓 게 백설 공주라고? 여봐라, 거울을 가져오너라.”


필립은 거울을 가져와 백설 앞에 세워두었다. 필립은 백설 앞으로 걸어가 거울에 비친 백설의 모습을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비아냥거렸다.


“붉게 부스스한 이건 머리카락이더냐? 피부색은 또 왜 이리 까무잡잡한 게나? 이게 어딜 봐서 공주의 모습이라 할 수 있겠느냐?”


도나우가 주먹을 불끈 쥐고 앞서 나가려는 걸 솔르가 붙잡았다.


윌리엄은 말리려 저도 모르게 일어섰다가 혹여 일을 그르치게 될까 입술을 질끈 깨물고 두 눈을 감았다.


국왕은 예전부터 자신의 감을 신뢰하는 편이었다. 윌리엄과 같이 잡혀왔을 때 지저분한 빨강 머리에 제멋대로 생긴 모습에 혀를 끌끌 지만 그 아이의 눈을 바라보면 뭔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전율이 있었다.


어떤 생각으로 이런 일을 벌이는지는 알 수 없으나 예삿일은 아닐 터였다. 국왕은 짐짓 태연한 척 말문을 열었다.


“네가 나에게 백설이라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겠느냐? 지금껏 입을 꼭 다물고 있다가 대뜸 백설 공주라고 하면 어찌 당황하지 않겠느냐. 네가 공주임을 보여라.”


“어떤 걸 보여야 제가 백설 공주임이 증명되는 것이겠사옵니까?”


“이븐 왕국에 대해 말하면 되지 않겠느냐? 공주가 아니면 알 수 없는 게 있지 않겠느냐?”


“그런 것이라면 이븐 왕국의 신하가 더 잘지 않겠사옵니까? 그런 게 공주를 증명하는 일이라면 왕자님이 이븐 왕국 대신들과 결혼하는 편이 낫지 않겠사옵니까?”


“저 계집이 어디 앞에서 입을 함부로 놀리느냐? 폐하, 상대할 가치도 없는 계집입니다. 제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백설의 의외의 당돌함에 묘하게 유쾌함을 느낀 국왕은 크게 웃기 시작했다. 한참을 박장대소하더니 표정을 정색하고 말을 이어갔다.


“어찌 알았느냐? 사실 내 편에서는 백설 공주보다 이븐 왕국 신하와 결혼시키는 편이 더 편하다. 그럼에도 백설 공주가 아니면 안 되는 이유를 알려주랴? 그건 백설공주와 정략결혼을 맺었기 때문이다. 백설 공주의 가치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때 성 밖 경비병으로부터 급히 들어온 서신이 왕에게 전달되었다. 왕은 서신을 받아 들더니 서신의 내용과 백설 공주를 번갈아 보더니 낯빛이 심각하게 변했다.


“이븐 왕국에 백설 공주가 돌아왔다는구나”


필립은 당연한 일이라는 듯 차갑게 백설을 노려보았다.


백설은 눈을 감은 채 몸이 휘청거리다 결국 바닥에 엎어져 쓰러지고 말았다. 윌리엄이 몸을 일으켜 움직이려는 걸 필립이 막아서며 사람을 불렀다.


“어딜 나서. 여봐라, 저 계집을 다시 감옥에 처넣어라.”


백설 공주가 이븐 왕국에 돌아오지 못한 상태에서 제가 일을 당하게 되면….아주 잠시만 여러분이 공주를 대신해 주세요. 체구가 미뉴에트 양이 비슷할  같네요.
백설이 성에 있을  입는 옷은 전혀 무리 없이  맞을 거예요. 피부는 조금 어둡게 화장해 주세요. 아주 잠깐이라도 시간을 벌어두면 무엇이든 다시    있는 여유와 용기가 생길지도 몰라요.


미뉴에트가 백설처럼 치장을 하고 이븐 왕국 신하들 앞에 서있다. 죽은 왕비를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하면서도 마지막 약속을 지켜내며  자리에 버티고  있는 모습을 왕비가 어디선가 지켜보고 있을 것만 같았다.


이븐 왕국 신하들은 막상 공주를 앞에 두고 이때라는 듯 질문을 퍼부었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지냈으며, 어떤 병을 앓았고, 어떻게 회복하고 어느 길을 따라 왕국에 도착했는지를 꼼꼼하게 물었다. 미뉴에트는 준비한 대로 신중하게 답변했다.



미뉴에트가 백설을 대신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르델 왕국에서 서신을 보냈다. 자신을 백설 공주라고 주장하는 계집이 있는데 이븐 왕국에게 열두 명의 사신단이 백설 공주를 데리고 아르델 왕국으로 와 주길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이븐 왕국은 큰 혼란에 휩싸였다. 백설 공주에게 쓸데없이 질문을 늘어놓는 것보다 속히 방문을 서두르는 게 낫다고 판단하여 분주하게 사신단을 꾸리기 시작했다.


—-


아르델 왕국에서는 국왕과 필립 윌리엄 셋이 심각한 얼굴로 방금 전 일어난 일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잔뜩 열이 오른 필립이 먼저 말을 꺼냈다.


“국왕 폐하, 속지 마시옵소서. 저 계집이 죽음이 두려워 망언을 늘어놓았을 뿐입니다. 저에게 맡겨주십시오. 지금 당장 고문을 해서라도 저 계집의 정체를 밝히겠사옵니다.”


국왕은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곱씹어 보았다. 감옥에 갇혀 있는 있던 계집은 백설 공주와 은밀이 연을 통하고 있는 왕자로 오해받아 이곳에 잡혀왔다. 하지만 왕자 옷을 입고 있을 뿐 여자아이라는 게 들통났고 알아서 조용히 처리하라고 생각했다.


윌리엄은 며칠 후 저 계집을 왕자로 변장해 피오나 왕국과 이븐 왕국을 협박하고 오겠다고 했다. 미덥지 않게 생각하고 있지만 윌리엄의 속내를 떠 보기 위해서 국왕은 그 말도 안 되는 제안을 일부러 허락했고 뒤를 추적했다.


사신단을 빌미로 궁을 떠나 정략결혼을 파기하려 했던 윌리엄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고 저 계집은 다시 잡혀 성의 감옥에 갇혔다.


왕은 물리적으로 정신적으로 이븐 왕국을 완벽하게 무너뜨려 자신의 손아귀에 넣어야만 했다. 백설 공주만이 이를 가능케 하는 존재였다.


“백설 공주는 이븐 왕국의 신하들과 논의하여 결정할 것이다. 그때까지 감옥에 갇혀 있는 계집에게 절대 손대지 마라.”


—-


시리우스는 아론과 약속도 하지 않고 무작정 지하감옥 입구를 향해 내달렸다. 드레스 허리춤에 달려 있는 리본이 풀리는 바람에 발을 헛디뎌 그 자리에 넘어지고 말았다. 손바닥에 피가 났다.


시리우스는 손으로 허리춤에 달린 리본을 잡아 뜯어내고 바닥에 던졌다. 그리고 다시 가던 길을 향해 내달렸다.


이 장면을 먼발치에서 보고 있던 필립은 시리우스가 떠난 그 자리에 떨어진 리본 끈을 집어 들었다. 시리우스의 피가 희미하게 묻은 리본을 두 손에 올려두고 조심스레 코에 갖다 댔다. 익숙하고 그리운 향기에 몸이 파르르 떨렸다.


“여봐라, 피오나 공주가 지금 어디에 가서 누구를 만나는지 알아봐라.”


지하감옥 입구에 서서 시리우스는 간수에게 귀에 달린 귀걸이 한 짝을 빼내어 손에 쥐어주었다.


“공주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어서 돌아가세요.”


“제발 잠깐이면 돼요. 금방 들어갔다가 얼굴만이라도 보고 나올게요.”


간수는 쩔쩔매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 울며불며 매달리는 간수는 갑자기 크게 헛기침을 하면서 문을 두드렸다.


시리우스는 간수를 밀치고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백설이 갇혀있는 지하 감옥 통로 안쪽 끝으로 발걸음을 서둘렀다.


감옥에 가까이 다가가자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 걸음 소리를 조심하며 천천히 걸어갔다. 갑자기 시리우스는 가던 걸음을 멈추었다.


그곳에는 백설의 두 손을 부여잡고 눈물을 흘리고 서 있는 윌리엄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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