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피할 수 없는 고민

전성희 <통일한국 제1고등학교, 2017>

by Skyblue

1. 미국 대선을 바라보며


2020년 11월은 미국 대선으로 떠들썩하지? 자국의 대통령을 뽑는 것도 아닌데, 전 세계가 선거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어. 단 하루에 승부를 가릴 수 있는 우리나라 대선과 달리 영토가 넓은 미국이다 보니까 엎치락 뒤치락 긴장감을 늦출 수가 없었어. 그런데 아무래도 승리의 여신은 바이든 후보의 손을 들어준 것 같아. 이제는 조 바이든 당선자라고 해야 하나?


대선을 계기로 다양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부딪쳐가며 살아가는 게 국가라는 걸 새삼 느끼게 돼. '통일'이라는 말은 단순히 국가 체제가 하나로 합쳐지는 것을 의미할 뿐일 테니까. 각자의 처지와 입장이 다르니 갈등은 끊이지 않고, 서로 그 안에서 누가 주도권을 가져야 하니 매번 주기적으로 승부를 내야만 하는 거야. 공식적이고 합법적인 과정, '선거'로 말이지.


가족이 외식 한 번 하려고 해도 누구 입맛이 나을지 말이 많은데, 수백만수천만 혹은 억 단위의 사람들이 함께 모인 국가는 어련할까.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던 것처럼 '인간은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동물'이라서 끊임없이 우위를 겨루는 일을 멈추지 않지. 모르긴 몰라도 '선거'가 없었다면 서로 치고받고 싸우는 육탄전이 끊이지 않았을 거야.


'통일'이라는 말이 너희들에게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다. 내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통일'이라고 하면 당연히 남한과 북한의 통일을 말하는 것이었어. '통일'을 이루는 것은 지상명령으로 반드시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으로 교육받았던 것 같아. 그런데 요새는 '통일'이라는 말보다 여기저기 짤 사진으로 돌아다니는 김정은 북방위원장의 후덕해지는 턱살이 더 공감의 소재가 될 것 같구나. 그나마 지난해 방영했던 <사랑의 불시착>이라는 드라마가 크게 인기몰이를 했다는데 북한에 대한 호기심이 조금은 늘었으려나?


2. 통일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다.


통일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나라가 '독일'일 거야. 그런데 독일의 통일이 '사고'였다는 거 알고 있니? 당시 분단된 동독과 서독 모두 통일을 위한 생각은 공유했지만 당장 강행할 생각은 없었다고 해. 그런데 막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사회주의통일당 대변인 귄터 샤보프스키가 기자회견을 하는 과정에서 전달받은 내용을 잘못 전달하는 사건이 벌어진 거야. 원래 발표는 "동서독 국민들의 여행 허가에 대한 출국 규제가 완화가 진행될 예정"이라는 내용인데, 기자회견 이후 시점부터 즉시 규제가 철회된다는 것으로 발표를 해버린 거지. 흥분한 동서독 국민들은 베를린 장벽으로 달려가 벽을 부수기 시작하고, 이 사태를 막을 수가 없게 된 양국 정부는 갑작스럽게 통일을 맞이하게 된 거야.


<통일한국 제1고등학교>는 '갑작스럽게 벌어진 통일의 상황'에서 이야기를 펼쳐가. 북한이 정치적 경제적 어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내부 붕괴를 하고 남한에서는 예기치 못한 통일 사태에 직면하게 된 거지. 남한 정부는 독일 통일의 전례를 밟지 않기 위해 남과 북을 물리적으로 합치지 않고 '선 통일 후 통합'의 길을 선택하게 돼. 그리고 그 시범으로서 남북한 사람들이 함께 거주하며 살아가는 인큐베이터로서 '통일시'를 만들게 된 거야. 통일시에는 최초로 남과 북의 학생들이 함께 공부하는 학교로서 '통일한국 제1고등학교'가 개교 되어.


통일한국 제1고등학교는 남과 북의 학생들이 100명 남짓 등교하고 있고, 아직 시범 단계이기 때문에 현재는 1학년 3개 반만 운영하고 있어. 학교에서는 이 학교를 대표할 학생회장 선거 공고문을 내걸고 선거활동이 시작되지. 남과 북의 아이들은 갑작스럽게 통일이 된 나라에 완전히 적응을 하지 못하고 물과 기름처럼 갈라지기 시작했어. 통일에 대한 감격과 서로를 향한 호기심은 얼마 가지 못하고 불편함과 어색함, 서운함으로 남한 아이들끼리, 북한 아이들끼리 뭉쳐 다녔던 거야. 이 상황에서 벌어진 '선거'라면, 당연히 어느 쪽에서 회장이 나오느냐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었어.


남쪽에서 세 명의 아이, 그리고 북쪽에서 세 명의 아이가 후보로 나오는데, 남쪽에서는 선거에 이기기 위해 후보 단일화를 하고, 북쪽에서도 선거 후보에 나섰다가 내부 갈등이 벌어지면서 후보가 교체되고 바뀌기를 반복하지. 최종적으로 남쪽에서는 두 명의 남자아이가, 북쪽에서는 한 명의 여자 아이가 남게 되고, 북쪽의 여자아이가 회장으로 당선되는 것으로 이야기가 마무리 돼. 사실, 이 소설은 선거의 전 과정이 담겨 있는 것은 물론이고, 선거 후보로 나왔던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과 그 아이의 가족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 아이들을 돕는 선생님들의 사연이 함께 어우러져 통일이 되면 어떤 일들이 벌어지게 될지 어느 정도는 짐작해 볼 수 있는 거리들이 많아. 무엇보다 강하게 남는 것은 '통일'이라는 '사건'이 결코 완전한 '통일'됨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는 거야. 그래서 통일 직후 얼마나 많은 갈등이 일어날 수밖에 없고,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까지 얼마나 많은 이해의 시간이 필요할지 생각해보게 돼.




3. 꼭 통일을 해야 하나?



매년 국가에서는 청소년들의 '통일 인식'이 어떤지 조사를 한다고 해. 2019년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통일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55.5%, 전년도에 비해 7% 이상 하락해서 국가적으로 우려가 적지 않은 것 같아. 아마 올해는 코로나, 온라인 수업, 하나에서 열까지 분주하고 정신없기 흘러가 버린 1년이니 통일에 대해 일말의 생각을 품는 것조차 사치였을 수도 있지. 내년 통계는 더 부정적으로 나오지 않을까 싶어. 솔직히 작년 통계도 의심해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너희들이 정말로 그런 생각으로 응답한 것인지, 한 번도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 없다가 갑작스럽게 질문을 받고 그저 하는 것이 안 하는 것보다 낫겠지 하는 가벼운 생각으로 응답을 했을 것도 같거든.


선생님이나 부모님 세대만 해도 학교에서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를 부르고, 6월 25일 전쟁을 기념하는 날에는 통일 글짓기 대회 같은 걸 열어서 학생들의 통일 의식을 고취하는데 심혈을 기울였어. 사실 이런 통계를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또 우려하는 주체가 바로 이런 교육으로 자라난 세대들의 문제의식이거든. 어른들은 언제인지는 알 수 없어도 반드시 통일이라는 것은 '해야만 하는 것'의 당위의 영역에서 '통일'을 고려하고 있거든.


통일을 꼭 굳이 해야 하냐고 묻는 아이들이 많더라. 나 또한 너희들을 가르치면서 통일에 대해 진심을 담아 긍정적으로 답변하는 친구들을 본 친구들은 거의 못 봤던 것 같아. 애써 같은 민족이니까 하면 좋지 않을까라는 미온적인 답변이 긍정을 이루는 대부분이었고, 학을 떼며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내 보였던 아이들은 자신들이 어른이 되어서 짊어지게 될 통일세와 같은 실질적인 부담이 너무도 싫다며 솔직하게 말했어. 생각해보니 같은 민족이라고 해서 꼭 같은 나라로 통일이 되어야 하는 것 같지도 않네. 미국과 영국도 사실 같은 민족이었는데 독립 전쟁하고 떨어져 나와서 아예 다른 나라가 되어 각자 잘 살아가고 있잖아. 또 오스트리아와 독일도 사실 같은 나라였는데 분리해서 또 잘 살고 있고, 같은 민족이라서 통일을 해야 한다는 이유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4. 통일을 고민해야만 하는 이유



독일의 통일은 과연 성공 사례로 언급될까? 독일 내에서도 통일을 두고 아직까지 논란이 많다고 해. 경제 격차가 4배 정도 차이가 났던 동독을 서독이 흡수하는 형태로 통일하게 되면서 경제기반이 흔들리고 한동안 그것을 극복하느라 애를 많이 먹었지. 그리고 35년 정도의 분단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체제가 달랐던 동서독 국민들은 서로 너무도 달랐고 이해하지 못하는 것 투성이었어. 결국 그것이 악감정이 되고 지역감정으로 남아 있어. 지금까지도 동독 지역과 서독 지역에는 그러한 지역감정으로 서로를 색안경을 끼고 바라본다고 하더라고. 뿐만 아니라 그렇게 애를 썼음에도 불구하고 동독 지역과 서독 지역의 경제적인 격차는 쉽게 극복할 수가 없어서 아직까지도 지역 간의 격차는 여전하다고 해.


한반도는 말이야, 1945년에 분단이 되어서 2020년까지 75년째 분단 중이야. 분단 기간은 독일보다 두 배이상 길지. 그리고 남한과 북한은 독일과 달리 서로를 향해 헤아릴 수 없는 분노의 감정을 품고 있던 사이이기도 해. 심지어 서로를 향해 총부리를 겨누고 전쟁을 벌이기까지 했잖아. 잊지 않았지? 한국전쟁은 끝난 게 아니야. 휴전 상태가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는 거라구. 게다가 남한과 북한의 인구 격차는 약 두 배 정도에 경제적인 격차는 자그마치 20배가 넘어. (2018년도 기준) 독일이 4배 차이임에도 엄청난 진통을 겪었다는 거 앞서 말했지? 통일 비용은 국가 재정으로 전부 감당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닐 거야. 당연히 통일이라는 명목으로 국민 모두에게 세금이 매겨질 수밖에 없어. 실제로 독일도 그런 절차를 밟았고.


통일을 말할 때면 통일비용과 분단비용에 대한 이야기가 빠짐없이 나와. 통일하게 되면 그만큼 막대한 비용이 들지만, 분단 상황을 지속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과도한 국방비 항목을 줄일 수 있게 되고 통일 이후에 북한의 어마어마한 지하자원의 가치, 그리고 북한을 통해서 연결되는 육로 교통의 수혜를 누리게 되면 천문학적인 혜택이 올 수 있을 거라고 말이야. 하지만 너희들이 설마 그걸 몰라서 반대하는 건 아닐 테지. 요즘이 어떤 시대라고 검색창에 '통일'이라는 두 글자만 입력해도 흘러나오는 정보가 얼마나 방대한데 말이야.


알아, 그 통일 이후의 천문학적인 혜택은 아마도 너희가 아니라 너희들의 자녀 혹은 손자 세대가 누리게 될 혜택이라는 거. '통일'이라는 과업 자체가 한 세대 안에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거든. 미래에 어느 시점에 알 수 없는 혜택을 위해 우리의 현재를 과감히 희생하라는 논리가 너희들에게 먹힐 리가 없지. 그래서 너희들이 수업 시간에 가장 많이 했던 말이 뭐였냐면, 내가 죽고 나서 통일했으면 좋겠다는 말이었어. 충분히 공감 가는 말이야. 통일 이후의 그 혼란을 감당할 자신, 나에게도 없는 걸 뭐.


그저, 통일을 반대하지만 혹은 통일을 왜 해야 하는지 납득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너희 청소년들이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을 해야만 하는 이유는 언제 어느 순간에 갑자기 찾아올지 알 수 없기 때문이야. 하기 싫다고 해도 마주해야만 하는 상황이 오게 되었을 때 그저 싫다고 부인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닐 테니까. 그러니 어찌 되었든 '통일'에 대한 생각, 만약에 하게 된다면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 것 같은지에 대한 고민만큼은 너희들이 품어두어야만 한다고 생각해. 통일의 주역은 부인할 수 없이 청소년, 너희들이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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