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무게

황영미 <체리새우 : 비밀글입니다, 2019>

by Skyblue



1. 왕따 말고 은따


https://blog.naver.com/do2company/221525524342



'간절히 바라지 않기'. 내 삶의 지침 중 하나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은 몰입하고 집중할 수 있게 하는 힘이 되기도 하지만, 지나칠 경우 집착이 되어 스스로를 옭아매는 일이 되기도 하거든. 살다보니 모든 일이 참 마음처럼 되지 않더라. 특히 사람과의 관계를 만들어가는 일은 노력한다고 되는 게 아닐 때도 많거든. 노력할수록 점점 더 멀어지기도 하고, 반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가까워지는 일도 생기고.

이 사실을 몰랐던 어린 시절에는 꼭 있어야만 한다고 열중하고 몰입하며 아파하고 외로워했어. '베프'라는 거 말야. 베스트 프렌드라는 영어 단어의 줄임말인데 내가 어린 시절에는 친한 친구끼리는 서로 베프라고 불러주곤 했거든. 남자 아이들은 몰라도 여자 아이들은 꼭 자신만의 베프가 있었거든. 다들 있는 거니까, 나도 있어야만 한다고 생각했어. 관계에 많이 서툴렀던 초등학생의 나는 그렇게 '베프'라는 말에 취해 그리 친하지도 않은 아이와 '베프'가 되기 위해 적잖이 애를 써야만 했어.

이상한 것은 베프가 꼭 세 명 혹은 네댓명이 모여 베프라는 모양새를 가지고 있었다는 거야. 그리고 그 베프 무리는 나름의 색깔을 가지고 그들만의 세계와 법칙 같은 게 있었던 것만 같아.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함께 있으면서도 따로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기 시작했어. 같이 있는 시간은 길었지만 그만큼 홀로 외로움을 느끼는 시간은 길어져만 갔어. 나중이 되어서야 알았어. 그게 은따라는 걸 말이야. 그리고 대놓고 모두에게 따돌림을 받는 일보다도 더 비참하고 무서운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2. 줄거리




중학교 2학년 첫 학기에 다현이는 반배정을 앞두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어. 다현이와 함께하는 다섯명의 친구들(애칭 '다섯손가락')과 같은 반이 되었으면 했거든. 친구들이 없는 학교생활이라는 건 상상할 수도 없는 다현이는 "반배정 개꿀꿀"이라는 말도 안 되는 주문까지 인터넷 댓글로 달아가며 중2에 올라가서도 지금 어울리는 친구들과 무탈하게 지낼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랐어.


주문이 통했는지 다현이는 다섯손가락 친구들 중에서 아람과 병희, 두 명의 친구와 같은 반이 되었어. 그리고 담임 선생님도 평이 나쁘지 않은 좋은 분을 만났지. 다만, 문제는 우리 다섯손가락에서 정한 밉상 1위 노은유와 같은 반이 되었다는 것. 심지어는 노은유와 짝꿍이 되었다는 게 문제였어. 그리고 마을 신문 만들기 조별 과제로 같은 팀까지 되어버리는 바람에 다현이는 친구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너무도 걱정되었어. 혹시라도 노은유와 친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였다간 오해를 살 수도 있으니까 은유와 같이 조별모임이라도 하는 날에는 친구들이 물어보기도 전에 은유가 어떻다는 둥 흉을 봐주곤 했어.


사실 다현이는 다섯손가락 친구들이 왜 그렇게 은유라는 아이를 싫어하는지 잘 몰라. 그런데 같이 조별과제를 하면서 보니 은유는 아이들이 지금껏 이야기한 것처럼 그렇게 나쁘거나 이상한 아이는 아닌 것만 같았어. 그리고 은유에 대해 잘못 알고 오해하고 있는 사실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지. 다현이는 다섯손가락 친구들이 은유에 대해서 알고 있는 오해를 풀었으면 하는 마음이 생겼어. 친구들 중에서 그나마 가장 편하게 이야기를 꺼낼수 있는 병희에게 은유에 대한 오해를 이야기했어. 하지만 병희는 다현이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고, 이 일을 계기로 다현이는 있어도 있지 않은 '그런' 존재가 되어가고 말았어.


다현이는 초등학교 5학년 때 같이 모여 노는 친구들 사이에서 은따를 당한 적이 있었거든.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클래식이나 가곡같은 음악을 좋아한다는 것이 이유라면 이유였어. 그 이후에도 제대로 된 친구 관계에 정착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헤매다가 간신히 정착했던 친구들이 바로 다섯손가락 친구들이었어. 다현이는 친구 없는 외로움과 소외감이 어떤 것인지 뼈져리게 알고 있었어. 그래서 이번만큼은 친구들을 놓치고 싶지 않았는지도 몰라. 그래서 자신을 감추면서까지 다섯손가락 친구들에게 맞추어주고 또 어울리기 위해 애썼어. 하지만 은유 사건의 계기로 다시 한번 비슷한 상황에 놓이게 되자 모든 걸 내려놓기로 결심해. 더 이상 절친, 베프 따위에 집착하지 않기로, 그리고 친구들에게 더 잘 보이기 위해 자신을 숨겨왔던 그 무의미한 노력도 그만 때려치기로 하지.


지금껏 답답했던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고, 좋아하는 음악으로 가득채워두었던 체리 새우의 비밀 블로그를 공개로 활짝 열어 두고 말이야.



3. 또래집단이 중요하다는 너희들에게




청소년기의 특징을 정리할 때 질풍노도의 시기니 뭐니 이런 말들도 많지만, 무엇보다도 "또래집단"의 영향력이 강하게 작용하는 시기로도 잘 알려져있지. 부모님이나 선생님보다도 친구들과 있는 시간이 더 즐겁고 재미있을테니까. 함께 보내는 시간이 더 길기도 하고 말이야. 친구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친구 관계에 의미를 두는 것이 나쁘다거나 하다는 것은 아니야. 다만, 청소년이라는 그 시기에 '친구' 말고도 더 중요하게 생각해봐야 할 것들이 많다는 말을 해 주고 싶어.


청소년 시기가 되면 매순간 감정이 오르락내리락하고 당최 잡히질 않는 자신의 마음을 스스로도 주체하지 못하는 시기라는 걸 알아. 이젠 더 이상 어린이는 아닌데, 그리고 사실 어른들만큼 알 것은 다 알고 있는 것만 같은데 어른은 여전히 잔소리에 애취급하기에 바쁘니까(어른들의 눈에 솔직히 그렇게 보이기는 해!) 그리고 슬슬 어른들이 가지고 있는 허점도 발견하기 시작할거야. 부모님 그리고 선생님이 가지고 있는 단점과 모순이 드러나기 시작하고 거기서 밀려오는 반항심이 턱 끝까지 차오를 거야. 어떻게든 용케 참아내고 있느라 참 고생이 많다.


아직 무엇도 되지 않고 될 수 없는 청소년, 그 시기에 해야만 하는 일은 바로 너 스스로 어떠한 사람인지, 그리고 앞으로 어떠한 사람이 되어야만 하는지 고민을 해보는 것이야.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일이기에 더욱 중요한 일이지. 여기서 어떠한 사람이 되어야하는지는 단순히 미래에 어떠한 직업을 가져야 하는 진로의 문제도 포함되지만 그 보다도 훨씬 더 광범위하게 자신을 들여다 보는 일이야.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어떤 일에 기쁨을 느끼고 어떤 것에 분노를 느끼는지. 매일 공부에 공부를 거듭하며 살아야 하는 너희들에게 사치스러운 고민이 될 수도 있겠지만, 너희들이 그렇게 부러워하는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그리고 내노라하는 아이돌 스타들, 이른바 성공의 길을 걸었던 사람들은 청소년기에 자신을 탐구하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았던 자들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어.




4. 친구의 무게 _ 조금 덜어내도 괜찮아


https://blog.naver.com/godqhr0901/40007117967



저마다 친구라는 두 글자에 싣는 무게가 다를거야. 누군가에게는 하루 24시간의 전부를 차지하고 있을 수도 있고, 또 어떤 이에게는 5분도 채 되지 않은 짧은 시간에 불과할 수도 있어. 친구는 음식의 조미료와 같은 거라고 생각해. 음식을 그저 무미건조하게 먹는다고 해서 죽지는 않거든. 하지만 적당한 조미료가 가미된 음식은 감칠맛을 나게하고 먹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게 해 주지.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도 친구는 그저 무미건조하게 보낼 수도 있을 시간을 행복하고 즐겁게 만들어주는 존재일 거야. 친구가 있어서 행복하고 재밌던 시간을 떠올려봐. 그때의 추억으로 오늘의 힘들고 지루한 하루를 버티고 있는지도 몰라.


하지만 친구가 있기 전에 너가 먼저야. 친구를 만나고 사귀고 하는 것은 너무도 좋지만 친구에게 자신을 무리하게 맞출 필요도 없고, 자신을 감추어가며 친구들에게 휘둘릴 필요도 없다는 말을 해 주고 싶어. 그리고 친구와 함께 보내는 시간만큼 나 자신과 홀로 보내는 시간에도 과감히 시간을 써 보라고 말해주고 싶구나. 분명히 너희들 마음 속에 있는 자아가 너에게 말을 걸어오는 때가 있을 거야. '자아'라는 친구는 굉장히 쑥스러움을 많이 타는 녀석이라서 혼자 진득하게 버티고 있어야지만 조금씩 너에게 말을 걸어오기 시작할 테니까.


지금 함께하는 친구들과 즐겁고 유쾌한 우정을 이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 다만, 시간은 너희의 우정을 어떤 방향으로 끌어갈지 알지 못하니 굳이 '영원한'이라든가 '절친' '베프'라는 말에 연연하지 않기를. 친구를 만나는 일도 그리고 그 사귐을 유지하는 일도 앞으로의 시간 속에서 어떻게 되어갈지 지켜보는 재미가 있을 거야. 설사 관계가 끊어진다 할지라도 속상해하거나 아쉬워하지 말고 새롭게 마주할 친구들을 기쁜 마음으로 기대하며 기다려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야.


마지막으로 또 한 가지. 친구는 꼭 나이가 같을 필요는 없다는 것! 마음이 통한다면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는 너희들이 될 수 있기를 바라. 나 또한 언제든지 너희들과 친구가 될 준비를 하고 있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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