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로 보는 푸드테크(프레시지)
'식당/급식에서 사라지고 있는 주방'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B2B HMR을 통해 조리공정이 최소화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주로 대형 프랜차이즈본사(전용상품 개발을 통해 가맹점에 공급)가 주도하고 있다.
그런데 일반 소형 개인식당을 대상으로 환경변화에 대응하여 진화를 꾀하고 있는 창의적인 스타트업이 있었다. 밀키트 전문업체 프레시지이다. 프레시지는 가정에만 활성화된 밀키트를 식당 주방으로 전이시키며 가장 선도적으로 퍼스트무버(First Mover) 역할을 만들어 간 것이다.
식당에 밀솔루션(Meal Solution) 접목으로 메뉴개발, 식재구입과 조달, 식재료 전처리, 조리의 전 과정을 One-Stop으로 제공하여 점주는 운영 관리에만 집중할 수 있는 모델을 구축한 것이다.
(참고로 기존 B2C사업의 수익성 악화와 다소 이른 B2B사업 진출로 완성형 비즈니스 모델 구축에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대적 환경에 맞는 창의적 사업모델은 의미 있는 사례로 판단되며, 향후 해당 모델이 좀 더 정교화될 시, 미래 성공 가능성이 높은 사업으로 판단되어 내용을 정리했다.)
프레시지는 2016년 1월 정중교대표가 미국에서 새롭게 뜨고 있는 블루에이프런(Blue Apron)의 벤치마킹을 통해 국내에 없는 밀키트(Meal-kit) 기반의 RTC(Ready To Cook) 영역을 창업한 것이다.
프레시지의 밀키트는 조리 직전 단계까지 손질을 마친 원물 식재료와 해당하는 요리의 레시피가 담긴 레시피카드로 구성되어 있다. 레시피 대로 따라 하기만 하면 음식물 쓰레기 하나 없이 맛, 영양, 비주얼을 모두 갖춘 파인다이닝을 10분 만에 완성할 수 있다.
프레시지를 통해 요리 초보도, 식재료 처리가 고민인 1인 가구도 전문 셰프로 변신할 수 있다.
여기에 식재료 밸류체인 구축과 유통 시스템 혁신으로 가격경쟁력을 갖춰 소비자들의 가심비를 극대화했다.
이런 프레시지는 밀키트 B2C사업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음식점에도 도입을 시도했다. 식당에서 쉽게 조리 가능한 B2B용 밀키트를 개별식당과 프랜차이즈에 공급하는 사업을 추진한 것이다. 배달 중심으로 바뀌는 외식업 트렌드와 외식 자영업자의 예상치 못했던 환경 변화로 어려움에 직면한 것을 간파하고 외식형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한 것이다.
프레시지의 콘셉트는 소비자 입맛이 다양화되면서 새로운 메뉴 및 브랜드의 확대 필요성을 첫 번째로 보았고, 두 번째는 식당 매출과 수익성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공간 효율화와 생산성 극대화를 포인트로 잡았다.
이러한 콘셉트를 바탕으로 프레시지는 기존 점포 내 운영 현황을 반영한 모델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가장 현실적 접근을 위해 실제 외식점포 내 주방의 생산성을 확인 후, 여유 수용성을 바탕으로 사업 모델 설계를 했다. 일반적으로 대다수의 중소형 식당은 메뉴 특성에 따른 집중 주문 시간대가 상이하여 점포 내 운영 비효율성이 존재하고 있다.
이에 프레시지는 이러한 주방의 수용성을 감안한 외식점주가 기존 메뉴를 운영하면서 동시에 배달 전용으로 운영 가능한 온라인 가상의 브랜드(Sub-brand)와 메뉴를 제공하는 사업 모델을 전개한 것이다.
기존 판매 메뉴에서 추가한 메뉴를 통해 매출 확대와 손익 증대를 꾀하는 것이다.
점포 시간대 별 주방 가동 수준을 고려하여 판매 메뉴를 공급하므로 주방 내 과부하를 방지했다.
예를 들자면 저녁에는 치킨을 주 메뉴로 홀과 배달을 운영하고 점심 보조시간에는 육개장 또는 면 전문집으로 온라인상의 점포를 운영하는 것이다. 기 운영 중인 음식점의 주방 활용으로 별도의 투자 없이 매출을 발생할 수 있으므로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또한, 점심 온라인 메뉴는 밀솔루션 기반 음식을 만드는 것이므로 조리 공수를 최소화하여 추가적 인건비 발생 없이 기존 인력을 통해 음식을 만들 수가 있다.
프레시지 밀솔루션의 강력한 특징 중에 하나는 음식점에 단순히 B2B용 밀키트만 공급하는 게 아니라 조리부터 배달, 광고까지 세밀한 매뉴얼을 통해 토탈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다. 온라인과 마케팅에 이해도가 낮은 업주분들에게 초기에 제대로 안착할 수 있는 최적의 시스템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렇게 브랜드, 제조, 유통, 운영을 통합하는 계열화 사업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식자재 유통으로 영역을 본격화할 계획이었다.
식자재유통시장까지 진입함으로써 잠재적으로 60조가 넘는 시장을 타깃으로 하려고 했다.
최종적으로 프레시지는 B2B 식자재유통 내 쿠팡과 같은 존재로 자리매김할 원대한 꿈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중장기적으로 ‘대한민국 식품산업 The most innovative solution provider’의 비전 하에 산지부터 외식산업까지 연결하는 통합 플랫폼 구축을 최종 목표로 잡은 것이다.
하지만, 현재상황을 보면 프레시지는 B2B사업뿐만 아니라 B2C사업까지도 자본시장에서 성공여부를 의문으로 보고 있다. 지속적인 적자구조와 부실한 전략 속에 시너지와 연계성이 낮은 기업의 M&A로 너무 쉽고 단기적 전략으로만 강하게 드라이브한 것이다. 위기가 심화되고 개선의 여지는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안갯속을 걷고 있다.
B2B경로에서 수십 년간 경험한 저자로서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프레시지의 B2B 밀솔루션 모델은 시장 트렌드캐칭을 통해 진정으로 창의적이며 미래지향적 비즈니스 모델이었다. 좀 더 세밀한 전략 방향 하에 프로세스를 정교화했다면 분명히 성공 가능성이 높은 사업모델이다.
또한,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만약, 소비자와 식당의 니즈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양방향 플랫폼인 배달의 민족이 이 사업을 추진했다면 어땠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