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시절 21개월 동안 느낀 모든 것들에 대해
어렸을 때부터 나는 아버지의 압박 아닌 압박을 들어왔다. "남자는 군대 갔다 오고 나서 자신이 무엇을 하고 먹고 살 건지 정하면 이미 늦었다." 아버지의 이 말씀은 항상 내게 어딘가 불편한 짐이 됐고, 군 생활할 때도 내게 가장 큰 고민거리가 됐다. 군생활을 하면서 나름 책도 읽고 공부하면서 자기 계발을 하고, 운동을 하면서 체력도 많이 키웠다. 또한 스마트폰을 쓰지 못했기 때문에 '나' 자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이 정말 많았다. 그 시간들은 절대 헛된 시간들이 아니었지만 아버지의 바람대로 '나의 진로'에 대해서는 정하지 못했다. 내가 무엇을 진정으로 좋아하는지, 어떤 것을 할 때 미치도록 행복한지. 확실히 알 수 없었다.(모든 것들을 취미 정도로만 좋아하기 때문에) 그래서 나는 전역한 후, 많은 경험을 하면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대외활동, 프로젝트, 해외연수 등을 지원하고 경험하였다. 아직도 확실치는 않지만 근 1년 반이 넘는 기간 동안 많은 경험을 했기에 이제는 나의 내면에 대해 어느 정도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한민국 남성에게 군대가 도대체 뭐길래 나는 왜 이렇게 진지하고 심오하게 나의 미래에 대해 고민을 했을까? 물론 우리 아버지가 꼭 답이 이것뿐이라는 것처럼 말씀하신 것도 있지만 그 나이 때쯤에는 분명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는 있는 내용이었다. 군대 들어가기 전에도 이런 고민들을 해봤지만 부모 곁을 한 번도 떠나본 적이 없는 사내아이는 고민도 잠시 일상에 만족하며 편히 자랐다. 그래서 내게 군대는 더더욱 큰 의미였다. 부모님 곁을 벗어나 최초로 독립을 해본 경험이었기에 '나' 자신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고 자연스레 철이 들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군 생활하면서 느낀 모든 것들을 잊지 않기 위해 상황병 근무를 설 때 남는 시간에 내가 고뇌했던 모든 것들을 기록해뒀다. 전역하고 나서 나의 공간에서 다시 한번 편집해서 기록해둔다는 게 벌써 1년 반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한 동안 미래를 위해 달리고 있다가 내가 1년 반이 지나서야 다시 기록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건 정말 우연한 순간 때문이었다. 나는 포트폴리오 작성을 위해 대외활동 수료증을 찾기 위해 내 책장에 꽂혀있는 파일 찾는 도중에 내가 훈련병 때 받은 인터넷 편지들을 발견했다. 인편을 보자마자 나는 새벽에 밤을 지새우고 내가 군생활을 하면서 기록한 모든 것들을 다시 내 블로그에 기록하였다. 지금부터는 내가 새벽 동안 기록한 내용들을 토막 내어 조금씩 연재할 생각이다. 이 글에서는 블로그의 초입 부분만 연재하도록 하겠다.
<블로그 초반 내용>
전역 후, 언젠가는 군생활 인사이트를 정리하려 했는데 때가 온 것 같다. 다른 서류를 찾으려다가 우연히 훈련병일 때 받은 인터넷 편지들을 발견했다. 많은 사람들이 써줘서 감사함도 많이 느꼈고, 내가 그 당시에 어떤 생각을 했는지 오랜만에 돌아보게 됐다. 군 생활할 당시에, 내가 느낀 모든 감정들을 적어두지 않으면 그때 느낀 부분들을 잊어버리고 제대 후에도 군대 가기 전과 똑같이 살 수 있겠다는 막연한 생각 때문에 몰래몰래 적어두었던 것들을 이제야 업로드한다. 일단 내 군생활이 어땠는지 브리핑을 해보도록 하겠다..
2017년 1월부터 2018년 10월까지 군 복무한 예비역 병장임. 육군 9사단 백마 신교대에 입소해 1군단 예하 포병여단의 K-9 자주포 포병대대로 자대 배치 받음. 주특기는 사격지휘병(FDC)였지만 내 자리엔 이미 많은 선임들이 꿰차고 있었기 때문에 포반으로 가서 포수들 도와주는 게 일쑤였음. 육군 최전방 포병으로서 북파주에서 근무함. 최전방이다 보니 훈련과 규율이 매우 엄격한 편임. 설상가상 상병 5호봉에 첫 후임을 받았고, 군생활 도중에는 1년 동기제로 바뀌어서 군번도 엄청나게 꼬인 군번이 됨.(참고로 나는 1월 군번이니 12월 군번과 동기..) -> 나는 상병인데 갓 들어온 이병과 동기란 말이다. 동기들과 잘 맞으면 모른다.. 육군은 전국 8도에서 건아들이 몰려오다 보니 별 이상한 놈들 천지다.(이하 생략-) 또한 최전방 포병은 화포마다 필요한 인원수가 있었기 때문에 휴가에도 많은 제한이 걸린다. 그래서 애초에 내가 자대 배치받았을 때, 부대는 포상휴가 받을만한 것들을 싹 다 폐지했다. 군생활 637일 동안 35일 휴가 나온 게 전부임.(보통 다른 육군은 60-70일 정도는 휴가 나옴.) 위에 내용만 봐도 대충 험난한 군생활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조금 힘들긴 했다..)
이런 내가 어떻게 군생활을 임했을까?
답은 긍정이었다.
지금부터는 군 생활하면서 느꼈던 리얼한 감정 그 자체, 근무 설 때 몰래 적어둔 그 텍스트들을 그대로 타이핑할 예정이다.(프린트로 뽑아왔는데 상사의 워터마크가 찍혀있어서 이미지는 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