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조심해야 하는 말, '좋은 취지'
이번 글은 내가 군대에 있는 동안 끊임없이 고민한 내용이다. 바로 국방부에서 실시한 '국방 개혁'이다. 국방 개혁을 통해 정말 많은 것이 바뀌었는데(Ex. 군 복무 단축, 선진 병영문화 등등) 그중 내가 가장 진지하게 고민했던 것은 '선진 병영문화'이다. 선진 병영문화는 애초에 주목적이 1) 병영문화의 개선, 2) 시설과 병사 복지의 개선이다. 선진 병영은 입대를 앞둔 사람들과 현역들에게 많은 각광을 받았고 입대한 자녀의 부모님의 걱정을 덜어드렸다. 이로서 장병들은 구타 및 온갖 가혹행위로부터 벗어나기 시작했고 좀 더 나은 환경과 여건들을 지원받기 시작했다. 국방개혁은 군대가 언젠가는 겪어야 할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국가가 성장하는 만큼 군대도 선진화되어야 하는 것도 맞다. 하지만 한국은 징병제 국가이다 보니 현실적으로 인원/지역을 고려해보면 진행하기 쉽지 않은 개혁임은 틀림없었다. 실제로 많은 세월 동안 진행된 각 부대들의 관습, 국민들이 군대를 바라보는 보편적인 시각과 보수적인 여론을 하루아침에 바꾸기 쉽지 않았다. 각종 난관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국방부가 끊임없이 개혁을 시도했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고 생각하고 결국은 개혁은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칭찬받을만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국방개혁 과정에서 아쉬운 점이 너무 많았다. 특히 군대라는 특수집단을 다른 사회집단과 동일시하려는 경향이 있어서 매우 유감이었다. 군대는 계급사회 중 수직적인 요소의 강도가 가장 강하게 나타나는 집단 이어햐 하는데 전 동기제(모든 장병이 동기), 연 동기제(1년 단위로 동기) 등 겉으로 보기에는 좋아 보이는 제도를 도입해서 조직의 전반적인 방향성을 잃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다른 여타 사회집단들과 달리 군대는 국민을 보호하고 영토를 지켜야 하는 의무와 특수적인 목표가 있는 집단이다. 이러한 집단이 마땅히 지켜야 할 규율과 목적을 바꾸는 것이 개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좀 더 과격하게 말하면 전형적인 포퓰리즘적 액션이라고 생각한다. 당장 전쟁이 일어나면 싸워서 이겨야 할 국방력을 갖춰야 하는 것이 군대인데 병장과 갓 자대 배치받은 이병이 동기가 되면 전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모두가 다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 수직적인 계급 체계가 갖춰져도 한 집단이 한 몸이 된 것처럼 움직이기도 힘든데 이 체계를 철폐한 것은 상당히 문제가 있는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선진병영을 포함한 국방 개혁은 내 군생활 도중에 이뤄진 제도였기 때문에 국방 개혁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국방 개혁이 한 부대에 자리 잡으면서 발생하는 모든 부작용에 대해 메모해놓은 글을 그대로 가져와봤다.
국방 개혁 -> 군 복무 단축 -> 선진 병영문화 -> 전 동기제 & 연 동기제에 대하여
군 복무 단축이 거의 확실시됐다. 2017년 1월 중순에 입대한 나도 계획상으로는 1일이 단축된다. 국방부는 군 복무 단축을 전력의 압축화와 선진 병영문화를 위한 피할 수 없는 국방 개혁이라고 주장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이유로 국방 개혁을 추진할까? 국방 개혁을 실행하는 데에는 많은 이유들이 있다. 첫 번째로는 군대 내 악, 폐습을 뿌리 뽑아 병영문화를 혁신하고 군대식 관습이 만연한 현대 사회의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서이다. 한국 사회의 주요 권력층인 남성들은 대부분 군대를 다녀왔고(물론 안 다녀온 사람도 꽤 있다..) 군대에서 배운 관습을 사회에서 그대로 적용하고 있는 경우가 생각보다 비일비재하다. 과거 7,80년대에 군사 정권이었던 우리 사회는 군대 시스템을 자연스레 사회 전반적인 분야에 적용하였다. 그 당시 사회의 권위적인 분위기는 어느 사회집단에 속하든지 간에 수평적인 관계가 아닌 수직적인 관계를 요구했다. 아랫사람들이 윗사람한테 의견을 제시하면 말대답한다고 꾸짖는 것이 보편적인 사회였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는 7,80년대 대한민국 경제가 압축 성장을 하는데 많은 부분에서 들어맞았지만 민주화에 성공하고 경제적으로 성장기가 지난 현재까지 많이 잔존하면서 우리 사회에 깊게 뿌리 박혀 큰 사회 문제로 남아있다. 두 번째로는 고질적인 사회 문제인 인구 감소에 대처하기 위함이다. 징병제 국가인 대한민국의 남성들은 21개월 동안 국방의 의무를 마치고 사회로 다시 복귀한다. 사회로 복귀한 많은 남성들은 현재도 우리나라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이러한 로테이션이 과거에는 가능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출산율이 점점 떨어지면서 병사의 수는 계속 적어지고 있기 때문에 현재는 군 복무 개월 수를 감소시켜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마지막으로는 군 전력의 현대화를 위해 군 복무 단축, 부사관 수의 증가 및 선진 병영은 진행하지 않으면 안 되는 불가피한 개혁이 되었다. 그래서 정부와 국방부는 이 사회 문제의 시발점을 군대의 기존 병영문화로 판단하고 있고 군 복무 단축 및 선진 병영문화와 같은 국방 개혁을 실시하면서 과거의 낡은 관습을 지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방부는 군 전력의 현대화와 간부 중심 인력구조 개편을 위해 군 복무 기간을 단계적으로 단축할 계획이고 군대의 모든 부조리와 악, 폐습들을 뿌리 뽑기 위해 선진병영을 추구하고 있다. 군 복무를 단축함으로써 병사들의 급여가 높아질 것이고, 보급품의 양과 질이 달라질 것이다. 또한 선진병영의 제도와 분위기로 인해 선임이 후임한테 간섭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국방 개혁의 궁극적인 목적을 파악해보면 일리가 있고 그럴듯하다. 하지만 국방 개혁에도 가장 큰 맹점이 있었다. 바로 좋은 취지로 수립한 계획들이 의도한 대로 진행되고 않지 있다는 점이다. 개혁의 현황 점검을 위해 실제 사례인 나의 경험을 비추어 보려고 한다. 나는 군 생활 도중에 선진 병영문화가 도입됐고 현재까지(1년 정도) 선진병영을 경험하고 있다. 상병이 될 때쯤 4개월 동기제에서 1년 동기 제로 바뀌었고(심지어 나는 1월 군번) 분대장 교육대를 수료하고 왔더니 그 사이에 분대장 제도가 폐지되었다. 나에겐 매우 큰 아픔으로 다가왔지만 그래도 1년 동기제를 실시하면서 좋은 점도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일주일, 한 달 혹은 몇 달 차이로 선임한테 격의를 차려야 했던 분위기였다면, 이제는 같은 연도에 입대한 친구들이 모두 동기이기 때문에 상병이 갓 들어온 이병한테 혼내지 못하는 분위기가 되면서 모두가 친구이자 같은 동료임을 느꼈다. 생각보다 계급은 별게 아니었다. 하지만 분위기가 좋은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군대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의 흡사 몇 백 명이 먹고 자는 기숙사와 같은 곳이 되었다. 항상 적의 도발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긴장해야 할 병사들이 마치 군대 캠프에 온 것 마냥 착각하기 쉽다는 것이다. 철저하게 매뉴얼 위주의 교육이 필요한 군대에서 이러한 분위기가 만연해지면 개인의 의지와 책임감 그리고 투철한 애국심이 없는 한 병사들은 이 매뉴얼마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과거에는 하기 싫어도 선임의 눈치, 욕설, 구타 등(물론 없어져야 할 악습임에는 분명함)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신에게 부여받은 주특기를 숙달하였다. 그리고 아무리 등치가 크고 사회에서 어두운 조직생활을 한 사람이어도 입대를 하게 되면 계급이 철저히 나눠져 있기 때문에 계급의 순리에 따라야 했다. 하지만 현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현 국방부는 병사 개인의 자율적 의지, 책임감을 과도하게 믿고 있다. 모두가 화기애애한 분위기고, 대충 하고 전역하려는 분위기이다 보니 개인의 책임감이 분산돼서 집단 전체의 전투력이 하향 평준화되고 있는 추세인 것 같다.(물론 그중에서도 본인의 의지가 있는 장병들은 높은 실력을 보유하고 있다.) 징병제로 인해 의무적으로 21개월을 보내야 하는 청년들이 얼마나 애국심을 가지고 있을까? 정부는 현재 청년들이 가지고 있는 국가에 대한 적대감과 하락한 신뢰도를 정확히 직시할 필요가 있고 국방력이 유지되는 차원에서 국방 개혁을 실시해야 한다. 이 개혁은 병사의 스트레스를 덜어주고 자살률을 낮출 순 있어도 무엇보다 중요한 개개인의 전투력 수준, 곧 국방력을 잃을 확률이 높다. 분명 이점보다는 부작용이 더 큰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격’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국방 개혁은 어떻게 이뤄져야 할까? 내가 생각하기에 해답은 조직의 진정한 가치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계획을 수립한 후 개혁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개인을 존중하되 개인보다는 조직의 의의를 더 중요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직에는 조직마다 상이한 목표가 있다. 군대 또한 조직이므로 뚜렷한 목표가 있다. 국가의 재산과 영토를 보호하는 것이 군대의 목표이고 군대가 존재하는 이유이다. 우리의 것을 보호하기 위해선 우리의 힘을 길러야 하고 적어도 퇴행하진 않아야 한다. 하지만 현시점의 우리는 대부분 남, 북 간의 평화 분위기 모드 조성이 마치 군대의 평화라도 가져다준 것 마냥 착각하고 있다. 그리고 "어차피 나에게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는 나라, 대충 때우고 전역하자."라는 마인드가 더 심해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군복을 입고 있는 군인이다. 국정 정세가 어떻게 되든 우리는 우리의 목표에 집중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고 다른 곳에 이목이 쏠리지 않아야 한다. 적어도 의무적으로 복무하는 21개월 동안에는 최대한 자신에게 부여받은 임무(예를 들어 주특기)를 숙달하려고 노력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하지만 오로지 병사의 개인적인 노력으로는 힘든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점들은 간부와 선임들이 탄탄한 주특기 실력, 지혜로운 지휘, 통제 그리고 인간으로서 됨됨이를 보여주면서 병사들과 상호보완을 통해 진정한 국방개혁을 완성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보다 더 고차원적으로 국방 개혁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개혁의 주된 제도와 문화를 조직의 목표와 방향성을 중점으로 신중하게 수립해야 하고 부정적인 측면이 있으면 지속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새롭고 더 강력한 군대로 탈바꿈하기 위해서 꽤 많은 시간이 요구되겠지만 지금이 아니면 때를 놓칠 수 있음은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정부와 국방부의 궁극적인 목표가 계획을 수립했던 당시 취지에 맞게 이뤄지기 위해선 현재 개혁 현황을 끊임없이 점검하고 개선해나갈 필요가 있다. 동시에 병사들과 간부들의 성숙한 태도와 노력이 수반되어야 진정한 의미의 국방 개혁이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