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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채민 Jul 23. 2020

군대에 적응하기 너무 힘들다면

통제가 나쁜 것만은 아닌 이유

2편에 이어 내가 군생활 도중에 적어놨던 글들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 강한 통제 때문에 생긴 스트레스에 관한 내용인데 현재 군 복무 중인 친구들에게 도움될만한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다음은 내가 개인정비 시간에 싸지방(사이버 지식정보방)에서 페이스북을 하다가 우연히 본 글이다. 당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상태였던 나에게 내린 '가뭄 속 단비'와도 같은 글이었다. 이 글을 읽고나서부터 나는 불평과 불만이 투성이었던 나의 군생활을 다시 되돌아보았고, '내가 이 기간 동안 어떻게 지내야 성장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하게 되었다.   


<스트레스를 바라보는 관점에 대하여>


우선 스트레스를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생각해봐야 될 것 같아요. 우연히 신문에서 읽은 바닷가재에 관련된 얘기를 해볼게요. 바닷가재는 흐물흐물한 동물이라고 합니다. '그게 뭐 어쩌라고? 그게 나랑 뭔 상관이야?' 바닷가재는 태어나서부터 자신에게 딱 맞는 껍질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어린 바닷가재가 점점 몸이 커지자 껍질을 벗고 바위 안에서 커진 몸에 딱 맞는 껍질이 생길 때까지 숨어 삽니다. 껍질이 생기면 다시 밖으로 나오고 몸이 커지면 다시 껍질을 벗고 바위에 숨어 사는 과정을 끝없이 반복합니다. 이때 자신의 몸에 딱 맞는 껍질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들에게 딱 맞는 껍질은 불편하고 방해가 되는 스트레스적인 요소이죠. 하지만 이러한 스트레스가 존재하지 않으면 바닷가재는 아프면 병원에 가서 의사의 처방을 받는 어린아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관점을 다르게 바라보면 바닷가재에게 딱 맞는 껍질은 스트레스를 역이용하여 오히려 그들에게 '성장'을 유도할 수 있는 요소였습니다. 여러분도 현재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상황이라면 딱 맞는 껍질 사이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십시오.




다음은 내가 동기들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반성한 후 작성한 텍스트이다. 나는 입대했을 당시부터 군대를 인생에서 다신 없을 '터닝포인트'로 생각했다. 하지만, 대부분 다른 이들에게는 그저 '국가의 의무'에 불과했다. 애초부터 마음가짐이 다른 친구들에게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더 내세우고 강요했으니 나를 좋아했을 리가 없다. 물론 대인 관계가 나빠질 것도 알았지만 '이 친구의 미래를 위해 나라도 쓴소리를 해야겠다'라는 오지랖 때문에 그런 것도 있다.(심지어 전역 후, 나에게 그때 쓴소리를 해줘서 고맙다고 먼저 연락을 해준 동기/후임들도 여럿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느낀 것은 아무리 올바른 가치 또는 더 나은 가치라고 생각하는 것을 다른 이에게 강하게 어필하는 것은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남을 바꾸려 하지 말라. 남에게 내 것을 강요하는 것보다 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다른 어떤 무엇보다 현명하다.


다음은 내가 전역이 2개월 남았을 때 적은 글이다. 정신적으로나 체력적으로 많이 지친 모습이 보이지만 끝까지 인내하며 책임지려는 모습이 보인다. 그렇게 점점 프로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전역 2개월 남았다.


그동안 많은 시간이 지났다. 새로운 후임들과 동반 근무를 서느라 글을 쓸 여력이 없었다. 요즘 조울증이 생긴 것 같다. 하루는 기분이 좋다가도 갑자기 우울해지고, 하루는 우울했다가 갑자기 기분이 좋아진다. 남은 군생활이 내게 다시 돌아오지 않을 힘들었지만 즐겁고 보람찬 추억임을 알면서도 마음 한 구석이 답답하다. 제대를 앞둔 장병들이 앞이 깜깜하고 괜한 시원섭섭함을 느끼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인가. 자꾸 남은 날짜만 세고 있고 어떻게든 일과를 째기 위해 말전과 말출 계획을 세우고 있다. 어차피 전역하면 아무 의미 없을 짓인데... 요즘 나는 한국사를 공부하고 힘들면 독서하는 패턴으로 개인정비 시간 및 도서관 연등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바람직하게 말년을 보내고 있는 것 같다. 책 한 권을 읽을 때마다 내게 소중하게 다가온 책들에게 감사하다. 사람은 책 한 권만 읽어도 생각이 깊어지고 아는 것을 섣불리 말하지 않는다. 부족함을 깨닫고 겸손한 태도가 자연스레 생기는 것이다. 독서를 통해 나는 어른이 되고 내공이 쌓인다는 것의 의미를 점차 알게 됐다. 나름 인생에 대한 가치관의 기준이 잡히고 동시에 시간의 소중함에 대해 깨닫는다. 그렇게 되면 우선순위를 정하는 명확한 나만의 기준이 생긴다. 철저하게 나를 절제했던 초등학생 때의 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 기분이다. 전역 후에도 이런 마음가짐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 청춘은 아직 많이 남았지만 결코 영원하지 않다. 남은 시간 동안 내 청춘을 어떻게 보낼지 목표에 맞게 계획해야 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내 인생, 친구 그리고 가족을 위해! 전역 얼마 안 남았다! 힘내자! 프로페셔널하게 마무리 잘 하자!




다음은 내가 전역 D-60이 되기 10분 전에 쓴 글이다. 이 글을 읽다 보니 D-100 표를 빙고처럼 만들어서 인쇄한 후 내 관물대에다가 붙여놨던 것이 생각난다. 매일 저녁 점호 시간마다 당일 날짜에 해당되는 빈칸을 색칠했는데 내 동기들에게 소위 '짬티'를 부리며 칠했기 때문에 나보다 전역을 늦게하는 동기들이 나를 재수 없다는 듯이 쳐다보던 표정들이 아직도 생생하다.


앞자리가 7에서 6으로 바뀌기 10분 전

100이 깨지자 잠시 기분이 좋았다. 그것도 잠시 곧 '현자 타임'이 왔다. 군 생활하면서 느낀 회의감, 나름 보람차게 생활한 것 같지만 무언가 결핍된 것 같은 느낌, 21개월 동안 이뤄낸 것 하나 없다는 생각에 빠져 생긴 자괴감, '전역하고 뭐하지..' 하며 느끼는 두려움, 나는 이 모든 것들을 슬슬 체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나는 독서, 공부, 운동에 집중했고 전역 후에 나의 청사진을 그려나가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독서, 공부, 운동은 꾸준히 할수록 즐거움과 실력이 배로 는다는 것을 느꼈다. 무언가를 꾸준히 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을 체득하여 앞으로의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내 궁극적인 군 생활 목표였다. 처음에는 성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지 않았지만 하루하루 꾸준히 하다 보니 나의 꿈이 점점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구체적으로 나는 책 한 권을 읽는 속도가 빨라졌고 두꺼운 책을 읽을 수 있는 호흡이 생겼다. 또한 공부를 할 때도 핵심적인 내용을 노트에 필기하고 몇 번을 반복해서 되새기는 작업을 시작해 더 이상 얕은 공부를 하지 않는다. 정자세로 10개도 쩔쩔맸던 팔굽혀펴기는 내가 이제는 250개를 하고, 3개도 못했던 턱걸이는 이제는 100개를 한다. 무엇보다 장족의 발전은 내가 독서, 공부, 운동을 하는 것이 즐겁다는 것이다. 얼마나 큰 축복인가. 나는 요즘 도서관 연등을 하고 나와서 생활관 침상에 누워서 곰곰이 생각한다. 내가 절실히 원했던 습관들을 내 것으로 만들었다는 것에 감사한다. 심지어 기쁨을 느끼고 동기부여가 된다. 그동안의 내 노력이 헛되지 않아서 매우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준 나 자신에게 정말 고맙다. 이번 계기로 나는 앞으로 무엇을 하든지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계속 나아갈 것이라고 확신한다.




위에 글들을 다시 읽어보니 군대에서 정말 좋은 시간을 보낸 것 같다. 통제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찾으려고 노력한 2~3년 전의 나에게 정말 잘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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