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채민 Jul 19. 2020

군생활이 힘든 진짜 이유

군 생활이 힘든 이유는 따로 있다.

1편에 이어 내가 군생활하면서 적어뒀던 텍스트들을 날 것 그 자체로 가져와봤다. 내가 군생활을 하면서 힘들었던 기억들을 그대로 적어놓은 것이기 때문에 현재 군생활을 하고 있는 장병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다음은 내가 일병 때 근무를 서면서 느낀 감정인 것 같다. 일병은 누구나 힘들텐데 참 유별난 것 같다.


일병 4호봉, XX 힘들다. ㄱXX.




다음은 내가 K-1A를 가지고 전투사격 특급전사를 딴 이후 느낀 감정이다.


전투사격 후, 처음으로 13발 중 11발을 쐈다.
모든 것은 내 의지에 달려있다.




다음은 내가 혼자 근무를 들어간지 얼마 안됐을 때, 선임의 중요성에 대해 알게된 후 쓴 글이다.


일병 5호봉, 아직 근무가 미숙하다는 걸 깨달았다. 모든 것을 다 할 줄 알 때까지 긴장을 놓치지 말자.




이건 왜 썼는지 모르겠다. 군생활이 많이 힘들었나보다.


추운 겨울이 온다고 두려워하지 말라.
곧 따스한 봄이 찾아올 테니.




다음은 나의 분대장이 평범한 일과를 대하는 모습을 보고 충격 받은 후 남긴 글이다.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모든 것에 익숙해져 평범하게 대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모든 것들을 처음 본 기적처럼 대하는 것이다.



다음은 훈련 중 몸을 다쳐 국군 양주병원에 입원하고 퇴원한 후 자대에서 남긴 글이다.


군 복무 중 몸을 다쳐 국군 양주병원에 입원하였다. 그로 인해 2계급 진급 누락을 당한 후, 2018년 2월 1일 부로 상병이 됐다. 나의 모든 시간들이 소중해졌다. 앞으로 내게 남은 군생활을 어떻게 보내야 허투루 쓰지 않았다고 후회하지 않을지.. 그러기엔 요즘 근무가 너무 많아 피로도가 역대급이다. 나도 이제 나 자신에 대해 투자하고 싶지만 주특기 실력이나.. 근무의 빈번도를 보았을 때 시간을 쪼개서 활용하는 것 밖에는 답이 없다. 잠을 덜 자고 개인에게 투자하는 것. 피로도는 어떻게 풀 것인가... 내 맞선임에 의하면 명상이 답이란다. 나는 근무시간인 지금 오랜만에 졸지 않고 명상을 하고 있다.




다음은 군생활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게 되면 어떤 식으로 바뀌게 되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쌍삼이다. 그리고 이번 주는 1주일 내내 식당 청소를 우리 생활관이 하게 됐다. 물론 가위바위보는 내가 졌지만.. 화가 난다. 요즘 군생활에 의미를 부여할 수가 없다. 내가 근무를 서는 건지 일과를 뛰는 건지 내가 야간에 근무를 서는 건지 잠을 자는 건지.. 내가 식당 청소하는 사람인지 군인인지... 정말 정신병 걸릴 것 같은 나날들이다. "답은 전역이다"라는 말이 요즘 입에서 계속 맴돈다. 후임도 안 들어오고 선임은 곧 집에 가고. 내가 왕고가 돼도 무슨 소용이 있나. 한 번 꼬이기 시작하니 계속 꼬이기만 한다.. 그래서 나는 이런 상태를 극복하기 위해서 나 자신에게 최대한 집중하고 투자하려 하지만 야간에 비번이 나와야 도서관을 가든 말든 하는데.. 하고 싶은 공부도 못하고 요즘 책도 한 권을 못 읽고 있다...




다음은 상병 4호봉 될 때까지 후임 하나 들어오지 않는 군생활에 체념한 후 쓴 글이다.


상병 4호봉, 내일은 포탄사격... 상꺽까지 한 달 남았다. 자주 들어가는 근무도 이제 익숙해졌다. 물론 아직까지 좀 힘들지만. 좀 괜찮아진 이유는 내가 나의 내면을 비우고 가난한 마음을 추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서 있으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은 본성이 몸을 지배한다. 이런 게으른 본성을 어떻게든 개선시키기 위해 군생활을 하는 동안 많은 노력 중이다.




다음은 힐러리 클린턴의 자기계발과 관련된 명언을 생각나는대로 적은 것이다. 내게 많은 힘이 되어준 명언이다.

 

"생각은 말을 바꾸고, 말은 행동을,
행동은 습관을, 습관은 운명을 바꾼다"




다음은 내가 입대하기 전에 인상깊게 본 이병헌 주연의 영화 '번지 점프를 하다'에서 나온 대사이다. 내 친구의 친구는 이 장면의 대사를 그대로 가져와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를 꼬셨다.



<영화 '범지 점프를 하다' 中>


선생(이병헌) : (분필을 칠판에 가로로 길게 그으며) 이게 뭐냐?


학생 1 : 낙서요!(ㅋㅋㅋㅋㅋㅋ)


선생 : 지구다.


저 긴 선에 바늘을 하나 딱 꽂고 하늘 위에서 밀씨를 뿌려서 그 밀씨가 나풀나풀 떨어져 바늘에 꽂힐 확률. 그 기가 막힌 확률로 너희들은 지금 지구라는 행성에서 그것도 대한민국 그것도 파주 그것도 722 그것도 1포대에 와 있는 것이다. 이런 기가 막힌 확률을 우린 인연이라고 한다.


인연이란 게 참 징글징글하지?


학생 1,2,3... : (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 와서 이 글을 읽어보면 매우 오그라들지만 많이 힘들어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죽을 정도로 힘든 건 아니었지만 나와 맞지 않는 사람들과 단체로 21개월 동안 함께 지내야 한다는 점은 정말 고통스러웠다. 평소에 대인관계가 좋은 편이었지만 지역/학벌 등이 아예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지속적으로 하는 것은 매우 힘들었다. '무조건 선임/간부들과 친하게 지내야 군 생활이 편하다'라는 강박감이 나를 힘들게 한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어느 순간부터 군대 내에서는 예의를 갖추되 인간관계에 많은 노력을 쏟아붓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나 자신에게 더 집중할 수 있었고, 내가 어느 부분에서 스트레스를 받는지 알 수 있었다. 또한 나의 한계가 어디쯤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이후로 나는 혼자 잘 지내는 방법을 깨우친 것 같다. 예전에는 어떤 무언가를 하더라도 무조건 함께 하는 것을 즐겼는데, 군대는 선택권이 없이 무조건 같이 해야 했기 때문에 함께 하는 것이 마냥 좋지는 않았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혼자 보내는 시간을 즐기기 시작했고, 오로지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에 대해 감사하며 살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군대에서 함께 했던 시간들이 나쁜 건 아니었다. 만약 내가 군대에서 이런 경험들을 하지 못했다면 나는 '나만의 시간'에 대해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아니었을 테고 감사해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어린 나이에 오히려 단체 생활을 한 것에 대해 감사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