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함을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첫 책을 출간 후 활동하는 SNS에 "사인을 원하시는 분이 계시면 해드리겠습니다."라고 올렸다. 큰 호응은 없었지만 소수의 몇몇 분들이 신청하셨다. 그리고 X날 X시에 강남에 위치한 유명한 대형서점에서 뵙기로 했다. 그런데 하필 그날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세계적인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님이 한국을 방문해 대형서점을 돌면서 사인회가 있는 날이었다. 그 첫날이 하필 내가 독자님들을 만나는 날이기도 했다. 유명한 작가님을 보러 몇십 명의 사람들이 줄을 섰다. 나는 속으로 "날을 잘못 골랐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다르게 생각하면 뭔가 큰 이슈가 됐던 날이라서 영원히 잊히지 않는 나의 첫날이기도 했다. 나 역시 유명한 작가님이 궁금하긴 했지만, 작가인 나를 보러 오시는 분들에게 실망감을 주지 않고 싶어서 입가에 미소를 장착하고 한쪽에 서있었다. 그리곤 서점을 둘러보던 중 서점의 한쪽 벽면에 내가 쓴 책의 광고물이 커다랗게 걸려 있는 것을 보고 울컥했다. 출판사에서 홍보에 신경 써주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이윽고 SNS로만 뵙던 독자님들을 한 명씩 만나고 두 손으로 악수를 했다. 공개적인 행사도 아니어서 굉장히 뻘쭘했지만 이미 가슴은 벅차올라 두근거렸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멀리 인천에서 오신 분, 한 손에 들고 있던 고급 초콜릿을 선물이라며 건네주신 분, 정말 영원히 잊지 못할 작가로서 처음 만나본 최초의 독자님들이었다.
그날 이후 며칠간은 꿈속의 현실을 살아가는 느낌이었다.
글을 쓰고 책을 출간한다는 것은 나의 삶과 인생에서 있을 수도 없는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런 내가 글을 썼고 그 글이 팔려서 `기획출판`으로 출간되었다. 책이라는 실물을 손으로 만졌을 때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 막말의 육성을 멈출 수가 없었다. "와~미쳤다. 내 이름이 새겨진 책이다!!!" 첫 책의 출간으로 정신과 마음적으로 행복한 여운은 오래갔지만 삶은 그리 크게 바뀌지 않았다. 여전히 출퇴근을 하며 회사를 다니고 평범한 일상을 보냈다. 아니다. 확실히 바뀐 것이 있다. `나라는 존재`, 내가 숨 쉬고 살아감을 너무나 선명하게 느꼈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시도하고 포기하고,를 수도 없이 반복했던 결과물이 현실의 산물로 내 품에 안긴 것이니 말이다. 그리고 그 후로 눈물이 많아졌다. 그 눈물은 수년 동안 나를 거쳐간 수많은 희로애락들에게 감사하는 눈물이다.
누구나 글을 쓰고 책을 낼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출간과 출판의 장벽은 점점 낮아지고 그 방식도 정말 다양해졌다. 애초에 기획출판으로 출간하지 않더라도 잘되는 케이스가 정말 많다. 음악에도 언더그라운드 음악이 좋으면 대중들의 인기를 얻는 것처럼 여러 독립출판물들이 대중들의 인기를 얻으면 부와 명예를 갖는 것은 자연스러운 노력의 결과물이 되는 현실이다. 그러나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누구나 쉽게 아무나 책을 내진 못했다. 출판의 길과 방법도 까다로웠고, 출판사의 컨택을 받는 것은 번갯불에 콩을 구워 먹을 수 있는 확률 정도였다. 그보다 이런 절차를 하기에 앞서 원고 자체를 쓰는 것이 보통 사람들에겐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관련 학과를 나오거나 소위 `글공부`를 몇 년이건 어느 정도 해야 원하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은 개성이나 주관이 확고하다면 단순한 `필력`이란 것이 없어도 여러 가지 모습으로 작품이 될 수 있고, 책이 될 수 있는 세상이다. 유명한 유튜버나 인플루언서 블로거만 보더라도 콘텐츠가 확실하고 대중들에게 어필할 수 있고 좋아하면 본인이 표현하고 싶은 것을 언제든 책의 형태로 출간을 할 수 있다.
그런데 나는 이도 저도 아닌 그저 평범한 직장인이다. 할 줄 아는 것도, 가진 것도 없는 그저 보통의 인생이다. 이런 내가 어느 날 `작가`라는 명함이 하나 생긴 것이다. 출간 후 소소하게 불러주는 작은 자리에서 강의를 할 때 자신 있게 목소리를 높여하는 말이 있다. 내가 변함없이 십수 년을 꾸준히 해온 것이다. 바로 "생각하기"다.
나는 늘 생각을 한다.
물론 세상 모든 사람들도 생각을 한다. 그런데 나는 생각의 깊이와 넓이를 최대한 벌리고 늘릴 수 있을 때까지 한다. 쓸데없는, 말도 안 되는, 허황된 뜬구름 잡는 생각도 참 많이 한다. 그리곤 그런 생각하는 습관과 시선이 삶을 바라보고, 현실을 인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이끈다. 이런 습관들은 나도 모르는 무의식적인 행동으로 자연스럽게 `기록`을 하게 만들었다. 처음부터 `메모`를 한 것은 아니었다. 깜빡하는 습관 때문에 자잘은 음성으로도 남겨 놓았고, 여기저기 기억할 수 없는 공간에 알아볼 수 없는 흔적으로 그저 유치하기 짝이 없는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의 감성의 메모들도 많았었다. 그런 것들을 시작할 때쯤엔 목적을 갖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언젠간,... 꼭,... 그랬으면,...이라는 막연한 간절함이 늘 묻어있는 흔적들이었다. 그리곤 시간이 더 한참 흐른 뒤 그 유치한 기록들을 하나둘 끄집어내어 펼쳐놓고 몇 날 며칠을 보며 정리하고, 수정하고, 추가하고를 반복했다. 그런 시간이 몇 년이 더 흐르자 소위 말하는 `원고`가 되었다.
그렇게 감성과 이성이 뒤섞인 글들을 꽤 많이 썼었다. 처음엔 `시집`을 출간하려 했지만 출판시장을 발로 뛰면서 알아보니 아주 유명한 시인이 아닌 이상 시집은 잘 팔리지도 않을뿐더러 내 돈을 투자하고도 대중들에게 잊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좀 더 대중성을 고려해 "에세이"형태로 글을 더 수정하고 퇴고해서 첫 번째 투고를 시작했다. 그리고 지나온 세월을 돌아보니 이렇게 막연하게 작업을 이어온 시간이 대략 십여 년을 하고 있었다.
늘 느끼지만 삶에는 `운`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운이 평생 나에게는 오지도, 머물지도 않다가 뜻하지 않은 책을 출간하기 위해 행했던 순간들 속에서 찾아온 듯했다. 투고를 하기 위해 출판사의 이메일 목록을 한 200여 개를 알아내려고 근 두 달을 매일 서점을 드나들면서 책들의 뒤면을 참고해서 모았다. (요즘엔 `재능마켓`등에서 출판사들의 이메일을 모은 파일을 판매한다고 한다.) 그리고 하나둘씩 이메일을 보내기 시작했다. 첫째 날과 두 번째 날은 3군데씩만 보냈다. 반응이 없자 셋째 날부터 5군데씩 보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원하는 출판사 위주로 조금씩 보냈다. 보름 정도가 지났을 무렵 준비한 200여 개의 출판사 중 반 정도의 회사에 메일을 보냈다. 메일을 보내고 며칠이 지나도 읽지 않는 회사가 반 정도는 되었다. 출판 관련 강의를 들으러 다닐 때 강사가 했던 말이 맞았다. "하루에도 수십 개의 투고 메일이 오기 때문에 당신의 원고는 보지도 않고 버려지는 일이 부지기수일 것입니다."라고. 말로만 듣던 것을 몸소 체험을 하고 나니 세상이 참 씁쓸하고 안타까웠다.
그래도 변치 않는 마음으로 꾸준히 메일을 보냈다. 그리고 어느 날 모르는 번호로 휴대폰이 울렸다. 출판사라는 걸 직감했다. 출판시장에서 어느 정도 브랜드 네임이 있는 중형 출판사였다. 대표님이 직접 전화를 준 것이다. 전화를 받고 이것저것 말씀하시는 대표님의 말씀에만 귀를 기울였다. 너무나 긴장을 해서 출판사 대표님이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정확히 귀에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저희 출판사랑 계약하실래요? 계약금은 000입니다." 이 말만 귓가를 맴돌았다. 정말이지 그 순간은 내가 이제껏 살면서 꿨던 꿈 중에서 가장 선명한 꿈이었다. 절대 깨고 싶지 않았던 순간이었다.
한 때 사회생활을 하면서 생각보다 큰돈을 번 적도 몇 번 있었다. 그리고 책의 출간 계약을 한 후 난 느꼈다. 삶의 매 순간은 얼마를 벌며 살아가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내가 무엇을 했고, 무엇을 이뤘으며, 원치 않는 삶을 살아가는 순간 속에서 간절히 원하는 것을 이루고 얻었을 때 느낄 수 있는 희열을 얼마나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가이다. 그리고 현실에선 그런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아무리 돈이 중요하고 돈을 벌기 위해선 무슨 일이든 한다고 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 내가 어떻게 태어났는데 단순히 삶을 연명하려고 돈 버는 것에만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인생을 살아가는 것만큼 슬픈 일은 없는 것 같다. 단 한순간이라도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사람들과, 원하는 일을 하면서 마시는 공기는 느낌부터가 다르다. 그리고 그 공기에는 선명한 색깔과 향긋한 향기도 들어있다.
그리고 나는 확신한다. 원하는 것은 간절하면 언젠간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그 간절함은 삶을 살아가면서 중간에 잊어버리거나 놓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죽기 전까지 절대 없어지거나 사라지진 않는다. 그래서 언제든 원하는 자신의 앞에 놓일 수 있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간절한 것을 20년 만에 얻었다.
간절한 것들이, 혹은 꿈이 이루어지지 않나요?
단순히 운이 없어서 인 것 같나요?
원하는 것을 얻거나 이루기 위해서 들인 시간과 열정, 그리고 마음은 얼마나 되나요?
포기하고 싶죠? 그만두고 싶죠? 아마 그렇게 될 거예요.
그리고 그 당장 그만두고 포기한 것들은 언젠간 죽기 전에 다시 시작하게 될 거예요.
그래서 당신은 그것을 반드시 이룰 거예요.
당신의 간절함이 그렇게 만들 것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