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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롯한 오늘의 행복을 꼭 누리길

요즘 20대들이 진심으로 행복했으면 좋겠다

by 이민혁

"야~오늘은 먹고 마시고 죽는 거야!"

"아직 새벽 1시밖에 안됐어!" "어디로 갈까?" "강남?" "종로?" "홍대?" 어디든 가자~!!!"


불과 몇 년 전까지, 매년 5~7월의 (봄부터 여름이 드리워질 때까지) 서울 도심의 많은 번화가는 새벽을 넘어 아침까지 네온사인이 잠들지 않았었다. 20~30대를 한창 보내고 있었던 나 역시 그 시절이, 그 순간이 얼마나 행복했던 시절이었는지 코로나 시대를 살고 있는 요즘 뼈저리게 느끼며 그리워하고 추억한다. 그리고 아마 그 비슷한 시절은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마스크를 벗는 날은 언젠간 올지언정 2000년대를 기점으로 모든 것이 풍요로웠던(몸과 마음 그리고 현실) 그 시절은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작년 말 인터넷을 보다가 2020 학번의 웃픈 짤을 보았다. 학교생활과 캠퍼스 생활이 없으니 선배도, 후배도 없는 새내기들의 모습이었다. 쌓이는 추억이 없는 것을 웃음으로 미화시키는 웹툰이었다. 그런데 나는 그것을 보고 굉장히 슬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20살" 정말 아무것도 없어도 부러울 것 없는 그 나이에 누리지 못하는 것이 많다는 현실이 많이 안쓰럽고 슬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지금의 20대들은 어떤 30대를 맞이할지도 궁금하면서 안타깝다. 물론 더 나은 현대의 문물과 생활을 누리며 편하고 좋은 삶을 살아갈 수도 있겠지만, 왁자지껄 희로애락이 뒤섞인 감정과 감성을 얼마나 깊이 느끼며 살아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 든다.


요즘 20대들은 우리 때와는 다르게 머리도 좋고, 능력도 뛰어나다. 그런 20대들과의 생각과 감정을 공유할 수 없다면 우리네 부모세대들이 우리와 멀어진 것 그 이상 더 깊은 온도 차이로 절대 섞일 수 없는 세대가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늘 더욱 20대 친구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려고 노력한다. 최대한 거름망을 빼고 어린 친구들의 생각과 마인드를 읽으려고 노력한다. 실생활에선 20대들과의 소통이 어려우니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으로 트렌드를 접하고 받아들이고 흡수한다. 그러던 중 종종 접하는 뉴스 기사에 눈물을 훔치곤 한다. 생각보다 많은 20대들의 우울증과 현실의 고통, 그리고 자살로까지 이어지는 그들의 모습이 너무나 슬프다. 굳이 코로나 시대가 아니더라도, 마스크를 쓰는 삶이 아니더라도, 나아지고 발전되는 삶 속에서 도태되는 젊은 영혼들은 참으로 많다는 것을 느낀다.


대부분 30대 이후가 되면 많은 것들을 후회하면서 몸과 마음이 차분해지고 현실에 깊이 흡수된다. 그래서 10대에 누려봐야 할 것들, 20대에 누려봐야 할 것들이 있고 꼭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짜 별것 아닌 것들이다. 친구와 심하게 싸워서 평생 안 볼 것처럼 했던 절교, 헤어지면 세상 무너지며 죽을 것만 같았던 연애, 가족과의 불화로 부모님의 가슴에 박아놓은 대못, 뭐든 할 수 있다고 벌린 일에 날려버린 큰돈 등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경험을 인생에서의 10~20년 안팎에 우리들은 대부분 경험하고 추억하며 살아간다.

그런 추억들이 많지 않은 요즘 친구들을 볼 때면 괜히 미안해지고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이다.


예전보다 세상이 더 빨리 변하고 있다. 이젠 신형 휴대폰과 컴퓨터를 사서 익숙해지려면 몇 날 며칠이 걸린다. 필요한 어플이 있어도 못 찾아서 예전 방식의 아날로그로 일처리를 하는 경우가 많다. 빨라서 편해지고 좋아지는 세상이다. 반면 빨라서 도태되고 어렵고 두려운 세상이다.


부어라 마셔라 하며 하늘에 별이 몇 개인지 세어보는 요즘 친구들은 없을듯하다. 그러나 예전에 나는 어렴풋한 기억에 새벽 내내 몇 시간 동안 별을 세어본 적이 있었다. 참으로 쓸데없는 짓이었고 정확히 기억도 안 나지만 그 느낌은 가끔 현실의 나를 평온으로 이끌어준다. 먹고사는 현실에 동떨어진 어린 영혼들이 하늘의 별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 땅을 밟고 서 있는 이곳에서 빛나는 별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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