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런 것은 아니지만 욕실의 클렌징 폼이나 치약 같은 것들이 구겨진 채로 몇 날 며칠을 놓인 적이 있다. 그리곤 어느 순간부터 구겨진 물건들을 그대로 보관하고 그대로 다시 쓰기 시작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누군가가 보기엔 굉장히 불편해 보이고 걸리적거리고 뭔가 제대로 빳빳하게 피고 싶은 욕구가 강하게 들것이다. 그러나 제품을 거의 다 쓸 때까지 그 구겨진 모양을 그대로 유지한다. 그 구겨진 모양은 절대 안 맞을 것 같은 일상의 모습과 너무나도 딱 들어맞는 테트리스 게임과도 같은 편안하고 안락한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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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구겨진 치약이나 클렌징 폼 따위엔 신경을 안 쓰겠지만, 방안의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 하나에는 오만가지 신경이 곤두설 수도 있다. 또 다른 누군가는 그깟 머리칼 몇 가닥은 안중에도 없겠지만, 짝이 안 맞아 뒹굴뒹굴하는 현관의 신발들은 꼭 가지런히 놔야 하는 사람도 있다. 나의 편리함이 누군가는 불편함이 될 수 있고, 누군가의 불편함은 나의 평온하고 안락한 일상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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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제각기 다른 성향과 취향을 갖고 있음을 알면서도 자신이 원하고 바라는 한두 가지가 맞으면 이내 곧 친근감을 느낀다. 더욱이 그런 공통분모들은 한동안 서로가 원하지 않는 것들을 오랫동안 꼭꼭 숨기게 해 줄 수 있는 인내력도 발휘해 준다. 그리고 정작 가장 중요한 것을 모른 채 서로의 아주 작은 치부를 보는 순간 좋았던 것들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현실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임을 인정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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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불편해하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
그 불편이 자연스럽게 아무렇지 않게 되는 것.
이것이 불편이었나? 하는 생각이 어느 순간 문득 드는 것.
배려는 사랑이 스며드는 가장 기본적인 마음인 것이다.
좋은 것들의 공통분모를 찾아 나눌 때엔 서로의 불편한 것들을 조금씩, 하나씩, 받아들이는 연습을 같이 해야 함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