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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가 내게 끼친 영향

위태롭고 힘들지만 외줄 타기를 해야 하는 이유

by 이민혁

서태지가 한창 활동할 무렵엔 좋아하지도 않았을뿐더러 관심도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서태지란 사람에 대해 알고 나서는 좋아하게 되었고 좋아함을 넘어서 존경하게 되었다. 내게 있어 서태지는 단순히 음악을 하는 뮤지션이 아닌, 삶과 인생을 성공적으로 사는 위대한 인물로 가슴속에 자리 잡았다.


댄스 음악이 열풍인 시절 혜성같이(?) 등장한 서태지에 대중들은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이내 곧 서태지는 우리나라의 문화를 대표하는 인물로 성장하였고, 역사의 획을 긋는 인물로 남게 되었다. 서태지에게 그다지 관심이 없었고 오히려 무시했을 때의 내 지식은 서태지는 그저 댄스음악과 힙합 음악을 하는 대중가수 정도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태지의 정보를 알게 되고 찾아보게 되면서 정현철(서태지 본명)이란 사람이 얼마나 대단하고 위대한 사람이란 걸 알게 되었다.

서태지02.JPG 음악의 장르와 스타일을 바꾼 서태지

우리나라의 유명한 록밴드 “시나위” 출신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베이스를 치던 서태지의 예전 모습은, 닮고 싶었던 아티스트인 일본의 대중 록밴드 그룹 “엑스제팬”의 멤버 베이시스트인 “타이지”에서 출발한 것 자체가 의미심장했다. (그래서 이름도 “태지”라고 지은 것이다.) 엑스재팬은 록그룹이지만 대중적인 음악과 노래로 전 세계적으로 부와 명성을 얻은 “요시키”(피아노&드럼)가 이끄는 “비주얼 록밴드”였다.

아마도 서태지는 그 옛날부터 자신이 걸어갈 길을 예상하고 원하는 성공의 모습을 하나둘씩 이뤄나간 것 같다.

서태지03.JPG 시나위 시절 서태지
서태지04.JPG 시나위 시절 베이스를 치는 서태지

글을 쓰는 내가 뜬금없이 대중가수인 서태지를 언급하며 존경을 하는 이유는 원하는 것을 이루는 과정이 내가 걷고 싶은 길인 듯싶어서이다.

서태지는 원래 대중가요가 아닌 록음악이나 예술에 가까운 자신만의 음악을 동경하고 원했다.

그러나 들어주는 사람 없는 현실에서 맨땅에 헤딩하는, 하고 싶은 음악만을 하는 건 성공과는 거리가 먼 것임을 짐작했을 것이다. 그래서 대중음악과 힙합을 공부했을 테고, 요즘에는 컴퓨터 음악이 흔하고 쉽지만, 당시에는 유일했던 시퀀서인 “케이크워크”를 능수능란하게 다루고 응용할 줄 아는 그리 많지 않은 뮤지션 중 하나였다.

그렇게 서태지는 자신의 모든 음악과 비즈니스 유통을 스스로 혼자 해냈고, 부와 명성을 충분히 얻은 후 원하는 록음악으로 다시 컴백했다. 그리고 예상은 적중했다. 해왔던 음악과 전혀 다른 장르의 비주류 음악을 갖고 나왔음에도 그에게 열광하는 대중들은 변함이 없었다. 다소 몇몇 대중들은 악플과 비난을 일삼았지만, 그런 계란 몇 개들은 서태지라는 큰 바위를 절대 넘어트릴 순 없었다. 그리고 서태지는 현재까지 전설로 남아서 종종 대중들에게 안부를 전하며 살아가고 있다.


나는 긍정의 사랑과 행복에 대한 에세이 한 권과 산문집 한 권을 기획출판으로 출간하였다. 책 두 권을 내 돈 한 푼 안 들이고 출간을 함에 있어 몇 년간 정말 많은 고난과 힘듦이 있었다. 몇 달도 안 돼 서점에서 사라지고 대중들에게 알려지지도 못하는 수많은 책에 비해 내 책은 몇 년이 지나도 우리나라 모든 “교보문고”와 인터넷 대부분의 서점에서 볼 수가 있다. 이것이 내가 궁극적으로 이뤄놓고 싶었던 그림이었다. 기획출판이던, 내 돈을 안 쓰던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만든 창작물이 오래도록 세상에 살아남게 하는 게 중요했고 목표였다.

글쓰기01.JPG 평소에 이렇게 작업을 하지만 외부에서 하진 않는다

그러나 나는 처음엔 우울하고 어두운 글만을 썼었다.

그런 글들은 여전히 쓰고 있고 앞으로도 쓸 것이다.

그리고 발표는 되도록 늦게 할 것이다. 내가 지금보다 좀 더 알려지고 독자들이 많아지면 그때 할 것이다. 나는 예술도 하고 싶지만 배고픈 것은 더욱더 싫다. 만든 것을 소비하는 소비자가 있어야 만든 이들의 보람도 있다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내가 하고 싶은 것들만을 가지고 여기까지 왔다면 나는 아무것도 못 했으며, 이룰 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야말로 폐인의 모습이 명확하게 그려진다. 세상은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할 일이 있는데, 그 타협점을 못 찾아서 방황하고 힘들고 괴로운 삶을 많은 사람이 살아가는 것 같다.

내 책에서도 항상 언급하는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그 어렵다는 중간”을 나도 비틀거리며 열심히 가려한다. 하고 싶은 것을 유지하기 위해선 현실을 부정해서도 안 되고 포기해서도 안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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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태롭지만 외줄 타듯 걷는 길이 흔히 말하는 “성공”으로 가는 길인 것 같다. 그 길은 보기에도 힘들어 보여서 누구나 시도는 하지만 극히 소수만이 건너편의 안전한 땅에 착지한다. 나도 여전히 위태롭게 걷고 있다. 때론 줄에서 내려와 쉬기도 하지만 적당히 쉬고 나면 다시 줄에 올라탄다. 이것은 현재의 나를 위한 채찍이 될 수도 있겠지만 머지않은 미래의 내 주변에 있을 고마운 사람들을 위한 준비와 과정인 것 같다.

그 모든 사람과 행복하기 위해서.

외줄타기.JPG 나도 멋지게 외줄을 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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