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질문하는여자 Mar 12. 2020

매일 질문하는 여자

오늘도 질문한다

나는 매일 질문을 한다. 시간과 장소, 상대를 가리지 않고 질문을 자주 그리고 많이 하는 편이다.

"왜 질문을 할까?"

  나 스스로에게 질문해보기도 하고 주위에 사람들에게 물어본 결과,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이 많고 나에 대한 관심도 많은 편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요인은 일종의 직업병이다. 방송작가라는 직업이 질문하는 사람으로 만든 가장 큰 요인이 아닐까 싶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호기심이 발동되는 상황이 생길 때마다 질문들이 떠오르고 즉흥적이고 돌발적인 질문을 하곤 한다. 그 사람의 심리가 궁금할 때가 있고, 질문에 대한 반응이 궁금할 때가 있고, 혹은 나 스스로 풀지 못한 숙제들을 풀기 위해 다른 사람의 생각을 궁금해할 때 있다. 질문을 통해 나의 호기심을 채우고 문제를 해결해가는 것은 물론이고 관계를 만들어간다. 나의 관심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은 질문을 피곤해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질문에 기꺼이 답해준다. 질문은 곧 관심이고 관계이기 때문이다. 몇 개의 질문을 던지고 나면 처음 보는 사람과도 한층 가까워져 있기에 질문을 즐겨한다.

 

 프로그램을 제작한다는 것은 질문의 연속이다. 

어떤 아이템을 선정해야 할까. 어떤 사람을 섭외할까. 그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취재원이 정해지면 전화기를 붙잡고 최소 30분 길게는 한 시간 이상 통화를 하면서 아이템이 될지 안 될지, 재미가 있을지 없을지를 수많은 질문으로 판가름한다. 그뿐일까. 원고를 쓰기 시작하면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질문과 시청자들이 궁금해할 구성으로 다시 정리하기 시작한다. 그러다 보면 또다시 궁금한 것들, 미처 질문하지 못한 것들이 떠오르면 다시 전화를 해서 취재원에게 못다 한 질문을 한다. 방송이 온에어 되는 순간까지 작가의 가장 큰 두려움은 '반드시 해야 할 질문을 놓친 게 없는가'였다. 60분 토크 프로그램을 집필할 당시 원고는 질문을 뽑고 그 질문을 재배열하는 것이 주된 작업이었다.  A4용지 20장에 가까운 질문과 답을 정리하고 나면 원고가 끝이 난다. 캐릭터가 명확하고 재미있는 사람은 질문이 술술 뽑히지만 소위 약한 아이템과 선명하지 않은 캐릭터의 경우 질문을 생각해내느라 골머리를 앓는다. 보는 시청자 또한 그렇지 않겠는가. 질문이 프로그램이 재미와 시청률을 좌우하니 작가에게 반드시 필요한 능력 중에 하나가 바로 집요한 질문이다.  


 어쩌면 질문에 대한 본격적인 고민을 시작한 것은 두 딸을 키우는 엄마로서 딸들의 말문이 터지면서이다. 엄마로서 질문다운 질문을 하기보다 추궁 혹은 반협박에 가까운 질문이 대다수고 두 딸의 쉴 새 없는 질문에 어떻게 대답할지 늘 고민하고 갈등한다. 엄마의 질문보다 두 딸의 질문이 훨씬 수준 높은 질을 자랑한다. 어른들은 상상할 수 없고 제대로 답답조차 수도 없는 질문이 아이의 입에서 나온다. 이때 어른의 반응이 중요하다. 아이의 생각과 상상력을 발전시킬 수도 있고 제한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유명한 유태인 자녀교육의 핵심이 ‘질문’이라는 것을 알기에 엄마의 질문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을 하지만 아직은 진행형이요, 두 딸의 수준 높은 질문에 대답이라도 잘하기 위해 애쓰는 중이다. 


 아내의 질문은 거의 빵점짜리이다. 아마 나의 ‘질문 인생’의 최대 난관이 바로 남편이 아닐까 싶다. 신혼초부터 너무 많은 질문 폭격을 가했고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과묵한 경상도 남자인 남편에게 시원한 답을 듣지 못했다. 남에게 질문을 잘하지 않을뿐더러 숱한 질문에 시원한 대답도 하지 않는 뼛속 깊이 경상도 남자인 남편. 하도 답답하여 대답하기가 수월하라고 양자택일의 대답을 강요하면 반반이라는 어정쩡한 대답을 내놓아 속 터지게 만드니, 나의 질문이 잘못된 건지 그가 질문과 맞지 않는 건지... 여하튼 결혼 10년 차를 훌쩍 넘긴 지금도 아내의 질문은 풀지 못한 숙제다.    

 

 주위 사람에게 질문만 하는 건 아니라 나 자신에게도 질문을 한다. 유난히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복잡한 날 글로 질문을 하고 생각과 감정을 글을 쓰고 나면 마음이 글로 정리가 된다. 무엇 때문에 나는 지금 가슴이 답답할까. 나는 왜 그 사람의 그 말에 화가 났을까, 그 한마디에 왜 그토록 흔들렸을까. 나는 무엇을 쓸 수 있을까. 나를 향한 질문이 내면을 성장시키고 나를 발전시켜왔다. 오늘은 또 어떤 질문을 할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