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와 휴대폰을 사주지 않는 엄마
첫째가 아토피가 있었기 때문에 모유수유는 물론 아이가 어린이집에 들어가기 전까지 음식에 신경을 썼다. 사탕, 젤리, 과자는 고사하고 햄, 라면 인스턴트는 일절 먹이지 않았고 간식은 쌀을 튀기고 제철과일과 옥수수, 감자, 고구마, 밤을 먹였다. 당시 sns에 육아 일기를 올렸는데 첫째 아기 사진을 보면 옥수수, 고구마를 먹는 사진이 많을 정도로 땅에서 나온 것을 먹였다. 다행히 아이는 그런 류의 간식을 좋아했고 어린이 집을 가기 전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어린이집을 들어가는 순간 생일이나 행사 때마다 사탕과 젤리를 받아오고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놀다 보면 엄마들이 풀어놓는 과자 사탕 젤리 음료수까지... 정말 먹이고 싶지 않은 불량식품들에 노출이 됐다. 놀이터에 나가기 전에 옥수수, 고구마를 삶고 과일들을 바리바리 챙겨나가지만 아이의 눈은 사탕과 젤리를 향해있었다. 아이 입장에서는 참 나쁘고 독한 엄마였다. 그 맛있는 사탕과 젤리를 사주지 않으니 말이다. 둘째는 아토피가 없었고 언니의 스케줄을 따라 움직이다 보니 더 빨리 과자와 인스턴트식품에 노출이 되었고 상대적으로 둘째에게는 더 관대해져서 냉혹하게 간식 제한하지는 못했다. 그래서인지 첫째는 여전히 과일을 좋아하지만 둘째는 즐겨 먹지 않는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유치원을 다니는 지금도 내 돈으로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과 사탕 젤리를 사주지 않는다. 내가 사주지 않아도 사탕과 젤리를 먹을 수 있는 기회는 너무 많다. 주위 어른들이 사주거나, 학원이나 병원에서 받거나, 능력껏 친구에게 얻어먹는 것은 제한하지 않지만 가급적이면 밥을 먹고 먹도록 권한다.
지난여름, 학원에 다녀오는 길에 큰 애가 아이스크림을 사달라고 졸랐다. 저녁 먹을 시간이라 사주지 않았다. 두 아이의 얼굴에 원망과 속상함이 가득했다. 마트를 지나치고도 아이스크림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두 아이에게 질문했다
Q. 왜 엄마가 아이스크림을 사주지 않을까?
“당뇨병에 걸려”
작은 아이의 대답이었다. 아이들이 과자를 사달라고 조를 때마다 왜 사주지 않는지 설명을 해주었다. 이가 썩고 뼈가 튼튼하게 자라지 못하고 단 것을 많이 먹으면 당뇨병에 걸릴 수 있다고 했던 말을 작은 아이가 기억해낸 것이다.
“그걸 먹어서 너희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면 돈이 많이 들더라도 매일매일 사주고 싶을 거야. 그런데 너희 몸에 좋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 엄마는 사줄 수 없어”
Q. 몸에 안 좋은데 왜 팔아?
질문하기 좋아하는 첫째의 날카로운 질문이었다.
“그러게 말이야. 왜 불량식품을 팔까... 엄마 생각에는 말이야, 돈을 많이 벌고 싶은 욕심 많은 어른이 아이들 몸에는 좋지 않지만 파는 것 같아”
그 대화로 아이들의 얼굴에 엄마에 대한 원망은 사라졌다. 물론 아이스크림을 먹지 못하는 아쉬움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다음날 유기농 아이스크림을 파는 가게로 데리고 가서 먹고 싶은 것을 고르게 했다.
Q. 오늘은 왜 아이스크림을 사줘?
“엄마는 너희가 원하는 걸 다해주고 싶어. 몸에 좋지 않지만 너희가 원하니까 사주는 거야. 하지만 너희가 알았으면 좋겠어. 어떤 게 몸에 좋은지, 몸에 나쁜지를 말이야”
아무리 설명을 해도 아이인지라 아이스크림의 달달한 맛을 잊지 못하고 사달라고 조른다. 통제할 수 없는 날이 오겠지만 스스로 생각해서 선택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줘야 하기 때문에 질문하고 설명한다.
첫째가 초등학교 1학년이 되자 주위에 엄마들이 하나둘 아이들에게 휴대폰을 쥐어 주기 시작했다. 큰 애는 학원에서 다 픽업을 해주는 시스템이라 휴대폰이 필요가 없었고 일찍 휴대폰에 노출될 필요가 없다고 여긴 나는 아이의 집요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사주지 않았다. 2학기가 되자 반에서 휴대폰이 없는 아이는 자기밖에 없다며 울먹이기까지 했다. 실제로 반 친구 엄마들 단톡 방에서 물어보니 휴대폰이 없는 아이는 내 딸밖에 없었다. 아이가 조를 때마다 스마트 폰이 아닌 키즈폰을 사줄까, 2G 폰을 사줄까, 수없이 고민했지만 키즈폰을 사주면 스마트 폰을 사달라고 조를 게 뻔하고 스마트폰을 쥐어준 이상 몇 시간을 사용할 것인가를 두고 실랑이를 벌일 게 분명하기에 끝내 사주지 않았다. 휴대폰을 가지는 순간, 손으로 그리고 책장을 넘기며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피아노를 치는 즐거움을 빼앗아 갈 거니까 가능한 늦게 사주고 싶었다.
하루는 휴대폰을 간절히 가지고 싶어 하는 아이에게 질문했다
Q. 엄마가 왜 휴대폰을 사주지 않는 것 같아?
“(원망과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Q. 휴대폰은 돈만 있으면 살 수 있지만,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있기 때문에 휴대폰을 사주지 않는 거야
질문을 이어갈 줄 알았는데 아이는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더 이상 질문을 하지 않았다. 내 말을 이해하나 보다 했는데 나중에 확인한 결과 엄마의 말을 이해를 하지 못했다. 하지만 엄마가 사주지 않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설득하기보다 질문했다. 아마도 앞으로도 휴대폰 문제는 더 많이 질문하고 아이와 이야기해야 할 문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