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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질문하는여자 Mar 18. 2020

아이의 자존감을 키우는 질문

  

 자존감. 나는 한때 이 단어만 생각하면 왠지 모를 자존심이 상하고 자신감이 떨어지는 불편한 감정과 직면해야 했다. 사 남매의 셋째로 태어나 부모님으로부터 절대적인 지지나 관심을 받지 못해 자존감으로 채워졌다기보다는 결핍이 많은 아이였다. 오빠의 밥에는 참기름과 계란 프라이가 있었지만 내 밥에는 없었고, 공부 잘하고 예쁜 언니와는 비교의 대상의 되었으니 편애와 비교 속에 자존감이 자라날 틈이 없었다. 때문에 내 아이만큼은 자존감이 강한 아이로 키우고 싶어서 자존감과 관련된 영상이나 책을 찾아서 공부를 한 적이 있다.

 자존감이란 뭘까. 스스로를 높이는 마음,  스스로 사랑받을만한 존재이고 가치 있는 일을   있는 존재임을 믿는 자아존중감을 자존감이라고 한다. 스스로가 자기 자신을 얼마나 대단하고 괜찮은 사람으로 여기느냐에 의해 자존감이 높게 또는 낮게 존재한다. 그렇다면 자존감은 어떻게 형성되는 걸까. 아이의 자존감은 아기가 태어나서 자신을 바라보는 엄마의 눈빛을 보며 형성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아이가 누워있을 때 엄마가 보내는 눈빛, 존재 그 자체로 사랑받고 있음을 온감으로 느끼게 해 주는 눈길과 손길 즉 애착관계에서 자존감이 형성되는 것이다.


 어릴 적 살았던 시골마을에 ‘공주’라 불리던 언니가 있었다. 난 그 언니 이름이 진짜 공주인 줄 알았다. 그 집 식구들은 물론 온 마을 사람들이 공주야~라고 불렀기 때문에 나도 공주 언니라고 부르며  자랐다. 성인이 되어서야 그 언니의 본명이 따로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알고 보니 그 언니의 할머니는 두 번째 부인으로 시집가서 어렵게 가진 첫째 아들을 끔찍이 사랑했고, 그 사랑이 첫 손녀인 언니에게까지 이어져 공주야~공주야~~ 하며 예뻐했던 것이다. 아직도 그 언니의 할머니가 공주야~라고 부르던 목소리와 모습이 생각이 난다. 몇 해 전 명절이라 시골 교회를 갔다가 먼발치에서 공주 언니를 보았다. 어른이 된 공주 언니는 살도 찌고 그다지 공주스러운 외모는 아니었다. 남편과 함께 자동차 정비소를 운영한다고 했다. 그런데 그 언니가 오랜만에 만난 친구를 붙잡고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니 그 언니는 여전히 공주였다. 친구의 이름을 부르며 서스럼없이 다가가서 이야기하는 모습만 보았을 뿐인데 사랑받고 자란 아이의 자존감이 뚜렷하게 뿜어져 나왔다.


 자기 스스로가 얼마나 가치 있는 존재인지를 여기는 자존감은 타인이 나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의 시선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난 두 딸들을 ‘(예)쁘이' '(귀)요미'라고 부른다. 나에게 더없이 귀한 존재들이니 마음속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불러주면 자신이 얼마나 사랑스러운 존재인지 스스로에게 각인시키지 않겠는가.


 자존감은 5~8세 사이, 즉 유아기와 아동기에 뚜렷이 형성되고 대체로 8세를 전후로 안정되며 이후에는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 시기에 아이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부모의 역할은 눈빛을 넘어서 질문하는 것이다. 물론 엄마는 바쁘다. 아이들과 있으면 더 바쁘다. 쳐내야 할 일들이 늘 산재해있다. 그러다 보니 아이의 말과 질문을 건성으로 대답하거나 집중하기가 힘든 게 일상이다. 당장 저녁 밥상을 차려내야 하고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있는데 아이가 와서 이런저런 요구를 하고 질문을 쏟아낼 때 하던 일을 멈추고 아이에게 집중하기란 쉽지 않다. 가장 좋은 것은 그 순간 가스레인지를 끄고 아이에게 집중해주는 것이라고 육아책에서 배웠다. 하지만 한 번도 그러지 못했다. 아이에게 엄마가 하고 있는 있는 일을 끝내고 듣겠다고 잠시 기다리라고 한다. 급한일뿐 아니라 저녁 준비를 끝내고 여유가 생겼을 때도 아직 늦지 않았다. 아이에게 다가가 눈을 맞추며 질문을 한다.  

   조금 전에 무슨 이야기를 했지?

  네 생각은 어때?

  왜 그렇게 생각해?

 이것이 바로 아이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질문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질문은 관심이다. 내가 너에게 관심이 많고, 엄마는 너의 생각과 감정을 듣고 싶다. 그만큼 너는 나에게 가치 있는 존재라는 표현이 아이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것이다. 꼭 아이의 생각대로 해주지 않아도 된다. 아이가 원하는 대로 해주는 것이 자존감을 높여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생각과 감정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자존감과 직결되는 것이다. 아이를 깊게 이해하고 감정을 나누려는 마음이 사랑이고 그런 사랑을 느낄 때 아이는 자신이 의미 있는 존재라는 확신을 갖고 자신을 사랑할 수 있다.

 아이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부모가 되고 싶다면 아이에게 온 신경을 집중하라, 눈빛, 손, 온몸을 그 아이에게 집중한 다음 아이의 생각과 마음에 초점을 맞춘 질문을 해야 한다.  

   “네 생각은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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