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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트다움 Dec 15. 2023

5분 일찍 나서는 이유

나서는 여정의 여유와 의도적인 짧은 공백

약속된 시간보다 일찍 나서는 것이 한때는 시간 낭비인 것처럼 느껴졌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약속시간 보다 일찍 도착해서 의도적으로 나 자신에게 시간적 여유를 주는 것이 내 심신을 안정시키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이후로는 연이은 스케줄로 일찍 출발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는 한 일찍 나서서 얻어지는 틈새 시간이 주는 여유를 즐긴다. 


도착시간에 조금 일찍 도착하는 그 짧은 여유시간을 가지고는 많은 일을 할 수 없다는 것도 어찌 보면 매력 중 하나이다. 생각을 날카롭게 정리하고 마음을 다잡고 기껏해야 짧은 글을 읽거나 메모를 남기는 정도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일찍 나서는 것의 힘은 생각보다 크다. 일정에 늦을까 봐 가는 내내 마음을 졸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도착해서 정확한 위치를 찾기 위한 시간이 확보된다는 것도 마음에 안정감을 준다. 어쩌면 도착해서 남는 시간에 무엇을 할 수 있다는 의미보다 그곳까지 가는 여정에 심적 안정감과 여유를 더해준다는 데에 더 큰 의미가 있는 듯도 하다. 


또 하나, 모든 만남과 일정에는 '기대'라는 것이 존재한다. 그 만남과 일정을 통해서 이익을 얻어야겠다는 기대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참여자들 모두에게 유익이 되는 '의미'를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강의가 되었든 미팅이 되었든 지인과의 만남이 되었든 그 자리가 내 삶과 일에 주는 각각의 '의미'가 다 있다. 현장에 도착하기 전에 그 의미를 되새기는 여유를 갖는 것과 그렇지 못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만남이 되었든 미팅이 되었든 그냥 함께 앉아 시간이 흐른다고 의미 있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만남 전 잠깐 생각 정리를 할 수 있는 여유시간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짧은 여유를 낭비 없이 활용하거나 혹은 맘 편히 의도적으로 쉬려면 내 하루가 큰 계획의 맥락 안에 있어야 한다. 반대로는 짧은 여유를 창의적으로 쉬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면 긴 여유시간에 하고 싶은 것이 생긴다. 찰나의 영감으로 쓰기 시작한 글을 조금 긴 여유를 찾아 마저 쓰고 싶어 진다거나, 잠깐 들었던 노래가 나중에 떠올라 다시 듣고 싶어 진다거나 짧게 남긴 메모가 좋은 아이디어의 시작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5분 먼저 나선 걸음은 나에게 참 좋은 선물과 같은 시간이 되곤 한다.


약속 장소에 일찍 도착해서 찍은 하늘 




쉼에 있어서 여유 시간의 유무는 쉼 자체를 가능하게도 혹은 어렵게도 만든다. 그래서 더 고의로 라도 '남는' 시간을 만들어 보려는 시도가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분주함의 틈새에서 잠깐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능력을 갖는 것. 어쩌면 내 시간에 주도권을 뺏기지 않는 시작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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