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솔트다움 Dec 19. 2023

취향과 쉼 사이

오티움

집안에 켜켜이 쌓인 먼지를 닦고 흐트러진 물건들을 정리하며 밀리의 서재에 담아 놓았던 오디오북 하나를 재생시켰다. 문요한 정신과 의사가 쓴 '오티움'이라는 책이었다.


오티움은 라틴어로 '배움을 즐기는 여가시간' 의미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 책에서 작가는 오티움을 '내적 기쁨을 주는 능동적 여가 활동'이라고 정의했다. 책 한 권을 다 들으며 떠오른 단어들이 있었다. 바로 취향과 몰입이라는 두 단어였다. '살아갈 힘을 주는 나만의 휴식'이라는 부제는 마치 행복하기 위해서는 나의 취향을 찾아 몰입하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듯했다. 자기 목적적이고 일상적이고 주도적이고 깊이가 있고 긍정적 연쇄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취향을 찾아서 오티움의 시간들을 쌓아나간다면 그 안에서 최고의 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에 때로는 깊이 끄덕이기도 때로는 의문이 생기기도 했다.


우리는 어떤 상태일 때 잘 쉬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될까? 그리고 그것의 '몰입'과의 교집합은 어느 정도 일까?


휴식 = 몰입 = Here and now

목적이 있는 쉼 디자인이라는 주제로 내게 '휴식'의 느낌을 주는 것들을 돌아보는 지난 글들을 돌아보니 한편으로는 그 여정이 취향을 찾아가는 여정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그 순간들에 충분히 그리고 오롯이 집중하여 내 몸과 맘이 쉬어가는 장면들을 떠올리며 '잘 쉬고 있다'라는 느낌에 더하여 '내가 그것을 좋아했구나'라는 발견이 있었다. 아니 최소한 '내가 그 순간들에 오롯이 존재했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기억들이었다.   


On the other hand, 휴식 = relax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능동적인 의미로 '휴식'이라는 것을 소화하고자 하는 시도들은 휴식조차 무언가를 몰입하여 열심히 하라고 부담을 주는 것 같은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자고로 휴식이라 함은 생각과 동작의 속도를 늦추고 몸과 마음이 편안한 상태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을 것이란 말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결국은 두 가지 견해 모두 100퍼센트 이해가 된다. 때로는 숨 쉬는 속도까지 늦춰가며 아무 생각하지 않고 멍을 때리는 쉼이 필요한 순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쉼을 삶 안에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고 삶을 영위한다라는 의미의 범위 안에 쉼을 넣을 것이라면 휴식이 때로는 능동적으로 그 안에서 내가 정신적으로 충만히 채워지는 것을 의미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쉼은 우리의 삶을 지속가능하게 해 준다. 꿈을 좇는 여정을 지속하게 해 주고 목표를 향한 걸음에 인내하며 정진해 나갈 수 있는 힘을 준다. 다 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자 하는 것이 쉼의 목적이 아니라 잠시 나를 추스르고 조금 늦더라도 가던 길을 계속 가고자 잠시 숨을 돌리는 것이다. 쉼은 내 맘을 챙기고 용기를 충전하고 내가 나로 사는 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내 주변의 소중한 것들을 함께 보듬어가기 위한 시간이다. 그 머무름의 시간이 두터워지는 시기에는 필요에 따라서 충분히 두텁게, 스치듯 숨 쉬듯 일과 쉼이 뒤섞일 때에는 또 그렇게 쉼을 삶 안에서 저글링 할 수 있는 베테랑 같은 여유가 우리 모두에게 있기를.    



이전 06화 5분 일찍 나서는 이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