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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트다움 Jan 17. 2024

쉼을 일처럼

선택이 아니라 필수

일은 필수이고 쉼은 선택이다.


이견이 있을까?


피로가 얼마만큼 쌓였든 당장 처리해야 하는 일을 하지 않고 쉬겠다고 하는 사람 앞에 우리는 책임감을 운운한다. 쉼쯤은 얼마든지 양보할 수 있어야 프로라는 말을 들었었다. 쉬다가도 급한 일이 생기면 일로 즉시 복귀하는 사람과 일하는 것을 선호한다. 일 때문에 피로를 호소하는 워크홀릭들이 왠지 멋있어 보이고 쉼에게 틈바구니를 내주지 않는 압도적인 일의 양이 그 사람의 능력치를 대변해 주는 것만 같다.  


하지만, 지금 이글에서는 이미 눈치챘겠지만, 쉼의 편에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쉼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반드시 지켜야 하는 기한을 가진 일처럼 쉼의 시간도 그렇게 지켜야 한다고 말이다. 하던 일을 중간에 내던지고 쿨? 하게 쉼을 위해 떠나라는 것이 아니다. 쉼을 반드시 지켜낼 수 있는 형태로 디자인하자는 이야기이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 상황'에 이상한 관성으로 일을 잡지 말고 내 영과 육에 쉼이 될 수 있는 쉼이 무엇인지 '알자'는 이야기이다. 



일의 쉼의 공통점. 
멀리하기엔 너무 가까운



한 번에 하나밖에 할 수 없다. 일하는 순간에는 쉬고 있다고 말할 수 없고 쉬고 있는 순간에는 일하고 있다고 말할 수 없다. 우리에게 꼭 필요하다. 우리는 일을 하면서 우리를 발견하고 또 쉬면서 우리를 알아간다.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를 알게 하는 발견은 나 스스로의 가치를 높여주는 느낌을 받게 하고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게 하는 쉼의 시간은 깊은 곳에 숨겨진 나를 만나게 한다. 일과 쉼 모두, 오랫동안 떠나면 그에 대한 목마름이 커져간다. 살기 위해서, 살고 있다는 느낌을 생생하게 느끼기 위해서는 그 둘 모두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내 머릿속을 일로 꽉 채워 온몸이 뜨거워지는 경험도 살면서 꼭 해봐야 하고 머릿속을 텅 비워 무의식에 잠자던 나도 꼭 만나봐야 한다. 



함께 혹은 나만의


휘게 와 퀘렌시아는 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 꼭 등장하는 단어들이다. 휘게(hygge)는 덴마크어로 편안하고 아늑한 상태를 말하며,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하는 소박한 일상 속에서 느끼는 행복을 추구하는 북유럽식 라이프 스타일이라고 한다. 한편, 퀘렌시아(Querencia)는 스페인어로 피난처, 안식처의 의미로, 스트레스와 피로를 풀 수 있는 자신만의 휴식처를 뜻한다. 퀘렌시아는 지친 몸과 마음을 쉴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서 현대인들에게 필요한 개념으로 주목받고 있다. 두 용어 모두 편안함과 휴식을 추구하는 개념이지만, 휘게는 일상 속에서의 작은 행복을 추구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퀘렌시아는 보다 적극적으로 자신만의 휴식처를 찾아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는 차이가 있다. 


쉬고자 하는 사람의 성향에 따라 또 상황에 따라 쉼의 형태는 달라질 수 있다. 같은 사람이 어느 때는 휘게를 또 어느 때는 퀘렌시아를 찾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쉼의 형태이든 변하지 않는 사실은 다시 한번, 우리에겐 쉼이 필요하다. 내가 찾은 쉼을 무엇이라 부르든 그 시간을 통해 삶은 짙어지고 다채로워진다. 부디 손 닿은 곳곳에 내가 찾은 나의 쉼 들을 놓아둘 수 있기를. 언제라도 손 뻗어 삶의 향기를 깨울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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