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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트다움 Mar 06. 2024

매 순간 마음을 담다

느끼며 살아가는 하루에 깃드는 쉼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다 보면 내 마음이 그날의 순간들에 머물렀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마음은 내 속 저 안쪽 구석에 넣어놓고 몸만 이리저리 분주하게 움직인 것만 같은 느낌. 머리는 일을 하지만 마음은 이리로도 저리로도 움직이지 않은 것 같아 가끔 멍해지기도 한다. 마음을 담는다고 해서 감정적으로 모든 상황에 반응을 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저 내 마음이 빼꼼히 고개를 들어 오늘 하루를 나와 함께 살아가고 순간순간을 느끼기를 바랄 뿐이다. 


진심이 느껴지는 사람이 되자는 말로 들릴 수도 있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가면 남들에게서 '진심이 느껴지는 사람'이라는 말을 들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은 오롯이 나 중심적 관점에서 마음을 일상에 담아 쉼을 누리는 이야기를 해보기로 한다.



표정에서 감정을 지우다

감정에서 반응 혹은 표현까지의 거리가 짧은 사람일수록 마음이 표정에서 잘 보인다. 표정으로 의사소통을 하는 갓난아기의 표정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순간순간 감정의 변화가 그대로 표정에서 드러나는 것을 볼 수 있다. 배고프다고 얼굴을 찡그리며 찡찡거리는 아기에게 우유를 물리면 열심히 입 주변 근육을 움직이며 우유병을 빨아댄다. 배 부르게 먹은 아기는 찡찡거림은 사그라들고 편안한 얼굴이 된다. 그리고 그제야 반가운 얼굴에 방긋 웃어도 준다. 표정이 생존을 위해 가장 쓸모가 있는 갓난쟁이의 시절을 지나면 감정을 감추기 시작한다. 슬픔을 가리고 화를 눌러 내리고 기쁨을 감춘다는 의미가 있는 '참는다'는 표현에는 부정적인 느낌보다는 자신의 감정을 컨트롤해서 사회적인 인간으로 살아가는데 적합한 능력을 의미하는 듯한 뉘앙스가 있다. 즉각적으로 표현하는 사람보다 한 템포 참는 사람이 성숙한 사람인 것으로 여겨지기까지 한다. 그렇게 우리는 표정에서 감정을 지워나갔다. 포커페이스가 잘 되는 것이 능력으로 여겨질 만큼. '감정적'이라는 것은 프로페셔널이 경계해야 할 무언가가 되어버렸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오래된 대니얼 골먼의 감성 리더십을 끄집어내어 감정을 잘 읽는 것이 좋은 리더십이라며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잘 읽으려면 리더 스스로도 자신의 감정을 잘 읽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나와 남의 감정을 마주하여 알아차려야 하는 것이 과제가 되어버린 이상 언제나 그렇듯 많은 리더들이 스스로의 감정을 알아가려 도전하고 시도할 것이다. 그리 살아오지 않았으니 하루아침에 쉽게 알게 되진 않겠지만 모든 일은 방향이라 하지 않는가. 방향을 잡은 이상 어제보다 오늘은 또 오늘보다 내일은 조금 더 내 감정을 더 잘 그리고 깊게 알게 될 것이다. 


마음을 알아주는 것에 마치 트렌드라도 있어 왔던 것처럼 이야기 했지만 사실 그런 것이 어디 있겠는가. 마음, 감정이라는 것은 인간에게 늘 있어왔던 것이고 인류의 성장과 퇴보, 정치 경제 문화 교육 예술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얽히고설켜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을. 다만 그것이 소용없고 거추장스러운 것인 듯 거두어내고 살아가는 순간들이 얼마나 모순이고 그렇게 흘러가는 시간들이 얼마나 아까운 것인지를 이야기하고자 했던 것이다.



감정을 알아차리는 한 차원 높은 쉼

마음을 담는다는 것은 그 순간에 내 안에 올라오는 감정을 알아차리고 경험과 감정을 함께 기억하는 것이다. 외부의 자극에 대해서 내 감정은 뭐라고 말하고 있는지 내 마음을 돌보는 것이다. 이때의 감정은 내 상태에 대한 신호이고 성찰의 도구이다. 매 순간 내 감정을 알아차리고자 할 때 나는 그 순간 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민감하게 알아차릴 수 있고, 나라는 사람 안에서는 이런저런 자극들에 대해 어떤 감정이 올라오는지 관찰할 수 있는 민감함이 있다면 나 자체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될 수 있다. 


그러한 과정이 쉼이 될 수 있는 이유는 속도와 공간 때문이다. 마음을 담고자 내 속에서 그것을 끄집어 올리는 과정은 시간과 그 과정을 바라볼 생각의 공간을 필요로 한다. 그 시간과 생각의 공간이 우리에게는 쉼의 시간과 쉼의 공간을 만들어 준다. 그리고 질 높은 쉼을 쉴 수 있는 마음의 상태를 만들어준다.  



방해하는 것들

멀티플레이, 멀티페르소나 등 앞에 멀티가 붙으면 일단 내 마음은 어디에 가 있는 것인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마음을 동시에 여러 곳에 두는 것은 불가능하니 어디에도 없는 것 같다는 느낌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또 정리되지 않고 머릿속을 꽉 채운 생각이 있을 때 지금, 이 상황에 집중하여 마음을 담는 것이 어려워진다. 생각 따로 손 따로인 상황에서는 멀티플레이를 할 때와 마찬가지로 마음이 갈피를 잡지 못한다. 





일상을 단순하게 만드는 것.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는 것. 그렇게 내 마음을 지금 이 순간으로 가져오는 것. 일상 속과 머릿속 똬리가 풀려 시원한 느낌이 들고 지금 이 순간의 내 호흡을 인지할 수 있는 상태가 되는 것. 그 자체가 쉼이 될 수 있다. 그 상태에 놓여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호흡에 오르락내리락하는 내 몸을 느끼는 것만도 긴장이 풀어지는 느낌이 든다. 현재를 산다는 것, 그것은 내 마음에 미래 혹은 과거의 짐을 지우지 않고 지금 이 순간에 내 앞에 놓인 것들만 마음으로 감당해 내는 것이다. 그 정도로 적당히 마음의 근력을 키우고 부담을 주지 않는 것.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해방감과 쉼을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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