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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트다움 Mar 03. 2024

느리게 더 느리게

쉼으로 사는 법

삶이 쉼이고 쉼이 삶이 될 수 있을까?

숨 쉬듯 일하고 일하면서도 편안할 수 있을까?


우리가 해야 하는 일들에는 기한이 있고 스스로의 한계에 도전하고 넘어서서 성장을 이루려면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도 있을 수 있지만 그 모든 과정이 그저 살다 보면 겪어 지나가게 되는 것들로 받아들여지고 편안한 마음이 유지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인생의 희로애락을 다이내믹하게 겪으며 살아가지만 상황은 그러할지라도 내 안에는 평정심을 잃지 않으며 나를 포함한 내 주변 사람들이 어느 한순간 쉽사리 무너져버리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힘이 느껴지는 그런 삶의 태도가 연상되는 대목이다.



느리게 사는 것과 쉼의 관계 

반응의 속도를 늦춘다. 빨리 많이 무언가 해내느라 쉽사리 지치는 모습과 상반된다. 외부의 자극에 대해서 생각도 판단도 유보하고 아주 잠시 멈추었다가 반응을 한다. 모든 일을 느리게 했다가는 안 그래도 짧은 하루의 시간이 다 가버리고 쉬기만 할 수 있는 시간이 없어져 버릴지도 모른다. 신경을 많이 써서 빨리 끝내야만 하는 일이나 생각을 필요로 하지 않고 그저 해치워야 하는 일 앞에서는 몸을 빨리 손가락을 빨리 움직이는 것이 맞겠으나 그런 일들을 제외하고 하루 대부분의 템포를 조금 늦춰보자. 예상했던 시간들보다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하고 일찍 시작하고 일의 과정을 즐겨보는 것. 짧은 쉼의 시간을 따로 넣지 않아도 쉬는 시간이 없다 느껴지지 않을 만큼 그렇게 마음의 여유를 가져보자.


느리면 답답하다는 생각은 어디에서 비롯될 것일까? 상대의 반응을 기다리는 경우나 일의 대기시간이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경우에 반응의 속도가 느리다면 '답답하다'는 말을 들을 수 있다. 느리게 살고자 하는 것은 피해를 주더라도 개의치 말자는 의미가 아닐 것이다. 늦춘다는 것은 생각의 속도를 늦춘다는 것이고 생각이 감정에 닿는 속도를 늦춘다는 것이다. 또 때로는 산책 등 느린 템포의 쉼의 방법을 택할 수 있다. 쉴 때나 타인에게 지장을 주지 않는 상황에서는 움직임의 속도, 일하는 속도를 늦출 수는 있어도 타인과 합의된 일의 속도까지 희생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렇듯 '빠르게 빠르게'가 필요한 상황이 아닐 때에는 우리 스스로를 이완시켜 부교감 신경을 활성화시켜 보자.


'부교감신경이 지배하는 평화스러운 상태에서는 몸이 평형상태에 들어가기 쉬운 상태가 됨을 의미한다... 최소한 교감신경 상태에 들어가지 않는 주변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여러 가지 면에서 도움을 얻을 수도 있다. 일례로 음악 및 미술 감상, 편안한 책 읽기, 정원 가꾸기, 가벼운 운동, 피크닉, 삼림욕, 영상법, 좋은 친구와의 대화 등이다... 부교감신경 우위나 최소한 중립적인 상태에 놓여 있을 때 우리의 몸은 평형을 되찾게 되면서 치유 상태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이준남, 스트레스 심할 때 부교감 신경 활성법, 2017, 건강다이제스트)



느림의 멘탈

수레를 적당한 힘으로 밀어 느린 속도를 유지하며 계속 굴려가는 것은 어쩌면 빠른 시간 내에 빨리 수레를 굴려 목적지에 닿게 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인지도 모른다. 느린 템포로 항상심을 유지하며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은 체력과 정신력을 동시에 필요로 하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느림에 대한 예찬이 유효한 이유는 멈추지 않음에 있다. 지겹게도 느리지만 절대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언젠가는 목적지에 도달하게 하고 또 그 목적지가 내가 본래 지향했던 가치와 그려왔던 모습에 가장 가까운 모습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대단한 힘이 있다. 오랜 시간 천천히 처음의 마음을 유지하고 신념을 간직한 채로 그것이 이루어질 것을 믿으며 천천히 나아갈 수 있는 것은 겉은 느리지만 속은 치열한 자신과의 싸움이다. 생존과 책임감 있는 임무 완수를 위해 필요하다면 언제라도 속도를 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꼭 필요한 반전 매력이다.



결국은 균형

쉼의 방법 중 하나로 느리게 살아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균형일 것이다.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균형, 긴장과 이완의 균형, 흥분과 안정의 균형 그리고 느림과 빠름의 균형. 아직도 빨리빨리 와 괄목할만한 성장의 편인 우리의 눈과 귀에 경쟁과는 거리가 멀지만 우리 삶을 속속들이 채우는 가치들을 천천히 깨달아 채워갈 수 있게 해주는 그러한 균형이 우리에겐 필요한 것이다. 느린 템포의 활동들을 내 삶에 배치하고 가능하다면 삶 전체의 템포 또한 조금 늦추어 생각의 공간을 조금 더 두는 것. 생각의 공간만 가득하고 행동이 부족한 사람들은 쉼을 목적이 확실한 쉼으로 디자인하여 행동에 동기부여를 더하는 것. 내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를 알아서 밸런스를 찾고자 하는 시도는 매 순간 부족함이 있다고 여기는 것과는 분명히 다르다. 오히려 어떤 상황에도 그 상황을 인정하는 것. 나아갈 방향을 아는 것. 거기에서부터 균형을 찾고자 하는 시도는 시작될 것이다. 




PS. 쉼에 대해 브런치에 쓰던 이야기가 책의 초고로 작성되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그간 연재가 이어지지 못했던 부분 죄송해요. 길지 않은 글이라도 서로의 숨구멍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소통 창구로 이어가 볼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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