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승진인사 시즌에 느낀 것

by 은행원

내가 다니는 회사는 1년에 두 번의 승진과 인사 발령이 있다.

그때마다 회사의 분위기는 어수선한데, 대부분 이런 이야기다.


'차장님 5년 되셨는데 이번엔 발령 나시겠지?'

'나도 3년 됐으니까 발령 날 것 같은데'

'이번에 승진은 누가 되려나?'


직장생활을 하는 직장인이라면 승진은 중요한 일 중 하나이다. 신입사원 시절 나이 많은 대리님이 승진인사에서 고배를 마실 때마다 술 한잔을 하면서 푸념하던 것이 생각난다. 나도 승진해야 하는데~ 하면서 말이다. 결국 그 대리님은 차장님이 되셨고, 아마 그 다음 승진을 기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회사에서의 승진은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 번째 승진은 내 의지로 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승진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뒤따른다. 내 실력만으로 승진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누군가 나를 좋게 봐줘야 하고, 누군가 나를 이끌어줘야 하고 내 주변에 훌륭한 인맥, 지점의 성적 등 여러 가지 요소가 곁들어져 승진이라는 결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공부나 입시처럼 혼자 노력한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승진을 하기 위해서는 업무를 묵묵히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나를 굉장히 적극적으로 어필해야 하고 상사에게도 잘해야 하며 나는 승진을 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그런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만 비로소 승진이라는 왕관을 쓸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끝일까?


둘째 승진은 끝이 없다는 것이다. 조직의 체계는 굉장히 많은 단계가 있다. 말단 사원부터 시작해서 임원이 되기까지. 게임에서 다음 단계로 레벨업을 하듯 이번 승진이라는 단계를 넘으면 다음 단계가 나를 또 기다리고 있다. 끝이 없는 목표의 연속이라는 것이다. 이 목표를 달성하고 나면 굉장히 뿌듯할 것이다. 회사에서 인정받았다는 것, 연봉이 오른다는 것, 누군가 나를 ㅇㅇ차장, ㅇㅇ과장으로 불러준다는 것 등이다. 하지만, 이게 내 인생을 바꿔줄까? 대리에서 과장이 된다고 갑자기 내가 행복한 사람이 될까? 승진은 행복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생활을 오래할 생각이라면 승진이라는 목표를 놓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승진이 전부는 아니지만 그래도 직장생활을 하는 분들이라면 회사에서 인정받는 것이 목표일 것이다. 회사 생활을 즐기기 위해서는 인정받는 것이 필요하고 인정받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위치에 올라야 한다. 사람에게는 인정욕구라는 것이 있다.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누군가에게 인정받는 것이 훨씬 중요한 법이다. 누군가 나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내 가치가 결정되기도 한다. 회사에서는 그게 승진이다.




나는 이 두 가지를 내려놓기도 했다. 둘 다 내 의지보다는 누군가의 의지에 의해 결정되는 일이었다. 내가 제어할 수 있는 부분이 그리 많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자, 나는 승진이라는 욕구를 내려놓았다. 승진을 한다고 내 인생이 달라질 것 같진 않았다. 불리우는 호칭만 달라지고 매월 받는 월급이 조금 늘어날 뿐 나는 여전히 수많은 직장인 중 하나였고, 시간을 팔아 돈을 버는 노동자였다.


승진인사를 위한 면담이 있었다. 지점장님은 나에게 지난 몇 달간 실적을 얼마나 했고, 몇 번의 우수 직원이 되었는지 등의 수치를 가져오면 승진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니 자료를 취합해서 알려달라고 했다. 진짜 나를 승진시켜 주려는 마음인지 아니면 상사로서 내가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인지를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 순간 이미 회사에서의 승진은 내려놓았다. 승진 대신 퇴사를 하기로 결심한 뒤었다.


그동안 대기업 직원, 1금융권 은행원 등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좋은 타이틀로 15년을 살아왔는데 앞으로는 내가 원하는 일을 해도 되지 않을까? 어딘가에 보여줄 직함은 없지만 내가 스스로 직함을 만들면 되지 않을까? 회사가 파주는 명함이 아니라 스스로 명함을 만들어서 세상에 나를 보여줘도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지배하기 시작하자 회사안의 작은 세계에 매몰되어 있던 나는 이미 다른 세계의 사람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안정을 원한다. 내 주변 사람 5명의 평균이 나라는 말이 있다. 내 주변에는 대부분 직장인이다.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회사동료들이 있다. 어느 하나 벗어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같은 무리 속에서 같은 곳을 보며 돌진하는 직원들과 함께 일을 한다. 그 곳에서 다른 곳을 바라보는 시각을 갖는 것은 쉬운 것이 아니다. 뇌가 부정한다. 왜 어려운 길을 가려고 그래? 남들은 못들어오는 직장 왜 그만두려고 그래? 여러 가지 반발에 부딪힌다.


그러나 나는 믿는다. 불편함, 위기, 어려움을 무릅쓰고 도전해야만 다른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남들처럼 노력해서는 남들과 같은 결과만을 가져온다고. 그리고 이왕하는 노력이라면 장기적으로 나에게 더 도움이 되는 일을 하자고. 그게 바로 내 사업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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