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에 반에서 꼭 그런 아이가 있다. 있는지 없는지 조용해서 존재감이 크게 없는 아이. 결석을 해도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존재감이 적은 아이, 그게 바로 나였다.
나는 어디에 나서거나, 눈에 띄거나, 돋보이는 것이 싫었다. 남 앞에서 내 생각을 말하는 것도 싫었고 그저 대중에 묻혀 조용하게 지내는 것이 가장 마음이 편했다. 평범한 것이 가장 어렵다는 합리화로 무리에 섞여 조용하게 지내왔다.
이런 내 생각은 몇 년 전부터 완전히 바뀌었는데, 나는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력을 미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과거엔 내가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알려줄 정도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는 금융권에서 15년을 일했고 금융 지식에 전무한 누군가에게는 내 지식이 도움이 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에 미치자 나는 은행에서 일대일로 고객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닌 다수에게 내가 가진 지식을 나누어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내 인생을 사랑하는가? 종종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는 조용한 편이었지만 자기애가 강했다. 자존감은 낮았지만 자존심은 쎈 편이었다. 그런 나에게 자주 질문을 던졌다. 나는 내 인생을 정말 사랑하는가? yes 였던 대답은 점점 no로 변해갔는데 점점 내 시간을 내 자유의지로 컨트롤 하지 못할 때 그런 마음을 느꼈던 것 같다.
휴가를 갈 때도 누군가의 승낙이 필요했고, 식사를 갈 때도 마찬가지였다. 야근도 내 의지로 선택할 문제가 아니었다. 내 하루가 내 의지가 아닌 누군가의 선택에 의해 결정된다고 느낄 때, 나는 내 인생은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동시에 내 인생을 사랑하는가? 에 대한 대답도 점점 바뀌어갔다. 대기업에 다니며, 잘 자라고 있는 아들 딸이 있고, 자가에 살고 있으며, 재테크도 잘 해왔던 나이지만 정작 나 스스로 행복하다는 생각은 점점 사라져갔다. 그리고 내가 내 인생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어떤 부분이 가장 문제일까 돌이켜봤다. 나는 이미 다 가진 행복한 사람이었다. 그토록 바래왔던 가정을 이루었으며 바라던 대로 아들, 딸도 있으며 돈 걱정 없이 사는 사람이었다. 내가 지금 행복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내 하루를 내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우리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한다. 누군가는 직장에서 일을 하며 누군가는 자신의 사업을 한다. 어떤 일이든 존엄하고 소중하기에 문제는 나 자신에게 있었다.
직장에서 근무를 하는 시간동안 상사의 지시를 그대로 따르는 일, 누군가의 일을 처리하다가 정작 내 일은 뒷전이 되는 일 등. 나는 직장생활이 편해질수록 행복을 잃어갔다.
나에게 직장이란 돈을 버는 곳 이상으로 내가 성장하는 곳이었다. 배울 게 많은 곳이었기에 나는 돈보다 더 높은 가치를 두고 일을 했다. 내가 배우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준다는 것, 그게 나에게는 큰 가치였던 것이다.
어느 순간 이 곳에서 내 성장은 멈췄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나는 언젠가는 다른 곳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좀 더 앞당겨야 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 다짐은 내 스스로 더 이상 내 인생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느꼈을 때 더욱 강렬해졌고, 한번 그 생각이 들기 시작하자 나는 이미 회사와 이별을 준비했다.
어쩌면 회사는 내 첫사랑과 같다. 나는 이 회사 말고 다른 회사를 다녀본 적이 없다. 나의 첫 직장이며 나에게 자산을 불려준 곳이자 사회생활을 알려주고 금융지식을 쌓게 해준 곳이다. 이렇게 소중한 곳을 내 스스로 떠나게 될 줄은 나조차도 몰랐다.
나는 내 인생을 사랑하는가? 질문을 던져본다. 나는 나다울 때 가장 행복했다. 나답다는 것은 내가 좋아하는 글을 쓰고, 읽고 싶은 책을 읽고, 하고 싶은 일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었다. 회사 안에서의 규정을 따르고, 규율을 따르는 일도 10년 넘게 잘 해왔지만 그게 진짜 나를 행복하게 하는 일은 아니었다.
나는 내 인생을 사랑하는가? 나를 행복하게 하는 일은 무엇인가? 질문을 던져본다. 나는 나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나는 어떤 사람이며 나는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한지 내가 바라는 삶은 무엇인지.
자주 질문을 던진 끝에 답을 조금씩 찾아가게 되었다. 나는 자유롭고 싶었다. 돈이 많은 부자가 보다 자유로운 사람이 되고 싶었다. 명품과 좋은 집보다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자유가 나에게 더 소중했다.
나는 그 가치를 쫓기 위해 퇴사를 결정했고, 퇴사 후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내가 하고 싶은 시간에 하는 자유를 쫓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만약 이 길을 걸어보았는데 내가 원하는 길이 아니었다, 싶으면 다시 직장을 구할 수도 있다.
가보지 않은 길은 나조차도 모른다.
그 길을 가장 빠르게 알 수 있는 방법은 내가 직접 가보는 것이다.
잠시 방황해도 괜찮다. 인생에 정해진 속도는 없으니까. 길고 긴 인생 중 1년, 2년 늦어진다고 해서 인생이 망하는 건 아니다. 그래, 지금 충분히 잘해왔고 어떤 선택을 해도 괜찮다. 나는 나 스스로를 믿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