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이의 암치료
3월이 시작되어서인지, 인스타그램을 통해 전해지는 소식들은 온통 설렘뿐이다. 솔이도 건강했다면 올해부터 유치원에 다니며 종알종알 유치원의 설렘을 내게 전했을 텐데, 무균실 침대에만 앉아 있는 솔이에게 어떤 설렘도 전해지지 않는 3월이 잔인하다.
모든 세균을 통제한다는 무균의 공간에서 엄마와 단둘이 시간을 보내는 솔이의 하루는 괜찮았을까? 솔이가 집에 있었다면 밤이 되어도 엄마 아빠랑 놀고 싶어서 잠을 자지 않겠다고 투정을 부렸을 테지만, 이곳에선 저녁 8시만 되면 이 작은 병실 안에서 더 기대할 것도 없다는 것을 아는 듯 베개에 머리를 댄다. 그렇게 무균실의 낮을 견뎌내고 밤을 받아들이는 솔이는 외로운 감정을 배우는 중일지도 모르겠다.
오늘로 3일째 되는 고용량 항암은 솔이의 무균실 일상을 더욱 단조롭게 만들었다. 무균실에 처음 입성하던 날엔 장난감을 가지고 놀기도 하더니, 이젠 영상만 쳐다보는 시간이 길어졌고, 음식을 먹으면 토하거나 설사하는 횟수도 많아졌다. 혼자서 조작하는 즐거움은 사라지고, 온전히 몸이 반응하는 고통을 체감하며 그것을 받아들이는 시간들이 솔이의 일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도대체 항암치료는 암을 죽이는 것인지 사람을 죽이는 것인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그래도 솔이와 갇혀있는 이 무균실엔 큰 창이 있어서 다행이다. 창속엔 하늘도 있고, 해도 있다. 시골에 사는 솔이가 늘 꿈꾸는 아파트도 창문 프레임에 가득하다. 솔이와 빨리 저 바깥세상으로 나가 겨울이 다 지나갔다는 것도 알려주고, 갓 시작된 봄냄새도 알려주고 싶다.
#고용량항암 20250306
#조혈모세포이식 2025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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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6개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