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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외노자 정리 Mar 22. 2023

악수하지 않는 남자

외노자 정리

#영국 #일상 #악수






신뢰를 얻기란 쉽지가 않다. 사 년째 연을 맺고 있는 부동산 중개인은 머리가 희끗희끗한 60 정도의 풍채 좋은 할아버지였다. 처음에  아저씨를 보았는데 뷰잉을 하기로  집에서 만나기로 하고 기다렸다.


그때 Z4가 부르릉하고 오더니 이 할아버지가 내렸다. 덩치는 180-182 센티미터 정도에 몸무게가 89-95 키로 정도 되는 것 같아서 진심으로 사람대 사람으로 어느 정도의 경외감을 느꼈다. 게다가 슈트를 풀셋으로 착용했으니 약간 이태리 마피아 계열 느낌이 물씬 풍겼다.


처음에 만나면 악수를 하는 게 예의였는데 코로나 시기였기 때문에 이 할아버지는 악수를 청하지 않아서 나는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서류를 내미는 오른손에 있어야 할 엄지 손가락이 없는 것을 보고 0.5 정도 거기에 눈이 꽂혔다. 아마 눈치챘겠지?

사실 나는 별의별 상상이  되더라고 뭔가 조직에서 나왔나? 보통 검지 약지  이런 쪽을 자르는 것으로 영화에서 나오는데 높은 포지션일수록 엄지?

그 뒤로도 얼마간 이 할아버지와는 악수를 하지 못했다. 아무래도 당연하겠지 나라도 선뜻 악수를 하지 못하지 않았을까.


반면  할아버지는 외모와 풍채에서 풍기는 분위기와는 다르게 요리를 매우 좋아하고 특히 김치를  만들어 먹는다고 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누구, 한국인 아닌가


나는 이 할아버지에게 대부분 영국 슈퍼마켓에서 구할 수 있는 로컬 재료와 일부의 한국재료 (멸치액젓과 고춧가루)를 이용해 만들 수 있는 김치 레시피를 전수했다.


특히 김치에는 시원한 무생채가 중요한데 한국무도 괜찮지만 영국산 홍당무도   몫을 한다. 김치와 함께 담아두면 깍두기로 변모하며  맛이 일품이다


그때 그 사진이 어디 있더라. 여기 있네:


나는 그에게 최선을 다해 요리를 하는  ‘레시피’를 알려주었다. 요리 레시피를 전하면서 ‘우리가 김치를 담으면 제대로 한번 맛을 보여줄게!’라고 했는데 아직까지 이를 지키지는 못했다. 우리가 김치를 담으면 김치가 너무 맛있기 때문에 미리 포션을 때어놓지 않는 이상 선물로  김치는 없다.



그러한 일상과는 별개로, 여러 번  아저씨와  심각한 대화를 했다.


첫 번째는 비자문제.

 당시 우리 비자의 유효기간이 당장 1년도  안 남았는데 우리를 세입자로 받아들일  있나?  첫 번째 문제에 대해서  어떠한 타협도 없이 1년 치 렌트를 선불로 내는 것으로 해결을 보았다. 장모님께 배부분의 돈을 빌렸고 남는 부분은 4-5 금융권 정도 되는 곳에서 이부 이자로 돈을 빌려서 해결한다.


우리는 그렇게 비싼 비용으로 신뢰의 문제를 해결했다. 그러고 나서 1년도  안되어 우리의 삶은 많은 변화가 생겼다. 첫째로 나와 아내는  나은 직장을 가지게 되었고 이제 나의 월급만으로 해당 렌트를 감당할  있게 되었다. 그래서 렌트를 연장할 시점에 나의 월급 증명서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이 되었다. Thanks God.


이러한 크고 작은 문제들이 계속해서 발생하는 사이 이 할아버지와도 크고 작은 문제들 (집이 오래되어 발생하는 필연적인 문제 - 낡은 마루, 보일러 문제, 쥐의 침입등)을 다루면서도 우리는 공정하게 모든 문제를 바라보고 정당하게 우리의 권리를 주장하고 그는 또한 정당한 방법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공급해 주었다.


그리고 이제  집에서 진짜 나가야 하는 시점이 된다. 나는 새로운 집을 찾아 분  할아버지에게 감사하며 이삿날을 현재 렌트가 끝나는 그다음 날로 잡고자 했다.


2/28일에 렌트가 끝나는데 통상 렌트가 끝나는 날을 넘겨서 이사할 수는 없다. 그러면 ‘하루치’의 월세를 내야만 한다. 그러나 이 할아버지는 이 하루치 월세를 받지 않았다.


그리고 또 하나의 문제, 보증금. 보통 6주 치의 월세를 보증금으로 내는데 나는 어쨌든 동일한 중개사를 이용하기 때문에 저쪽 집의 보증금과 이사 갈 집의 보증금의 차액만을 이삿날에 내면 합리적이고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고만하며 제안했는데 아를 흔쾌히 수락한다. 자칫하면 에이전시의 허용된 의사결정 범위에 위배되는 것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그는 수락했다.


그는 이 말을 했다.




'어머니가 아무도 믿지 마라는 말을 가훈으로 삼아서 그렇게 살아왔지.

먼저 믿으면 손해라고, 그래서 잘 안 믿어 사람을

그런데 너는 이제 내가 믿을 수 있겠어 정 Jeong'





어느 런던의 부동산 중개인 할어버지,

그 또한 외국인 노동자의 삶을 나보다 먼저 살아왔다.


그는 English British 아니라고 했다. 그는 그가 태어난 나라의 사람이라고 했다. Passport Citizenship 다른 문제라 했다. 어느 나라의 시민이건 국민이건 어떤 비자를 가지고 있건 패스포트를 소유하고 있건,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악수를 하기 시작했다.


어느 시점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가 먼저 그의 오른손을 내밀었던 그 장면은 생생하다.


신뢰란 이런  아닐까,

숨기지 않아도 되는   그대로의 맞잡은 .


나는 여전히 생소한,

엄지손가락이 없는 그의 오른손과의 악수를 기대한다.

















영국엔 외노자정리,

부산엔 유외숙 김밥.

https://m.blog.naver.com/drleepr/222984578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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