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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S 오픈 플레이스 Oct 24. 2021

방 세 개를 늘리는 방법

집의 가치는 다락에도 숨어있다

그래도 지 과정을 통해 얻은 것은, 울버 코트라는 마을의 재발견이었다. 드넓은 초원을 품고있는 옥스퍼드의 북쪽작은 마을, 아주 오랫동안 이곳에   같은 담쟁이넝쿨들이 집집마다 가득하고, 오랜동안 자연스럽게 멋이든  시골풍의 집들이 늘어서있는 동네였다.


"울버 코트는 분위기가 좋지만, 매물이 잘 나오지 않아요." "멋진 시골풍 펍이 많이 있어서 자주 놀러가는 동네예요."  


활기찬 옥스퍼드 대학가에서 자전거로 15분가량 떨어져 으면서, 또 비싼 동네는 아니면서도, 결정적으로 평판이 좋은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의 학군 안에 있었다. 지 친구의 말처럼 매물별로 없었고,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사시다가 돌아가시거나, 작은 집으로 옮기는 경우에 주로 나오기에, '너무오래된 ' 뿐이었.


별로 조사할 것도 없이, 우리는 가장 싸게 나온 집을 유심히 보았다.   개짜리 방갈로였다. 울버 코트 마을 어귀에 보건소 옆에, 빨간 벽돌로  30  작은 단독주택이었다.


 , 분명   전에는 없었는데, 그사이에 새로나온 따끈한 집이었다. "원래 65 이상 은퇴자 전용 주택이었는데, 이번에  조건이 누구나   있게 풀렸다고 하네."


은퇴자 전용 주택으로 등록하면 정부에서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을 주고, 더불어  가격도 시세보다 저렴하게 책정된다. 어르신들이 살기 좋은 집이다 보니, 주로 단층집이고 크기도 작다. 옥스포드 시청에 공개된 서류에 따르면, 1991년에 드류잇부인 Mrs. Drewitt 다섯 채의 은퇴자 주택 '드류잇 코트' 지어 분양했고, 본인은   1 Drewitt court 살았다. 얼마  그녀가 세상을 떠나고,  아들이  집에 살다가, 작년에 시청에 은퇴자 전용 조건 폐지를 의뢰했다. 1 여의 조정과 허가를 얻어 이 집은 시장에 나왔다. 원래 가지고 있던  앞마당도 잘라서 시청에 팔았던 터라, 지금은 10 정도의 작은 앞마당과 조그만 파티오 공간만을 갖고 있었다.


옥스퍼드에서 제일  팔리는 부동산에서 나온 소개업자 패트릭은, 역시나 멋진 차를 타고 매끈한 양복태를

내며 나타났다.

"저번엔 미안하게 됐어요" 그가 멋쩍은  말했다. "이번 집은 정말  고르신 거예요. 포텐셜이 정말 많죠". 포텐셜란, 부동산 설명에서는 '많이 낡아서 보수공사를 해야 하는 '이라는 뜻일 것이었다.


오래된 나무 대문은 걸려서   열리는  분명한데, 패트릭은 애써서 힘을 어 열었.    안에는 유행이 지난 장미무늬 스테인드글라스 창문과 몇몇 낡은 가구가 남아, 혼자 단순하게 사시던 분의 느낌이 묻어났다. 30 전에 예쁘게 골라 달았을 조명은, 이제 돌고 돌아 다시 레트로풍 유행이라  수도 있을  같았다. 작은 키친에는 몇십 년은 족히  가전과 캐비닛이 있었는데, 놀랍게도 생선 굽는 그릴은 허공에 둥둥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건 정말 박물관에 보존해야   같은데."


키친 뒤로,  2미터쯤 되는 뒷마당 공간에는 타일 틈마다 잡초가 무성히 자라 있었고, 진한 고동색을 칠한 낡은 헛간이 있었다. 감각적인 것이라고는 찾을  없는, 무심하고 소박한 영국식 방갈로였다.


집을  돌아보기도 전에, 패트릭은 헛기침을 하며 다가왔다. "싱글룸  개가 딸린 집이아이가   있으니  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는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켰다. "위에 엄청난 사이즈의 다락이 있어요."


영국 집에서, '엄청난 사이즈의 다락' 무슨 의미일까? 보통 수많은 파리가 죽어있고, 안쓰지만 버리기는  그런 가구와 짐을 넣어두는 곳이었던 다락은, 영국 주택공간에서 가장 뜨겁게 관심을 받는 공간으로 자리 잡은  오래였다. 바로  다락의 바닥을 보충하고, 천창을 달고, '도머'라고 불리는 박스를 만들어서  다른 주거공간을 창조하는 '로프트 컨버전'이었다. 로프트 컨버전은 증축과 달리 정원이나 뒷마당 공간을 잡아먹지 않고도 방을  만들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홈하우스 앤 홈의 에디터이자 마이클 홈즈는 '값이 오르는 집'House for Profit 이라는 책에서 로프트 컨버전 Loft Conversion을 이렇게 정의했다. 주택의 지붕  다락을 개조해서 2, 또는 3층으로 만드는 공사다. 대부분이 주택인 영국의 집에, 로프트 컨버전은 가든을 침범하지 않으면서 집의 크기를 늘릴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공사비가 가격에 반영이 된다고 했다.


물론, 어느 다락이나  방으로 만들  있는 것은 아니다. 이웃에서 집을 고치고 있는 친구는 '다락에 올라가면, 지붕의 가장 높은 부분이 2.2미터가 되는지를 확인하라'라고 조언을 해주었다. "지붕이 낮은 다락도 있어요. 그러면 아무리 다락이 널찍하다고 해도 머리 높이가  나오기 때문에 공사가 복잡해져요. 지붕을 높여야 하니까요." 우리같이   개를  만드는 경우도 있었다.


빳빳한 하얀 와이셔츠를 입은 패트릭은 남편에게 사다리를 내려주고는 아래에 서서  소리로 외쳤다. "어때요? 엄청나죠?" "여기 수많은 나무기둥이 지붕을 사선으로 받치고 있어. 여기서 어떻게 산다는 거지?" 이윽고 거미줄을 달고 내려온 남편이 결과를 알려주었다. "높이는 2.3미터."


다시 한번은 더 봐야겠기에, 이번에는 주변의 빌더를 초청해서 같이 집을 봐달라고 초청했다. "  있겠어요." 스코틀랜드인인 그는 성의 있게도  가지 아이디어로 도면을 그려가지고 왔다. "이층에 화장실  개와    만들  있겠어요. 화장실 문을 양쪽으로 두개 두어 각 방으로 이어지게 하면 재미있겠어요. 지붕 끝에 낮은 자투리 공간은 문만 달아서 낮은 장으로 만들어도 되고요". 그는 열성적으로 덧붙였다. "그리고 방마다 스토리지를  연결해서, 아이들이  안에서 이방   돌아다니도록 하는 거예요!" 자려고 누웠는데 옷장에서 아이들이 불쑥 튀어나오는 상상을 하니 즐겁지는 않았지만 그의 기발한 아이디어에 희미한 미소를 보냈다.


우리의 버짓으로 ‘어느 정도의  실현할  있는 방법은 낡은 집을 고쳐서 사는 것이라는 느낌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공사비를 충당하기 적당한 집도 당시로 옥스퍼드에  집뿐이었다. 마침 친구의 가족도 워릭에서 우리보다  규모의 집을 사서 지붕 높이를 20센티 높이고 방을 만드는 우리보다  규모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었다. "우리 집도 하는데, 현수 씨네는 분명히   있을 거예요. 허가도  받아도 되고요." 허가라니요? "집을 고칠  시청에 신고를 하고 규정에 맞는지 맞춰서 고쳐야 하거든요. 다락방의 경우는  안에서 하는 공사이기 때문에, 공간이 어느 면적 이하라면 신고를  해도 돼요. 그게 얼마나 시간과 돈과 일을 줄여주는데요. 해봐요."


인테리어를 전공한 그녀는 태블릿을 열어 능숙하게 가능한 이층의 도면 몇 가지를 그려주었다. "아래층에 이렇게 벽을 트고, 여기에 벽을 세우기만 해도 되겠어요." 벽을 트고 세우는 것이 그렇게 간단한 것인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들었다. "이층은 이렇게 하면 충분히 방이 세 개 나올 것 같고요, 천장은 물론 기울어지겠지만 천장 높이가 높은 집이니까, 괜찮을 것 같아요". 그녀의 설명을 들으며 용기가 나면서도, 동시에 도면을 볼 줄 몰라 거꾸로 들고 어디가 동서남북인지를 헤매고 있었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과 못할 것 같은 느낌이 묘하게 섞여 있었다.


조심스레 “어때?”묻자, 남편은 도리어 더욱 조심스레 내게 물었다. "글쎄..   있겠어?"

나는 조용히 조개처럼 입을 다물었다. 그의 말대로, 물어봐야하는 것은 내 자신에게였다.  집을 산다는 것, 낯선 곳에서 사람들을 구하고, 그 다음은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르는 안갯속으로 걸어가겠다는 이었다. 누군가 인테리어를 좀 해봤거나, 인맥이 좀 있는 사람이 뛰어주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그때 나는 책 번역을 하고 있었고, 둘째는 우유병을 끊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나를 믿고 내 첫 집을 맡길  있수 있을 것인가?


남편은 "너에게도 좋은 퀄리티가 있어. 일단, 너는 뭘 사는데 있어서 내가 아는 사람 중에 가장 결정을 잘하는 사람이야. 내가 예전에도 자주 말했잖아. 좋은 물건을 싸게 빨리 사는 대회가 있다면,  일등을  거라고 말이야."


분명 응원인데, 왠지 기쁘지만은 않은, 여러 감정이 뒤섞인 내 얼굴을 보고, 남편은 서둘러 덧붙였다. "그리고 중요한 , 우리는  아무것도 몰라.  네가 실수하고 잘 못해도, 집주인은 결코 모를 거라는 거야. 그러니까 네가 한다고하면, 나는 그냥 널 믿을께. 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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