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인턴쉽 기간 중

3주간의 실습

by 준구

학교는 지금 인턴쉽 기간을 맞고 있다.

멀티미디어, IT, 네트워킹, SOD 할 것 없이 모두 평소와는 다르게 바쁘고 활력이 넘친다.

3주가량의 인턴쉽 기간에는 외부 전문가들이 학교에 찾아와서 강의와 실습을 맡아서 한다.

학생들이 외부에 나가서 실습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대다수의 기술고등학교가 동시에 학생들을 사회로 보내면 현장의 기업들도 수용이 안 돼서 전문가를 학교로 모시는 시스템으로 바뀌었다.

현장의 전문가들이 학교로 와서 수업을 하니 학생들의 입장에서도 신선하고 새로운 스승을 대하니 색다른가 보다.


멀티미디어 역시 외부 영상제작사에서 나와서 학생을 가르치는 중이다.

이번주는 마지막 주가 되어 한창 영상촬영 실습과 편집을 병행하느라 학내 분위기가 들썩들썩하다. 평소에 대하기 힘든 고가의 장비들로 촬영해 보고 스토리보드를 만들어서 제작에 임하는 모습이 흥미롭고 재미있나 보다. 나도 옆에서 보고 거들면서 학생들과 함께 호흡하는 중이다. 학생들도 외부강사의 지시에 잘 따르는 듯하여 한편 흐뭇했다. 조명을 켜고 역할을 나눠서 인터뷰를 진행하며 촬영과 연기를 지시하는 모습에서 미래의 영상 전문가들을 보는 듯하여 뿌듯했다.

어느 순간 아이들의 필요를 챙기느라 옆에서 지켜보는데, 내가 교사로서 아이들 곁에 있는 게 아니라 부모의 마음으로 자녀를 대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스쳐갔다. 순간 얼핏 놀라며 감정의 근원을 돌아본다.


한 학생이 도움을 청할 것이 있다며 조심스레 내게로 왔다.

편집을 해야 하는 데 사용할 USB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잖아도 코이카의 지원으로 30여 개를 사둔 터라 하나 줘야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한 반에 25명가량 되는 고1 학생과 2학년 학생에게 집에 컴퓨터나 노트북을 가진 사람이 몇 명이나 되는지 묻고 USB는 갖고 있는지 손을 들어보라고 했다.

한 반에 고작 3~4명 정도가 집에 컴퓨터를 가지고 있다고 손을 들었고 개인이 USB를 갖고 있는 학생도 5명이 넘지 않았다. 순간 내 머리가 쭈뼛 서면서 깊은 슬픔에 잠겼다.

우리는 발에 차이고 넘쳐서 잘 사용하지도 않는 USB조차 비싸서 못 갖고 있는 상황이라니......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맘이 아팠다.

사둔 USB를 다 뿌릴까도 생각했는데, 그러면 귀하게 여기지 않는다며 넘버링을 해서, 받은 사람을 기록학고 학기말에 거둔다는 조건으로 나눠주라고 조언해 주신다.

그래서 일일이 넘버링을 해서 편집에 쓰라고 팀당 하나씩을 나눠주었다. 그나마 우리 학교는 데스크톱과 노트북을 기증받아서 학생들이 잘 활용하는 학교라서 학생들이 오고 싶어 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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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 50분 잠깐의 빵과 우유를 마시는 간식 시간에 일부러 학생들에 섞였다.

먼저 빵을 먹은 친구들은 내 빵을 떼어 달라고 장난스럽게 요청한다. 나는 기꺼이 나눠주면서 문득 나의 자녀를 대하듯이 이들에게 반응하고 있음에 다시금 놀란다.

아이들을 여러 번 보니 이제 인상이 익기 시작했다.

15분간의 짧은 휴식에도 학생들이 모인 곳에 끼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건넨다.

멀티미디어 전공이 아닌 학생들을 가까이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선생님 편집하려는데 이어폰이 없어서 좀 빌려주실 수 있으세요?"부터 시작해서

"저는 다른 전공인데 어떡하면 미디어수업을 들을 수 있냐"라고 묻기도 하고,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를 제법 그럴싸하게 인사하고 지나치는 아이들도 있다.

이런 아이들과 함께 있으니 두고 온 자녀들 생각이 나곤 한다.

아들과 딸이 모두 즐겁게 학교생활하기를……


우기철이 길어진다 싶더니 어제오늘은 천둥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내렸다.

아니나 다를까 르완다와 콩고의 접경지역에선 집이 떠내려가고 산사태로 많은 재산과 인명피해가 났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다.

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려고 본질에 힘쓰지만, 때론 당장 먹을 것이 우선일 때가 있다.

이들을 돕되 지혜롭게 접근하지 않으면 무의미할 때가 있다.


사소한 것에도 의미를 곱씹어야 하는 삶이 심적 피로감을 높이기도 하지만

마땅히 있어야 할 자리에 버티고 선 것만으로도 가치있게 여기기로 한다.


부모 된 선생님의 마음으로 헤아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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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kaoTalk_Photo_2023-05-11-16-45-58 001.jpeg 간식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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