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완다에서 치과 진료받기
르완다에 오기 전에 치과에서 정기검진을 받았기에 치아에는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차가운 물과 뜨거운 국물을 마실 때에 아래쪽 치아 잇몸이 욱신거리고 시려 왔다. 이러다 말겠지 하며 몇 주를 넘기고 한 달에 이르러서도 증상은 가라앉지 않고 더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미련하게 병을 키우기보단 용감하게 치과를 찾는 편이 현명한 순간이었다. 문제는 인터넷을 뒤져서 찾은 현지 치과의 수준을 신뢰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었다. 한국인과 외국인들이 주로 애용한다는 치과 몇 군데를 소개받았다.
혹시 몰라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터내셔널 SOS에 전화를 걸어서 보험이 적용되는 현지병원을 연결해 주십사 도움을 청했다. 한국현지에서 전화를 받은 상담직원이 한국의 치과의사와 상담케 해 주었고 이어서 키갈리 시내의 협력병원을 연결해 주었다.
키갈리의 치과병원에서 근무하시는 한국인 선생님도 계셨지만 잠시 해외 출타 중이셨고 거리도 멀어서, 결국 SOS에서 권해준 치과를 찾게 되었다.
르완다의 치과 시설 수준은 어느 정도 일까 의아해하며 긴장된 마음으로 클리닉에 들어섰다.
오후 2시 예약보다 일찍 도착했고 바로 치과진료용 의자에 앉았다. 많아야 30 초반으로 보이는 젊은 르완다여자 선생님이 나의 구강을 살피더니 통증을 느끼는 부위를 X-ray 촬영했다.
잠시 후에 사진을 보여 주면서 내게 찬찬히 설명을 해준다. 치아의 뿌리에 충치가 발생한 것은 아니고 잇몸 안쪽의 치아에 프라그가 있어서 이를 제거하면 시린 증상은 사라질 거라고 진단해 주었다. 나는 내심 안도하면서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그 분위기를 편하게 즐겼다. 우리나라였다면 치아 전체의 파노라마 사진을 촬영하지 않았겠나 싶었지만, 이곳의 수준과 시설을 존중할 필요가 있겠다.
아무튼 바로 이어서 간단히 치석을 제거하고 룰루랄라 집으로 갈 것을 기대했는데, 오늘의 진료는 여기까지가 끝이었다. 접수대에서 정산을 하며 물으니 스케일링 일정은 또다시 잡아야 한단다. 오늘 스케줄은 꽉 차서 치료가 어렵다고 했다.
학교 일정을 맞추고 병원의 빈 시간을 확인하니 일주일 후에나 예약이 가능하다.
치과까지의 거리도 있고 택시로만 이동해야 하니 진료비에 얹힌 차비도 만만치 않은 부담으로 다가왔다. 한국이었다면 당일에 모든 것을 끝낼 수 있지는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일었지만 이곳의 상황에 따르는 수밖에.
일주일 후에 다시 치과를 방문하면서 한편으로 걱정이 앞섰다.
스케일링을 잘할 수 있을지? 치아의 이물질을 긁어낼 때 뿌려지는 물을 뿜는 장치는 있는 건지 긴장된 마음으로 진료의자에 몸을 뉘었다. 수술등이 환하게 켜지고 눈이 천으로 덮인 채로 입을 크게 벌린다.
전에 진료했던 여의사분의 손놀림이 치아에 전해졌다. 의외로 부드럽고 과하지 않게 치아의 뿌라그를 제거하고 있음을 느낀다. 시리지 않도록 물도 잘 뿌려지면서 찬찬하게 치아를 살피고 있다. 서두르지 않고 침착하게, 아니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착실하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편안함에 안도한다.
지난번 치료와 이번 스케일링 비용을 합쳐서 5만 프랑이 조금 넘는 돈이다.
금액이 상당한 경우라면 보험을 청구하려는 생각을 했지만 이 정도라면 그럴 필요까지는 없겠다. 생각보다 비싸지 않았고 오히려 큰돈을 들이지 않고 기분 좋은 관리를 받았다는 만족감이 일었다.
사실 처음엔 이곳의 의료 수준과 시설을 신뢰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고
왜 이리 더딘 프로세싱을 거쳐야 하나 라는 불만족스러운 의문이 따랐다.
그렇지만, 충분한 시간을 두고 그 시간 안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 빠름에 길들여진
나의 익숙함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에 이른다.
느리고 더딘 것이 더 원칙에 충실할 수도 있다는 다른 각도의 접근.
사람 사는 곳에서 문제는 생기기 마련이고 이를 대하는 방식은 상황과 문화에 따라다를 수 있다.
나는 지금 이런저런 색다른 접근법을 배우고 느끼면서 르완다의 삶에 스며드는 중이다.